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이 마려워 급히 찾은 화장실. 하지만 아무리 힘줘도 소변이 안 나올 때가 있다. 이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흔히 겪는 ‘급성요폐’ 증상이다. 보통 남성의 방광은 400~500cc의 소변을 담는데 요폐로 소변이 빠져나가지 못하면 방광이 부풀어올라 1500cc 이상까지 부풀어오른다. 이렇게 방광 크기가 정상보다 3배 이상 부풀면 아랫배가 볼록하고 탱탱해지며 통증도 심하다. 고통스런 이 순간,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전립선비대증, 과음 등 원인 다양
가장 흔한 원인은 바로 중장년층 남성들에서 흔한 ‘전립선비대증’이다. 노화로 인해 커져버린 전립선에 요도가 압박받아 이완되지 못하면서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는 것이다.
전립선비대증환자가 감기약을 복용했을 때도 급성요폐가 나타날 수 있다. 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유대선 교수는 “감기약에 든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흥분제가 방광근육과 전립선의 평활근을 수축시켜 소변이 나오는 방광 입구를 막을 수 있다”며 “이밖에 전립선암, 요도협착, 전립선비대증 약물을 중단한 경우, 전립선수술 후에 일시적으로 급성요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심한 변비나 당뇨 등도 급성요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과음 역시 조심해야한다.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잠들면 소변양이 증가해 방광이 갑자기 심하게 팽창하는데 새벽에 아랫배가 아파 화장실에 가도 정작 소변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방치하면 방광·신장기능 잃을 수도
급성요폐를 방치하면 방광근육의 수축력이 떨어져 방광 내 압력이 상승하고 결국 방광이 본래 기능을 잃게 된다. 소변 생성과 배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신장도 망가뜨린다. 또 요로감염과 방광결석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조기에 적극 치료해야한다.
유대선 교수는 “우선 급성요폐가 발생하면 통증경감을 위해 응급처치로 소변을 뽑은 다음 요도로 도뇨관을 밀어넣어 인위적으로 소변을 배출시킨다”며 “대개 급성요폐가 일어나면 방광근육이나 점막이 손상된 상태여서 약 1~2주 정도는 도뇨관을 삽입한 채 방광이 다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립선비대증환자는 전립선비대증약을 함께 복용하면 도뇨관을 제거한 후 정상배뇨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방광의 수축력이 저하된 경우 이를 높일 수 있는 약과 전립선비대증약을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전립선암, 방광결석, 요도협착 등 원인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질환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한다.
■과음 피하고 올바른 배뇨습관 가져야
급성요폐를 예방하려면 일단 소변을 억지로 참지 말아야한다. 소변을 너무 오래 참으면 요도를 압박하고 있는 방광근육이 잘 풀리지 않아 정작 소변을 보려고 해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 요의를 느꼈을 때 바로 소변을 보는 것이 좋다.
반대로 방광이 예민한 과민성방광환자는 소변이 아직 안 찼는데도 자주 화장실을 찾는다. 이 경우 급성요폐와는 반대로 소변을 조금 더 참았다가 보는 것이 오히려 증상완화에 도움이 된다.
전립선비대증은 급성요폐의 흔한 원인으로 적극 치료해야한다. 특히 전립선비대증이 있는 상태서 감기약을 먹어야한다면 처방받기 전 반드시 전립선비대증 치료 중임을 의료진에게 알려야한다. 감기약이 소변의 원활한 배출을 돕는 방광근육과 전립선의 평활근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전립선비대증약은 감기약을 먹더라도 꾸준히 복용해야한다.
술, 커피, 홍차, 콜라 등을 피하고 평소 다양한 채소를 고루 섭취한다. 따뜻한 물로 좌욕하면 전립선과 회음부의 근육이 이완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급성요폐 예방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