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㉖달밤에 체조, 좋다? 나쁘다?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㉖달밤에 체조, 좋다? 나쁘다?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desk@k-health.com)
  • 승인 2019.08.01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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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때와 장소에 걸맞지 않은 엉뚱한 행동을 할 때 ‘달밤에 체조한다’라고 표현할 때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달밤에 체조하다’란 격에 맞지 않은 짓을 핀잔하는 말이다. 낮 동안에는 아무런 운동도 하지 않다가 잠을 자야하는 밤에 갑자기 체조를 하니 조명이 없던 과거에는 누가 봐도 이상한 행동이었다.

최근에는 도시의 발달로 이런 인식은 많이 없어졌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실제로 이런 패턴이 오랫동안 반복되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에 습관적으로 운동을 하거나 밤낮이 바뀌는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글을 눈여겨 보길 바란다.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으면서 규칙적으로 살아가는 생활패턴은 몸을 요양하는 양생법의 핵심이다. 한의학 고문헌에서는 이러한 양생법에 대해 식사, 수면, 운동 등 다양한 방면에서 언급돼 있다.

최근 이를 입증해줄 재미있는 실험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환경보건연구소의 실험결과, 5년 동안 불을 켜놓고 자면 같은 시간을 자더라도 5kg 살이 찔 위험도가 17% 높아졌다. 미국 노스웨스트대 연구에서는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당뇨병이 악화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빛이 신체의 멜라토닌 생성을 방해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멜라토닌이란 두뇌의 송과선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밤과 낮의 길이나 계절에 따른 일조시간의 변화 등을 감지해 하루의 생체리듬, 1년의 생체리듬 등에 관여한다. 결과적으로 수면시간 동안 빛을 쐬게 되면 멜라토닌 호르몬 대사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 결국 전체적인 생체리듬을 깨트리는 원인이 돼 체중이 증가하고 당뇨병이 악화 되는 것이다.
 
위 실험연구에서는 수면 중 노출된 빛과의 연관성만을 조사했지만 수면의 질을 결정짓는 여러 요인들이 결국 전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의학에서는 몸을 지키는 기운(衛氣)이 낮과 밤의 리듬에 맞춰 신체 안과 밖을 순환하는 것으로 본다. 태양이 떠있는 낮에는 기운이 몸의 바깥쪽인 피부와 근육을 위주로 돌며 체온을 유지하고 우리 몸을 지켜준다. 반면 해가 지고 밤이 되면 기운이 몸의 안쪽인 오장(五臟)을 위주로 돈다고 설명돼 있다. 낮과 밤에 따라 신체기능도 달라지기 때문에 자연의 리듬에 맞춰 생활해야 건강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원리에 맞춰 동의보감에서는 해가 점점 일찍 뜨는 봄과 여름에는 일출에 맞춰서 일찍 잠에서 깨고 적당한 운동을 통해 양기를 발산시킬 것을 권장하고 있다. 반면 해가 짧아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지나친 활동을 줄이고 일찍 자고 느지막히 일어나 수면시간을 늘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태양에너지의 흐름에 맞춰 에너지가 왕성할 때 활동을 더 하고 에너지가 부족할때는 휴식을 강조해 에너지를 비축할 것을 강조했다.
 
달밤에 체조를 하는 것은 몸이 휴식을 취하고 에너지를 비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밤 시간에 반대로 에너지를 억지로 발산하는 것이다. 내부장기로 공급돼야 할 혈액이 근육으로 쏠리어 몸의 회복을 방해하고 부조화를 초래하게 된다. 또 몸이 흥분 상태가 되고 잠드는 시간이 늦어져 수면 패턴과 수면의 질에도 안 좋은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은 강물을 거꾸로 오르려는 것과 같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고 사는 게 피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환자들과 상담하다 보면 낮에는 바빠서 운동을 하려면 밤뿐이라는 경우가 많다. 또 야간근무로 밤낮이 바뀌는 분들도 있다. 상황상 어쩔 수 없는 경우는 차선책으로 격렬한 운동 대신 몸을 이완시키고 순환을 촉진시킬 정도의 가벼운 운동을 권한다. 밤낮이 바뀌고 생활패턴이 역행하는 것은 지금은 문제가 없더라도 언젠가는 몸이 견디기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할 때는 일과 성취가 최우선일 수 있다.

하지만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정도로 건강이 상한 상태라면 과감하게 일을 포기하고 건강관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몸을 계속 건강하게 관리하고 싶다면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미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면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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