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부답 ‘간암’…선별검사만 잘 챙겨도 생존율↑”
“묵묵부답 ‘간암’…선별검사만 잘 챙겨도 생존율↑”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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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 교수팀 연구결과 발표
선별검사 받은 경우, 암 종양크기 작고 혈관침범·전이정도 적어
간암 고위험군은 특히 6개월마다 선별검사 받아야

간은 대표적인 침묵의 장기다. 간 내부에는 신경세포가 없어 종양이 커질 대로 커져 신경세포가 있는 간 피막을 건드렸을 때 비로소 통증을 느낀다고 알려졌다. 간암환자 대부분이 말기에 이르러서야 병을 알게 되는 이유다.

그래도 스스로 조금만 신경쓰면 얼마든지 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암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의료진이 간암 선별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간암환자의 생존율을 유의하게 연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왼쪽부터) 장은선 교수·정숙향 교수.
(왼쪽부터) 장은선 교수·정숙향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 교수팀(정숙향·장은선 교수, 임상혁 전임의)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간암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 총 31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간암을 진단받기 전 2년 동안 적어도 6개월 간격으로 두 번 이상 선별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그룹(127명)과 선별검사를 받아본 경험 없이 일반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간암을 진단받은 그룹(192명)으로 나눠 진행됐다.

우선 연구팀은 이들이 간암 선별검사를 어느 정도 받았고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알아봤다.

조사결과 전체 환자 중 간암 진단 이전에 제대로 선별검사를 받았던 비율은 39.8%에 불과했다. 선별검사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환자의 49.5%가 ‘검사가 필요한지조차 몰랐다’고 답했으며 39.6%는 ‘필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없거나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국내 간암 고위험환자에서 간암 선별검사에 대한 인식 분석결과.
국내 간암 고위험환자에서 간암 선별검사에 대한 인식 분석결과.

또 간암 조기진단을 위한 선별검사로는 간 초음파검사를 반드시 받아야하는데 실제 간암진단환자 중 절반 이상(56%)은 초음파검사의 필요성을 몰랐으며 간수치검사(51.1%)나 알파태아단백검사(33.2%) 등 피검사만으로 간암 선별검사가 충분하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간암 선별검사를 받은 그룹의 생존율이 선별검사를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높다.
간암 선별검사를 받은 그룹의 생존율이 선별검사를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높다.

그래도 간암 선별검사를 받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확실히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선별검사를 받은 환자들의 경우 암 종양 크기가 평균 3cm인 데 반해 선별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들은 평균 7cm에 달했다. 특히 간암은 종양의 크기에 따라 예후가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주기적인 선별검사를 통해 종양 크기가 작을 때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종양이 혈관을 침범한 비율도 선별검사를 받은 환자들은 4.7%에 불과했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27.1%에 달했으며 간 외 장기에 전이되는 정도를 비교했을 때도 2.4%와 13.0%로 선별검사를 받은 환자들이 훨씬 나은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장은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간암환자들의 선별검사에 대한 인식 및 수검률을 최초로 상세히 보여준 연구로 선별검사를 통해 간암을 조기에 진단해 장기적으로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위험인자가 확실한 편이기 때문에 특히 ▲B형간염 보유자 및 환자 ▲C형간염 ▲간경변증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6개월 간격으로 복부초음파 및 간암표지자 검사와 같은 선별검사를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숙향 교수 역시 “국내 간암 원인의 80%가 만성간질환인 만큼 간염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한다”며 “무엇보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선별검사에 대한 인식이 낮은 점을 확인한 만큼 만성간질환자 등 고위험군 선별을 통해 검진기회를 넓히는 것이 국가적 의료재정 지출을 낮추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암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인 ‘대한암학회지(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근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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