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별검사 받은 경우, 암 종양크기 작고 혈관침범·전이정도 적어
간암 고위험군은 특히 6개월마다 선별검사 받아야
간은 대표적인 침묵의 장기다. 간 내부에는 신경세포가 없어 종양이 커질 대로 커져 신경세포가 있는 간 피막을 건드렸을 때 비로소 통증을 느낀다고 알려졌다. 간암환자 대부분이 말기에 이르러서야 병을 알게 되는 이유다.
그래도 스스로 조금만 신경쓰면 얼마든지 간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암 발생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선별검사를 받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의료진이 간암 선별검사를 통한 조기 진단 및 치료가 간암환자의 생존율을 유의하게 연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구체적인 연구를 통해 입증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정숙향 교수팀(정숙향·장은선 교수, 임상혁 전임의)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간암을 처음 진단받은 환자 총 31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번 연구는 간암을 진단받기 전 2년 동안 적어도 6개월 간격으로 두 번 이상 선별검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그룹(127명)과 선별검사를 받아본 경험 없이 일반 건강검진이나 다른 질환으로 검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간암을 진단받은 그룹(192명)으로 나눠 진행됐다.
우선 연구팀은 이들이 간암 선별검사를 어느 정도 받았고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알아봤다.
조사결과 전체 환자 중 간암 진단 이전에 제대로 선별검사를 받았던 비율은 39.8%에 불과했다. 선별검사를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환자의 49.5%가 ‘검사가 필요한지조차 몰랐다’고 답했으며 39.6%는 ‘필요성은 알고 있었지만 시간이 없거나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또 간암 조기진단을 위한 선별검사로는 간 초음파검사를 반드시 받아야하는데 실제 간암진단환자 중 절반 이상(56%)은 초음파검사의 필요성을 몰랐으며 간수치검사(51.1%)나 알파태아단백검사(33.2%) 등 피검사만으로 간암 선별검사가 충분하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그래도 간암 선별검사를 받은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확실히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선별검사를 받은 환자들의 경우 암 종양 크기가 평균 3cm인 데 반해 선별검사를 받지 않은 환자들은 평균 7cm에 달했다. 특히 간암은 종양의 크기에 따라 예후가 많이 좌우되기 때문에 주기적인 선별검사를 통해 종양 크기가 작을 때 일찍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종양이 혈관을 침범한 비율도 선별검사를 받은 환자들은 4.7%에 불과했지만 그렇지 않은 환자들은 27.1%에 달했으며 간 외 장기에 전이되는 정도를 비교했을 때도 2.4%와 13.0%로 선별검사를 받은 환자들이 훨씬 나은 결과를 보였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장은선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내 간암환자들의 선별검사에 대한 인식 및 수검률을 최초로 상세히 보여준 연구로 선별검사를 통해 간암을 조기에 진단해 장기적으로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간암은 다른 암에 비해 위험인자가 확실한 편이기 때문에 특히 ▲B형간염 보유자 및 환자 ▲C형간염 ▲간경변증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다면 6개월 간격으로 복부초음파 및 간암표지자 검사와 같은 선별검사를 받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정숙향 교수 역시 “국내 간암 원인의 80%가 만성간질환인 만큼 간염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해야한다”며 “무엇보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선별검사에 대한 인식이 낮은 점을 확인한 만큼 만성간질환자 등 고위험군 선별을 통해 검진기회를 넓히는 것이 국가적 의료재정 지출을 낮추기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암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인 ‘대한암학회지(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