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내 손으로 직접 유전체검사를! ‘DTC 시장’의 변천사
[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내 손으로 직접 유전체검사를! ‘DTC 시장’의 변천사
  •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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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의료 패러다임 변화와 유전체 분석 기술 발전에 따라 비용이 감소하면서 유전체 분석의 주체가 의료기관 및 연구기관에서 개인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 직접 의뢰(Direct-to-Consumer, 이하 DTC) 유전자 검사서비스가 각광받고 있다.

DTC 유전자검사란 소비자가 의료기관이 아닌 유전자 검사기관에 직접 의뢰해 유전자검사를 받는 서비스를 말하며 검사 가능 항목은 국가별 규제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이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를 이용했으며 2021년에는 1억명 이상이 개인 유전체 정보를 보유할 것으로 예측된다.

개인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선도하는 대표주자는 미국의 유전체 분석기업 23andMe로 DTC 유전자검사 서비스의 발전과정은 이 회사의 역사와 일맥상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에 설립된 23andMe는 구글 벤처스의 막대한 투자를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고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손쉽게 자신의 유전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유전자검사의 대중화에 앞장서왔다.

창업 당시 1000달러 정도였던 유전자검사 비용을 2013년 99달러까지 낮췄으며 타액을 이용해 질병위험도, 약물민감도, 보인자 검사, 웰니스 및 신체 특성, 조상계통까지 무려 254가지 항목에 대한 유전자분석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 결과 2013년 기준 이용자가 50만명에 달하며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그해 11월 정확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의료서비스를 승인 없이 판매했다는 이유로 FDA로부터 서비스 중단 명령을 받았다.

결국 23andMe는 의료용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서비스에 대한 FDA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전적인 협조를 약속하고 조상계통 분석 서비스만 제공할 것을 발표했다. 규제 이후에도 의료기관을 통한 판매로 전환하지 않고 DTC 방식의 서비스만을 고집한 23andMe는 결국 2015년 2월 블룸증후군을 시작으로 낭성 섬유증, 겸상 적혈구 빈혈증 등 36가지 유전질환에 대한 보인자 검사를 승인을 받아 그해 10월부터 DTC 서비스를 재개했다.

그 이후 2017년에 치매 (APOE) 및 유방암 (BRCA) 검사, 파킨슨병 등 10여개 질병에 대해 추가적으로 승인받았으며 지난해 약물 유전자검사에 이어 올해는 빅데이터 기반의 당뇨 예측 검사도 허가받았다.

23andMe 외에도 조상 찾기 분석업체인 앤시스트리 (Ancestry)와 마이 헤리티지(My Heritage) 등의 총 매출을 합치면 1조원이 넘는다.

국내에서는 2016년 9월 보건복지부에서 일부 항목에 대해 DTC를 허가했다. 현재 약 30여개 유전체 회사들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지만 2018년 보건복지부에 신고된 DTC 서비스 건수는 전체를 다 합쳐도 10만 건이 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끈 것과 달리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확산이 안 되는 걸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유전자 관련 규제가 강한 편이다. 의료기관을 통하지 않고 직접 서비스를 하는 경우는 보건복지부 고시로 정해준 12항목뿐이다. 이마저도 소비자들의 관심과는 다소 거리가 먼 대사증후군 및 피부, 탈모 등 일부 항목에 국한돼있다. 유전자도 추가하기 어려워 과학적인 정확도도 떨어진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공청회와 시범사업을 거쳐 질병을 제외한 웰니스 항목을 중심으로 최대 57개 항목까지 늘리는 등 2차 확대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전 세계가 네가티브 방식으로 규제를 최소화하려는 것과 달리 여전히 항목을 국가가 심사해 정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고수하는 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긴 어려워 보인다.

물론 개인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해줬을 때 피해를 줄 수 있는 질병 예측 부분은 의료기관을 통해 처방하고 훈련된 의료인들을 통해 설명하는 것이 옳다. 질병은 유전자만 갖고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드시 생활습관과 환경인자, 가족력, 임상 검사지표 등 다양한 데이터를 갖고 해석, 설명돼야한다.

필자는 산업계 쪽에도 의료계 쪽에도 있어 봤지만 늘 같은 주장을 해왔다. 질병 관련 유전체 검사는 의료기관을 통해서 하고 질병이 아닌 개인의 특성이나 웰니스 분야의 유전자 검사는 국가가 규제하지 말고 네가티브 방식으로 소비자가 직접 유전체 검사를 하게끔 하자는 것이다.

단 이 경우에도 근거를 갖고 상품을 만들 수 있도록 복수의 논문이 요구돼야하고 해당 기업들의 기술적 관리나 유통 및 상품에 대한 사회·윤리적 안전장치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의 알 권리 추구와 유전체 검사를 이용한 지나친 상업주의의 범람, 개인 정보 유출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각 전문가들과 사회가 지혜를 모아 국가 경쟁력을 갖추면서 동시에 안전한 유전체검사 시대를 열어 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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