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철분제 좀 챙겨먹었을 뿐인데 변비가 왔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철분제 좀 챙겨먹었을 뿐인데 변비가 왔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8.0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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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저 뭣 좀 물어 보려고요.”

30대 초반 김미진(가명)씨는 직장 여성입니다. 잦은 야근과 회식 등에도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체중조절을 하고 있지요.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체중이 좀 불어 난다 싶으면 식단 조절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이 식단 조절이지 결국 음식을 덜 먹으니 심할 때는 줄곧 변비나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김미진 씨는 체력 저하와 어지럼증,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 철분보충제를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한 달 정도 복용한 뒤 불편한 증상들이 많이 사라졌지요.

“네, 뭐 궁금하신 것이 있으세요?”

“제가 철분제를 복용 중이잖아요. 두 달 거의 다 먹었는데 처음엔 괜찮더니 얼마 전부터 변비가 심해졌어요. 혹시 철분제 때문일까요?”

“어지럼증이나 다른 불편한 증상은 괜찮아지셨어요?”

“네, 그건 나아졌어요.”

“그럼, 철분제 복용을 중단하셔도 되겠어요. 아마 몸에 철분 보충이 충분히 되고 난 뒤 흡수되지 않은 철분 때문에 변비가 생긴 듯해요.”

“철분은 먹는 대로 다 흡수되는 것이 아닌가요?”

“네.”

철분은 우리 몸에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입니다. 철분은 특정기능과 연관이 있고 부족하면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제 1유형 영양소’로 분류돼 있어요. ‘제 1유형 영양소’는 그 외에도 비타민A, 요오드, 엽산, 구리 등이 있습니다.

철분은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성분 중 하나입니다. 또 에너지 대사와 체내 다양한 효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며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대사에 관여합니다.

따라서 철분이 부족하면 철 결핍성 빈혈과 에너지 대사장애 등 다양한 이상증상이 나타납니다. 철 결핍성 빈혈의 대표적인 증상은 안색이 창백해지는 것입니다. 이밖에 가슴 두근거림, 식욕저하, 밤에 자주 깨는 증상, 생리불순이 나타나며 아이들의 경우 흙이나 종이 등을 먹는 ‘이식증(異食症)’을 보이기도 합니다.

에너지 대사나 효소 생성 장애로는 피로감, 운동능력 저하, 면역력 저하, 기억력 저하, 집중 장애, 갑상선 기능 저하 등이 나타나기도 하지요. 철분은 상피 조직 형성에도 영향을 미쳐 설염, 구각염과 손톱이 숟가락 모양으로 휘는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특히 이러한 철분 부족현상은 청소년에서 흔히 나타난다고 알려졌습니다. 요즘에는 성인, 특히 여성에게서 비타민D와 함께 철분 결핍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지요.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철분 부족에 시달리는 여성이 남성보다 4배 많으며 30~40대의 경우에는 무려 10배가 많다고 합니다. 앞서 소개된 김미진 씨도 격한 식단조절 등으로 철분이 부족해지면서 하나 둘 몸에 이상증상이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철분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독으로 작용합니다. 혈액으로 흡수된 철분은 몸에서 소량만 배설되고 대부분 축적돼 심장이나 간, 췌장, 갑상선, 생식기를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혈액 내 철분이 지나치게 축적되는 것을 ‘철 중독증’이라고 하는데요. 이는 보통 재생불량성 빈혈 등 만성 혈액질환자의 경우처럼 계속 수혈을 받는 경우에 나타납니다.

보충제로 철분을 공급하면 ‘철 중독증’이 발생할 일은 극히 드뭅니다. 철분은 위산에 의해 이온화돼 십이지장에서 흡수됩니다. 이때 복용한 모든 철분이 그대로 흡수되는 건 아닙니다. 소장에 들어온 이온화된 철분은 ‘DcytB(Duodenal cytochrome B)’라는 효소에 의해 흡수 형태로 바뀌어야합니다. 그런데 이 효소가 활성화되려면 구리와 비타민C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철분과 비타민C는 동시에 복용하는 것이 좋답니다.

