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화장실 환경 만들어주기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화장실 환경 만들어주기
  • 박자실 부산동물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내과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8.0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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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자실 부산동물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내과원장
박자실 부산동물병원 다솜고양이메디컬센터 내과원장

묘생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것을 짚어보자면 화장실을 빼놓을 수 없다. 고양이는 화장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배변을 참거나 엉뚱한 곳에 실수를 하기도 한다. 오늘은 보호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묘 화장실 환경 조성 요령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먼저 어떤 화장실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고양이 화장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상자 모양 외에도 다양한 형태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화장실이 정말 고양이를 위한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고양이의 대‧소변 냄새가 많이 풍기지 않으면서 모래가 주변에 튀지 않는 보호자 위주의 화장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양이에게 적합한 화장실을 선택하려면 먼저 고양이의 연령, 몸의 크기,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야한다. 새끼 고양이라면 크기가 큰 화장실보다는 드나들기 쉽도록 벽의 높이가 낮고 크기가 작은 화장실이 좋다. 노령 고양이도 관절질환 등의 문제로 화장실 입구를 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입구가 낮은 화장실을 추천한다. 화장실 주변에 모래가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사방이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화장실을 선택한다면 고양이가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힘겨운 장애물 넘기를 해야 할 수도 있으니 그 점을 고려하길 바란다.

화장실의 가로 폭은 성묘의 몸길이 정도가 좋고, 세로 폭은 몸길이의 1.5배에서 2배 정도가 적당하다. 화장실 안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깨끗한 모래를 찾기 위해 모래를 파헤치더라도 화장실 벽에 부딪히지 않아야 한다. 덮개로 덮인 화장실은 피하는 것이 좋다. 통풍이 잘되지 않아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모래가 건조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사용하기 불편하다.

특히 볼일을 보는 동안 위협이 닥쳐도 피할 수 없게끔 갇혀있다고 느껴 불안해할 수도 있다. 화장실 개수는 함께 지내는 고양이의 개체 수보다 하나 더 있는 것이 좋은데 각각 다른 장소에 떨어뜨려 놓는 것이 중요하다. 집이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다면 층마다 화장실을 둬야 한다.

화장실에 까는 모래 역시 화장실 만큼 중요하다. 고양이마다 모래 취향이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갖춰야 할 조건이 있다. 첫 번째로 발로 밟을 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촉감이 부드러워야 한다. 볼일을 보기 전 모래를 파고, 볼일을 보고 난 후 덮을 수 있도록 가볍고 부드러운 것이 좋다. 화장실 가기를 거부하는 고양이들이 주로 욕실 앞 매트나 담요, 옷 위에 배변하는 것을 보면 부드러운 촉감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배설물의 냄새를 덮을 정도로 강한 향이 나지 않아야 한다. 향이 강하면 고양이가 화장실에 가는 것을 꺼릴 수 있다.

세 번째는 배뇨 후 뭉침이 있는 모래여야 한다. 보호자가 고양이의 소변량 변화를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래의 높이 역시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7.5cm 정도의 높이가 좋다. 하지만 고양이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2.5~5cm 정도 높이로 시작해서 점점 양을 늘려 맞는 양을 찾는 것이 좋다. 관절염이 있는 노령 고양이나 비만 고양이는 모래의 높이가 높아 바닥이 불안정하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털이 너무 길거나 없어도 모래가 몸에 닿는 것에 예민할 수 있으니 모래를 선택할 때 반려묘의 특성을 반드시 고려하자.

아무리 좋은 화장실과 좋은 모래를 준비했어도 고양이가 가고 싶지 않은 곳에 화장실을 두면 효과가 없다. 화장실 위치를 선정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고양이의 밥그릇, 물그릇 옆에 두지 않는 것이고 고양이의 휴식공간에서도 떨어진 곳이 좋다. 고양이에게 화장실은 영역을 의미하기도 해서 한 곳보다는 여러 곳에 두는 게 좋지만 세탁실이나 베란다는 권하지 않는다. 화장실을 사용하는 순간 세탁기가 돌아간다면 고양이는 기겁해 두 번 다시 화장실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베란다에 화장실을 두면 매번 차가운 타일을 밟아야 하므로 고양이의 마음에 들지 않을 확률이 높다.

화장실을 적당히 꾸며 배치했다면 그다음부터는 얼마나 청소를 잘하느냐가 고양이 화장실의 질을 결정한다. 고양이는 화장실을 사용할 때 배변 흔적이 있는 모래보다 깨끗한 모래가 있는 것을 선호한다. 고양이의 하루 평균 배뇨 회수는 2~4회, 배변 회수는 1회다. 배변‧배뇨를 치우는 일은 하루 1~2회가 적당하다.

그렇다면 화장실 소독은 어떻게 해야 할까? 매주 화장실 상자를 세제로 닦아 소변 냄새를 완전히 지우는 것은 좋지 않다. 배변 실수를 하는 고양이를 교육하기 위해 우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우리는 한번 실수한 장소에서 다시 실수하지 않도록 냄새를 완전히 지운다. 화장실에서 자신의 체취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화장실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모래를 다 비우고 뜨거운 물로 헹궈주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뜨거운 물로 헹궈주는 것만으로 기생충 등의 소독이 가능하다.

다양한 크기, 다양한 형태의 화장실과 위치, 모래 종류를 시도해 고양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한 후 고양이에게 맞는 걸 찾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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