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이가 부러진 반려동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이가 부러진 반려동물,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김세은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외과 부장 |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8.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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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은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외과 부장
김세은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외과 부장

사람들은 딱딱한 음식을 씹거나 넘어져서 혹은 부딪혀서 치아가 부러지기도 한다. 치아 끝부분이 부러지면 부러진 조각을 들고 가서 붙이기도 하며, 부러진 조각이 클 경우 출혈이 계속돼 신경치료를 해야 할 수도 있다. 개와 고양이의 치아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딱딱한 것을 물어뜯거나 씹어 먹을 때, 혹은 뛰어내리다가 안면부부터 바닥에 부딪히면서 치아가 부러지는 경우가 많다.

개와 고양이의 치아는 크게 3가지 층으로 구분된다. 치아의 가장 안쪽에 있는 치수강에는 신경과 혈관 등이 분포돼있다. 중간층의 상아질은 작은 구멍들이 많이 뚫려있는 구조이며 손상이 발생하면 느린 속도로 재생이 된다. 바깥층인 법랑질은 몸에서 가장 단단하며 재생이 되지 않는다. 상아질과 법랑질이 손상돼 치수강이 노출되면 치수에 염증이 생기고 통증을 느낄 수 있다.

또 치수감염과 염증이 계속되면 치아 뿌리 끝에 농양이 생기기도 한다. 개와 고양이의 법랑질은 사람 법랑질보다 두께가 절반(혹은 그 이하) 정도로 얇아서 조금 부러진 것처럼 보여도 치수가 노출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불의의 사고로 이가 부러질 경우 빨리 동물병원을 방문해 치수의 노출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치수가 노출돼도 그 부분이 치아의 뿌리(잇몸 안에 묻혀있는 부분) 쪽이 아니라면 치아를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수노출은 구강세균이 노출 부위로부터 치아뿌리 쪽으로 언제든지 이동할 수 있는 고속도로가 생긴 것과 같다. 이런 이유로 치아 뿌리 감염을 막기 위해 오염된 치수를 제거하고 깨끗한 물질로 치수강을 채운 뒤, 겉 부분(상아질, 법랑질)을 남기는 신경치료를 한다.

성견, 성묘(18개월 이상) 기준 치수 노출 이후 2일 이내에 신경치료를 진행하면 신경의 일부만 제거하고 치료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치수를 전부 제거하는 것에 비해 수술이 간단하고 결정적으로 치수를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수가 일부라도 살아있다는 것은 치아를 더 오랫동안 튼튼히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치수가 노출되고 오랜 시간 방치되면 심한 농양이 생길 수 있으며 이때는 발치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치아 골절 증상
치아 골절 증상

이가 조금이라도 불편해 본 사람은 찬 음식을 먹을 때 이가 시리면 얼마나 불편한지 알 것이다. 또 이가 위아래로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음식을 씹을 때마다 신경이 자극되어 통증을 느낀다. 이때 신경이 모여서 치아 밖으로 나가는 뿌리 끝에 심한 염증이 생긴다면 식사 시간이 정말 즐겁지 않을 것이다. 반려동물이 치통을 표현하는 방식은 사람과 다르다. ▲이를 만지는 것을 싫어하는 것부터 ▲침을 한쪽으로만 흘리거나 ▲입 언저리를 발로 긁는다거나 ▲음식을 씹지 않고 삼키거나 한쪽으로만 씹는 행동을 보이면 극심한 치통에 시달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호자가 모르고 지나칠 만큼 작은 치아골절이라도 방치하면 큰 통증을 유발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니 매일 양치질을 시키고 그들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한 번씩 더 치아 건강에 신경을 써 주는 것이 소중한 우리 반려동물의 치아를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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