단 기억해야할 점은 ‘DcytB’은 철분이 부족하다고 인식될 때만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만일 철분이 많다고 인식되면 소장은 철분이 흡수되는 통로와 함께 ‘DcytB’를 불활성화하죠.

게다가 감염증, 염증상황 등으로 혈액 중에 철분농도가 적어져야하는 경우에는 간에서 헵시딘(hepcidin)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집니다. 헵시딘은 소장의 세포에 작용해 모세혈관으로 철분이 이동하는 통로를 차단합니다. 즉 철분은 이렇게 복잡한 흡수경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보충제로 복용한다고 해서 철 중독을 걱정할 필요는 거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 해도 아주 과량의 철분을 복용하거나 지속적으로 많은 양의 철분을 복용하면 혈중 철분 수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됩니다. 실제로 철분 과잉섭취로 인해 여러 장기 부전을 일으킨 황산 제1철 중독사례와 마라톤선수의 빈혈 대책으로 발생한 철분 중독사건도 일어난 적이 있습니다. 이런 독성은 철 섭취 48시간 후에 발생하며 쇼크, 대사 산증, 혼수상태, 경련, 요세관 괴사, 간 독성으로 인한 황달 등이 나타납니다.

얼마 전 KBS뉴스에서는 ‘철분의 지나친 복용은 뼈를 형성하는 세포를 억제해 골다공증을 유발한다’는 내용과 함께 실제 철분 수치가 높았던 60대 여성이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 골절이 온 것을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착한 비타민 똑똑한 미네랄 제대로 알고 먹기’의 저자 이승남 박사는 “건강할 때는 철분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을 키워주지만 이미 병균에 감염됐다면 철분 보충제를 먹어서는 안 된다. 철분이 박테리아를 성장시키기 때문이다. 암이나 심혈관질환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로 철분이 대식 세포와 림프구의 작용을 완화시키고 산화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암세포로부터 철분을 격리해 저장한다. 따라서 암이나 심혈관질환은 물론 산화에 취약한 고령자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 철분을 지속적으로 섭취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철분보충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할 때는 반드시 혈액검사를 통해 철분 수치를 확인하고 몸 상태에 따라 복용여부를 의사, 약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철분의 위장관 독성은 반드시 주의해야합니다. 흡수형태로 바뀌지 못한 철분은 강력한 산화물질로 작용해 위장관 점막을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량의 철분 복용 후 위장 독성은 3~6시간 이내에 나타나며 심한 구토, 설사, 복통, 혈변, 무기력증 등이 나타납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철분보충제들은 함량이 아주 높지 않아서 소화불량이나 복통, 메스꺼움 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일 철분제 복용 후 위장 불쾌감이 나타났다면 복용을 중단하시고 전문가와 상의하세요.

변비는 철분제 복용 후 자주 나타나는 불편한 증상 중 하나입니다. 철분제가 변비를 유발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음과 같이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과도한 철분이 장내 세균총을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둘째, 철분이 ‘난용성 인산철’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위산에 산화된 철분은 장내에 있는 인산과 붙어 ‘인산철’을 형성합니다. 인산철은 한 번 형성되면 다시 철, 인산 이온으로 분리되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음이온 경사가 생기고 염소 이온의 재흡수가 증가하게 됩니다. 염소 이온의 재흡수 증가는 수분 흡수를 촉진하고 이로 인해 장내 수분이 줄어 변비가 생기는 것이죠.

어쨌든 철분제 복용 후 변비가 생기는 이유는 장내에 흡수되지 못하는 철분 이온이 많기 때문입니다. 김미진 씨의 경우는 처음 한 달간은 부족한 철분이 충분히 흡수되면서 불편한 증상이 사라졌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흡수되지 않은 철분이 장내에 남게 돼 변비가 생긴 것이었습니다.

