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이젠 스테로이드를 먹어야 하나요? - 고양이 염증성창자병 통계분석③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이젠 스테로이드를 먹어야 하나요? - 고양이 염증성창자병 통계분석③
  •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8.1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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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이번 칼럼은 총 3회에 걸친 고양이 염증성창자병 통계분석에 마지막으로 염증성창자병 치료에 대해 알아보자. 단, 좀 난해할 수 있는 내용이므로 충분히 정독하길 권한다.

‘구토·설사 유발하는 고양이 염증성창자병’(2019년 3월 19일자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고양이 염증성창자병은 개념적으로 고양이 위장관에서 발생하는 알레르기반응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아직 발병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료의 종류와 위장관에 존재하는 세균에 의한 알레르기반응 때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치료는 알레르기를 일으키지 않는 사료를 먹어보거나 장내에 존재하는 세균을 고려해 항생제를 투약하게 된다. 그래도 개선이 없다면 알레르기가 과민한 면역반응이므로 면역억제제로 스테로이드가 투약된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치료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데 먼저 사료를 이용한 치료를 진행한다. 하지만 사료로 개선되지 않으면 항생제, 스테로이드 순서로 이뤄진다. 하지만 구토나 설사가 심하고 식욕까지 떨어져 있다면 위의 세 가지 치료가 동시에 진행되기도 한다.

필자 동물병원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이렇게 3회에 걸쳐 염증성창자병에 대한 통계분석을 진행했던 이유는 염증성창자병의 경우 필자 병원에 내원한 고양이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질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치료방법에 대해 필자의 경험을 막연히 전달하기보다는 통계에 근거해 말하는 것이 신빙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염증성창자병에는 식이나 항생제로 치료가 되지 않으면 상당수 스테로이드를 먹어야 합니다’라고 대충 말하는 것보다 말이다.

다시 본론으로 넘어오면 병원에서 진단된 염증성창자병 치료법에 대해 분석한 결과, 치료 대상 전체 고양이 중 31%는 저알러지 사료를 먹었고 10%는 저알러지 사료와 항생제를 처방 받았으며 44%는 스테로이드를 처방해야 했다.

31%의 사료로 관리했던 아이 중 78%는 개선됐고, 10% 항생제를 먹었던 경우는 67%가 호전됐으며, 44%의 스테로이드로 관리했던 아이 중 58%가 개선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를 되새겨 보면, 먼저 분석 전 필자의 생각보다 저알러지 사료나 항생제를 먹고 한 달 내로 단기적인 효과를 본 고양이들이 열 마리에 고양이 중 각각 여덟 마리와 일곱 마리에 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속하는 고양이 대부분이 사료나 항생제를 먹기 시작한 후 한 달이 지나 수개월 간 지속적으로 관리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른 약물에 도움 없이 사료나 항생제 단독으로 장기적인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할 순 없다.

한 걸음 더 들어가보면, 사료와 항생제를 넘어 스테로이드까지 처방 받은 아이들 중 무려 95%가 사료나 항생제만으로 관리가 되지 않아 스테로이드로 넘어왔다는 결과를 보면 장기적인 효과 평가에 있어 위의 78%와 67%의 단기적인 효과에 현혹되지 않길 바란다.

두 번째 위에 막연히 말했던 ‘염증성창자병 치료에 있어선 상당수 고양이가 스테로이드를 먹어야 한다’라는 말 대신 ‘과반수 정도가 결국 스테로이드를 먹어야 했다’라고 좀 더 정확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위에 언급했지만 스테로이드를 필요로 했던 고양이 중 95%가 사료 혹은 항생제가 효과가 없어 스테로이드를 처방했던 점을 감안하면, 위에 사료 혹은 항생제만 먹었던 아이들도 장기적으로 관리가 됐다면 결국 스테로이드를 필요로 한다는 결과가 나올 것이다. 때문에 ‘과반수가 스테로이드를 먹었다’보다는 ‘십중 팔구(정확하게는 83%) 스테로이드를 먹었다’라고 하는 표현이 정확할 수 있다.

또 스테로이드로 관리하는 고양이 열 마리 중에 여섯 마리가 개선 됐는데 ‘사료, 항생제, 스테로이드 중 가장 강한 치료임에도 치료효과가 가장 낮은 것이 아닌가’라고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염증성창자병 치료에 있어서 스테로이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료 78%, 항생제 67%보다 작은 스테로이드 58%라는 수치에 ‘작다고만’ 바라보지 않길 바란다.

스테로이드를 처방 받았지만 반응이 없었던 열 마리 고양이 중 네 마리 고양이에서의 대안은 다음과 같다. ▲스테로이드 용량을 더 늘려보거나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약물을 찾거나 ▲정말 염증성창자병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단, 첫 번째 스테로이드를 늘리는 방법에 있어선 간손상, 당뇨 발생 등의 위해 반응이 있을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한다.

지금까지 3회에 걸친 고양이 염증성창자병에 대한 통계분석이 모쪼록 이 질환을 이해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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