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뚜껑을 열자 은은한 재스민향이 순식간에 후각을 자극한다. 고급스런 레스토랑화장실에서는 피톤치드향이 마치 산책로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매일 사용하는 샴푸에서는 페퍼민트향이 두피에 닿자 시원하고 개운함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만의 착각일까?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재스민꽃다발 실물에서는 정작 화장품에서 맡았던 그 향을 맡을 수가 없다.
후각의 작용기전은 코를 통해 들어온 향이 후각세포를 통해 대뇌번연계와 직접적으로 연결, 순식간에 해마체와 뇌하수체에 전달돼 향에 반응하는 생리활성물질을 분비하는 것이다.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으면 행복감을 느끼고 더러운 오물냄새를 맡으면 속이 울렁거리는 것은 이 때문이다.
향은 매우 예민하고 가장 강력한 기억으로 남기도 하지만 후각은 둔감해지기 쉬운 감각 중 하나이기도 하다. 따라서 화장품이나 생활용품의 강한 인공향에 적응된 경우 실제 천연향을 맡았을 때 별다른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향료는 크게 천연향료와 인공향료로 나뉘는데 천연향료는 대부분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이며 인공향료는 석유에서 분리하고 정제한 화학물질에 착향제를 첨가해 만든 성분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공향료인 유제놀, 리날로올, 시트랄, 리모넨 등에 향이 오래 지속되고 멀리 퍼지도록 더 많은 화학성분을 혼합해 만들기 때문에 유해성은 더욱 커진다. 일반적으로 화장품 표시성분 뒷면에 ‘향료’ 또는 ‘Fragrance’로 표기되는데 대부분 합성향이라고 판단하면 된다.
합성향의 유해성 때문에 천연향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천연아로마향‘을 강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아로마오일이라는 것이 각 나라별 수확시기와 재배환경, 추출 방법에 따라 화학성분 함량의 많은 차이를 보이며 이것이 100% 원액으로부터 첨가된 향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최근 유행하는 ’아로마테라피‘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특정 에센셜 오일이 피부트러블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지만 이는 에센셜 오일함량이 고농축인 경우에 한해서일 뿐 향 첨가제함량기준으로 본다면 그 기능은 극히 미미하다고 하겠다.
실제로 아로마오일의 최상등급의 오일의 경우 최적의 조건에서 건조시켜 추출한 방법으로 추가적인 가공 절차(오일 정제, 미네랄 오일 및 식물성 오일 혼합)을 거치지 않은 원액을 말한다. 하지만 대부분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렴한 에센셜오일에 아비톨(Abitol), 벤질알코올(Benzyl alcohol), 카르비톨(Carbitol)등의 화학첨가물로 오일을 희석시키거나 화학구조만 같도록 합성된 에센셜 오일을 추가하여 만드는 경우가 많다.
생각해보라! 단 한방울의 로즈오일을 얻기 위해서 로즈 꽃잎이 몇천장이 필요한데, 단돈 몇만원에 살 수 있는 화장품에 진짜 로즈향을 첨가할 수 있겠는가? 결국 천연향이라는 가면을 쓰고 합성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천연향료든 인공향료든 화장품성분으로서의 역할은 단순히 코를 자극하는 것일 뿐 피부건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부를 유연하게 하고 외부의 유해요소로부터 자극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해화학성분을 의식적으로 멀리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더구나 피부건강에 단 1%도 도움이 되지 않고 단순히 코민 자극하는 ‘향료’라면 과감히 포기해야한다.
가만히 오늘 사용했던 화장품의 향을 기억해보자. 합성된 재스민향을 진짜 재스민향기로 착각하지 않았는가? 천연향은 없다. 다만 천연에서 유래된 화학향만 존재했을 뿐. 화학공정을 거치지 않은 화장품성분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앞으로 불필요한 향기로부터 자신의 코와 몸을 건강하게 지켜내는 독자들의 지혜로운 판단과 선택을 기대한다.
또 속았군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