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개인 유전자검사 시대…건강에 득(得)일까 실(失)일까
[김경철의 다가오는 미래의학] 개인 유전자검사 시대…건강에 득(得)일까 실(失)일까
  •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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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김경철 가정의학과 전문의(강남미즈메디병원 원장)

누구나 자신의 유전자검사를 적은 비용으로 쉽게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한국에서 질병예측서비스는 이제 병원의 검진센터 등을 통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 직접 소비자 검사(DTC)의 확대를 통해 웰니스나 개인의 특성을 보는 유전자검사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개인 유전자검사 확산에 대해 불편한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유전자검사가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질병에 대해 지나친 공포감을 조성해 추가 검진이나 영양제 구입 등 불필요한 2차 소비를 일으키는 것이 아닌지 말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유전체 검사가 보편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미국은 어떨까. 소비자들의 반응과 소비 이후의 행동변화를 살펴볼 수 있는 각종 연구결과들을 차례로 살펴보자.  

우선 미국 소비자들은 어느 유전체 상품에 가장 관심이 많을까?

유전자검사를 받기 전후로 검사동기, 의사결정, 검사결과의 유용성 등에 대해 23&me와 패스웨이 지노믹스의 소비자 1648명에게 온라인 설문을 실시한 결과 조상계통(74%), 개인의 특성(72%), 질병위험도(72%)에 관심이 있어 서비스를 받았다고 답했다.

또 59%는 이러한 검사가 건강 행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으며 검사에 대해 후회하는 경우는 2%, 검사가 해롭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1%였다. 이 연구는 2017년 공중건강유전체학 저널에 실렸다.

유전자검사에 대한 부정적 심리 반응의 예측 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연구도 진행됐다. 23가지 종류의 유전적 복합질환에 대한 위험도 예측검사를 시행한 네비제넥스의 소비자 2037명을 조사한 결과, 심리적으로 민감한 그룹(431명)에 속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특정 질환의 발병위험이 높다는 것에 대해 심리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유전자검사 결과가 일정 그룹에서는 스트레스를 준다는 연구결과로 이는 2018년 커뮤니티 지노믹스 저널에 발표됐다.

2010년 존스홉킨스 대학에서는 유전체 회사 3곳의 고객 1051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행동변화 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42%가 유전자검사 후 긍정적인 건강 행동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식이 패턴과 운동습관에 변화가 있었고 보충제 및 약의 섭취는 의료진과의 상담 후 복용했으며 한 개 이상의 항목에서 행동변화가 있었다는 응답자들이 많았다. 이 결과는 네이처 2014년 저널에 실렸다.

또 유전자검사를 받은 후 소비자의 행동변화, 심리적 반응 등에 대해 조사한 19개 연구(대부분 미국에서 시행)의 메타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의 23%가 긍정적인 생활습관의 변화를 보였고 19%가 금연, 12%가 운동 및 다이어트 등을 하게 됐다.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정신반응은 낮거나 없었다(커뮤니티 지노믹스 저널, 2018년).

직접 소비자 검사(DTC ) 이후 의료계 연계에 대한 연구는 2016년 내과학저널에 실렸다. DTC 유전자검사 후 헬스케어 제공자 및 1차 의료 제공자와의 상호작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23&me와 패스웨이지노믹스의 소비자 1026명에게 설문한 결과 63%는 헬스케어 제공자에게, 57.1%는 1차 의료 제공자에게 유전자검사 결과를 공유하고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6개월 후 추적조사한 결과 그 중 8%, 27%가 실제로 그렇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연구는 내과 유전학 저널 2014년에 실렸다. 네비제닉스의 DTC 유전자검사 소비자 2240명을 대상으로 1년간 추적조사한 연구에서는 807명(36%)이 자신들의 검사결과를 의사에게 공유해 자세한 건강검진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의료계의 우려와 달리 직접 소비자 검사와 의료계 서비스가 연계될 수 있고 유전체 회사와 병원 간의 새로운 상생 모델로 이해될 수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론적으로 일각의 우려와 달리 질병 예측에 대한 약간의 스트레스는 부정적인 방향보다는 생활습관 개선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어졌다. 또 질병의 조기 발견을 위한 의료계 서비스로 연계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이유로 유전자검사의 확대가 제한적이지만 유전자검사를 통한 건강증진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의료계와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도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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