또 몸에 철분이 부족한 경우에도 장내 미생물 상태나 흡수 효소 활성화가 되지 않아 변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유산균과 비타민C 등을 같이 공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비타민C는 산화형 철분이온을 제거하기 때문에 철분에 의한 위장 독성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또 세균 감염이나 염증반응이 있을 때는 혈중 철분 요구량이 줄기 때문에 장에서 철분 흡수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다른 증상이 다 나을 때까지 철분보충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육류 등에 들어 있는 헴철은 이온화되지 않고 이온화 철과는 다른 헴철 경로를 통해 흡수되기 때문에 좀 많이 먹어도 위장 독성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따라서 가장 안전한 철분 공급은 음식을 통한 방법입니다. 하지만 채식위주의 식단, 다이어트, 출혈, 지속적인 제산제 복용 등 철분 부족 원인이 있다면 추가로 보충제를 복용해야합니다.
 
헴철의 경우 식사와 상관 없지만 대부분의 철분은 음식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식사와 2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식이섬유, 콩류나 곡류에 포함되어 있는 피틴산, 시금치의 옥산산, 녹차 등에 함유된 탄닌, 초콜릿, 콜라, 견과류에 들어 있는 주석산, 다양한 식품 첨가제 등은 철분과 함께 복용했을 때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합니다. 또 칼슘이나 마그네슘, 아연 등과 같은 함량이 높은 미네랄도 동시에 복용하면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어 1~2시간 정도 간격을 두고 복용해야한답니다.

쉽게만 생각했던 철분보충제. 왜 반드시 의사, 약사와 상의하고 드셔야하는지 이제 잘 아시겠죠? 

※참고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된 것입니다.

※참고 문헌
《착한 비타민 똑똑한 미네랄 제대로 알고 먹기》 이승남, 리스컴, 2010
《우리집 주치의 자연의학2》 이경원, 동아일보사, 2010
《철분제-철분과 헴의 약리학》 이은규, 한명관, 신아출판사, 2009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진료실에서 시행하는 철분 및 아연 보충요법》 조기영, 삼육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Pediatri Gastroenterology, Hepatology & Nutrition 2012 Nov. 15(suppl 1); S7~S16
《청소년기 여학생에서 빈혈 및 철분 영양 상태》 조주래, 김순기, 박상규, 하정옥, 소아과 ; 제 45권 제 3회 2002년
《West AR, Oates PS. Mechanisms of heme iron absorption: Current questions and controversies》 Adrian R West, Phillip S Oates World J Gastroenterol 2008; 14(26): 4101-4110
《Duodenal Cytochrome b (DCYTB) in Iron Metabolism: An Update on Function and Regulation》 Darius J. R. Lane *, Dong-Hun Bae, Angelica M. Merlot, Sumit Sahni and Des R. Richardson Nutrients 2015, 7(4), 2274-2296
《Duodenal Cytochrome b (DCYTB) in Iron Metabolism: An Update on Function and Regulation》 Darius J. R. Lane, Dong-Hun Bae, Angelica M. Merlot, Sumit Sahni, and Des R. Richardson, Nutrients. 2015 Apr; 7(4): 2274–2296.
“몸에 철(Fe) 많으면 왜 위험한가?” 중앙일보 기사 2007년 4월 25일 기사
“철분 과다 복용하면 오히려 뼈건강 악영향” KBS뉴스 뉴스12 2013년 04월 23일 기사
“철분의 영양특성과 독성 그리고 이용과 규제” NDSL 2011녀 7월 19일 기사
“어지럽다고 복용한 ‘철분제’가 오히려 노화 촉진? 올리브 노트 2017년 6월 29일 기사
“비타민D, 철분 결핍, 여성이 남성보다 4배가량 많아” 한겨레 2019년 3월 7일 기사

※참고 사이트
https://webmd.com/
https://www.drugs.com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s://www.health.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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