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칼럼에서 오랫동안 구토나 설사 증상이 나타나는 고양이는 발병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소장의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장기능검사와 복부초음파검사가 필요하다. 장기능검사는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붙인 이름인데 혈액 중 코발라민과 엽산 농도를 측정하기 위한 검사다.
코발라민과 엽산은 소장에서 영양분 흡수를 담당하는 ‘장융모’ 재생에 필요한 물질이다. 특히 코발라민은 ▲에너지생산과 관련된 생화학 반응 ▲아미노산과 지방산 대사 ▲단백질 합성 ▲세포분열에 필수적인 비타민이며 동시에 장융모가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질이다.
이런 이유로 코발라민이 부족하면 기력저하, 식욕부진, 체중감소, 구토, 설사부터 발작 등 신경증상까지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양이에게 ‘코발라민’이 부족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2018년 11월 5일자 칼럼).
염증성창자병을 확인하는 복부초음파검사는 장벽이 두꺼워졌는지, 주변에 림프절이 커져 있는지를 관찰한다. 고양이의 소장벽 두께는 2mm밖에 안되지만 초음파로 확대 관찰하면 장 안쪽으로부터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의 간격이 일정한지, 근육층의 두께가 점막층 혹은 점막하층에 비해 두꺼워졌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염증성창자병의 경우 장벽이 전체적으로 두꺼워지거나 유난히 두꺼워진 근육층이 확인되거나, 층간 간격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고 소실되거나 주변의 림프절이 커지는 등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단, 이런 변화는 염증성창자병뿐만 아니라 위장관림프종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때문에 이 둘을 감별하기 위해선 장생검 후 조직검사를 해야한다.
장생검을 위해서는 전신마취 하에 개복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초음파검사로 층간 간격이 소실된 것이 확인되면 염증성창자병보다 위장관림프종을 의심해야한다. 염증성창자병이 의심될 때 항상 감별해야 하는 고양이 위장관림프종에 대해선 2018년 4월 2일자 칼럼, ‘고양이 위장관림프종 vs 염증성창자병, 뭐가 다를까?’를 참고하길 바란다.
필자 병원에 내원했던 고양이들의 검사결과를 집계한 결과, 먼저 장기능검사에서 엽산보다 코발라민 농도가 좀 더 장기능을 잘 대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염증성창자병 상태에서 코발라민 농도가 감소하는 경우가 엽산의 경우보다 많았다.
또 장기능검사는 소장 쪽 질환을 진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염증성장차병이 있는 고양이의 경우 장기능검사에서 문제가 없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능검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염증성창자병을 배제하면 안 된다. 단, 장기능검사에서 문제가 있는 경우 염증성창자병 혹은 위장관림프종과 같은 이상이 거의 대부분 확인됐다.
초음파검사에서는 장벽이 두꺼워진 경우가 제일 많았고, 다음으로 주변에 림프절이 커진 경우와 근육층이 두꺼워진 경우가 뒤를 이었다. 또 위장관림프종의 경우 층간간격이 소실되어 확인되는 경우가 대부분 관찰됐다.
교과서에는 초음파검사 시 이상이 없어도 염증성창자병과 같은 질환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통계분석결과를 보면 염증성창자병이 있는 경우 초음파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장기능검사보다는 초음파검사가 좀 더 진단에 유용했다.
다음 칼럼은 염증성창자병 통계분석에 마지막으로 염증성창자병의 치료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