[반려동물 건강이야기] 2년 가까이 지속된 구토를 방치하다? - 고양이 염증성창자병 통계분석①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2년 가까이 지속된 구토를 방치하다? - 고양이 염증성창자병 통계분석①
  •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7.22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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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3년 반 넘게, 병원에 내원했던 고양이들을 관찰한 결과 ‘염증성창자병’으로 방문한 고양이들이 상당수 차지했다. 이전에 기초적인 내용을 다룬 적은 있지만(‘구토·설사 유발하는 고양이 염증성창자병’, 2018년 3월 19일자 칼럼) 이번 칼럼부터 3회에 걸쳐 염증성창자병을 앓는 고양이에 대한 통계분석 결과를 이야기하려 한다. 단 한가지 전제로 할 것은 필자 병원에 국한된 통계 결과이므로 다른 자료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염증성창자병으로 진단된 고양이들의 나이는 평균적으로 7세였고 수컷 고양이에게 좀더 많이 확인되었다. 주로 구토 증상을 보이지만(전체 고양이 중 66%) 구토나 설사 증상 없이 식욕부진과 체중감소만을 보이는 경우도 있어(각각 13%, 14%) 구토와 설사가 없다는 이유로 염증성창자병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염증성창자병에 걸려 구토를 하는 고양이의 경우 평균적으로 23개월 간 한 달에 8회 정도의 구토증상이 발견됐다. 필자가 지난 칼럼(‘고양이는 자주 털을 토하는 것이 당연하다?’, 2017년 5월 1일자 칼럼)에서 “한 달에 2회 이상의 구토가 있을 경우 속이 불편해서 그런 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한다면 한 달에 8회의 구토라는 것은 상당히 잦은 빈도다.

더 중요한 부분은 하루 이틀, 한 두 달도 아니고 거의 2년 가까이 구토가 있었다는 것인데, 사람기준으로 보면 8년간 구토가 있었다는 말이다. 무려 ‘2년’이라는 숫자에서 오는 정말 ‘오랫동안’이라는 팩트이외 더 놀라운 것은 2년간 구토가 있었는데 보호자들은 이를 그냥 지켜봤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고양이니까 구토가 잦은 편이지’라는 핑계로 구토를 너무 당연시하는 경향이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여러분의 고양이가 한 달에 2회 이상의 구토증상을 보인다면, 설사 그 구토가 헤어볼이라 하더라도 실제 염증성창자병과 같은 질환에 의해 구토하는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해야 한다.

염증병창자병 진단의 시작은 ‘복부촉진’이다. 고양이에게 복부촉진은 단순해 보이지만 매우 유용한 검사 수단이다. 고양이는 복부촉진을 통해 ▲방광의 크기 ▲대장에 쌓여 있는 분변 양은 물론 개와는 달리 ▲신장의 크기와 굴곡 ▲비장 크기 ▲소장의 단단함과 크기 ▲림프절 종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비만으로 복강 내 지방이 많은 경우는 이러한 꼼꼼한 촉진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

지금 다루고 있는 염증성창자병에서 촉진이 유용한 점은 단단하게 부어있는 장과 커져 있는 림프절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험과 통계 결과를 고려해 볼 때 촉진 상 이상이 있는 경우, 염증성창자병은 물론 종양으로 확인된 경우가 많았다(‘고양이 위장관림프종 vs 염증성창자병, 뭐가 다를까’, 2018년 4월 2일자 칼럼).

수개월 이상의 만성적인 구토나 설사를 보이는 고양이의 경우 ‘진단’이 중요하다. 즉 왜 오랫동안 구토나 설사를 하는지 그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위의 신체검사에 포함된 ‘복부촉진’을 넘어 적절한 검사를 필요로 하는데 사전에 고려할 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구토나 설사라 하면 위장관 문제를 생각할 수 있지만 간질환, 신장병, 췌장염, 갑상선기능항진증 등 비-위장관 질환으로도 구토나 설사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구토만이 문제인 경우 흔히 위질환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양이에 경우 위보다는 소장문제로 구토하는 경우가 많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런 전제를 바탕으로 진단순서는 다음과 같다. ▲다양한 비-위장관 문제를 배제하기 위해 혈액검사, 요검사를 진행하고, 이러한 검사를 통해 비-위장관 문제가 배제됐다면, ▲장기능 검사를 통해 장기능이 떨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복부 초음파 검사를 통해 특히 소장 쪽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선 이런 검사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염증성창자병 고양이에선 검사 결과가 어땠는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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