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다리는 '퇴행성골관절염' 불러
생후 15개월 아기를 키우는 28살 전소연 씨는 매일 전쟁이다. 육아, 집안일 등으로 자기 식사를 챙길 겨를이 없다. 그녀의 식사는 부엌에 서서 국에 말아 후루룩 먹으면 끝난다. 종종 아기를 안은 채 먹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식습관이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음식을 서서 먹으면 신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빨리 먹게 된다. 이 때문에 영양소흡수가 제대로 안 되고 포만감을 잘 느끼지 못해 과식하게 된다. 또 국이나 물에 말아먹으면 위액이 희석돼 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위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소장에서 PYY나 GLP-1이라는 식욕억제호르몬이 나와 뇌의 포만중추에 신호를 보내기까지 15분 이상 걸리는데 빨리 먹으면 이 과정이 작동하지 않고 식탐호르몬인 그렐린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좌식식사문화 역시 소화기관의 연동운동과 혈액순환에 영향을 미쳐 소화불량을 유발한다. 강재헌 교수는 ”낮은 밥상 앞에 앉아 허리를 구부린 채 식사하면 복압이 증가해 역류성식도염, 위염, 소화장애, 복통, 설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좌식식사자세는 관절 및 허리질환을 유발한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범재원 교수는 양반다리를 하면 무릎이 회전하고 틀어져 반월상연골손상, 퇴행성골관절염 등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식사자세는 음식의 맛도 좌우한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서 식사할 경우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HPA)축을 활성화시켜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농도가 증가해 미각과 온도에 대한 민감도를 떨어뜨렸다. 무거운 아이를 들고 먹었을 때도 마찬가지다.
올바른 식사자세는 식탁에 앉아서 먹는 것이다. 엉덩이를 의자 뒤에 붙이고 허리는 곧게 펴 몸이 앞으로 쏠리지 않게 한다. 음식은 천천히 씹으면서 먹어야 위에서 쉽게 소화가 되고 맛을 음미할 수 있다. 범재원 교수는 ”입식식탁 사용을 권장한다“며 ”특히 노인의 경우 허리디스크가 퇴행성변화를 거치기 때문에 좌식생활로 인해 쉽게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