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의 삶에 행복을 더하는 ‘캣타워’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의 삶에 행복을 더하는 ‘캣타워’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8.2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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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햇볕이 따뜻하게 들어오는 창가 앞 캣타워 맨 꼭대기 자리에서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나의 사랑스러운 반려묘. 생각만 해도 흐뭇한 광경이다.

고양이에게 수직공간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고양이는 타고난 등반가(Climber)다. 튼튼한 등과 다리의 근육, 날카로운 발톱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기에 최적화돼 있고 나뭇가지에 몸을 편안하게 기대어 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고양이가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본성은 나이를 불문하고 무조건 높고 멀리 볼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 더 큰 상위 육식동물의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하며 주변상황을 감시하는데 최적화돼 있는 것이다. 이런 본성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반려묘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주거 환경은 공동주택이 많고 실내 공간이 북미나 유럽보다 협소하기 때문에 수직공간의 풍부화는 고양이의 삶의 질을 향상해주는데 큰 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그럼 어떤 수직공간을 고양이에게 제공하면 좋을까?

시중에는 정말 많은 브랜드의 캣타워, 캣폴, 캣트리, 캣워크 등이 나와 있기 때문에 보호자는 어떤 수직공간을 제공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집에서 고양이 네 마리를 키우는 보호자이자 수의사인 필자의 경험상 캣타워나 캣폴은 견고하고 청소하기 편한 재질의 제품을 추천한다. 디자인과 가격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디자인을 고려할 때도 우리 고양이의 운동 능력치에 비해 선반과 선반 사이 간격이 너무 크거나 고양이의 체격에 비해 쉴 수 있는 부분의 면적이 너무 좁은 것은 피하도록 한다. 기둥에 삼줄이나 카펫이 감겨 있는 제품은 수직 스크래처의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어서 고양이가 더 좋아한다. 선반이나 기둥의 카펫은 오래 사용하면 마모되기 때문에 교환할 수 있는 즉 리필 카펫 구입이 가능한 제품이 유리하다.

다음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캣타워를 설치하는 위치다. 아무리 좋은 캣타워라고 해도 방구석에 설치돼 있으면 고양이가 잘 사용하지 않게 된다. 고양이가 선호하는 위치는 채광이 좋은 창가 근처, 보호자와 다른 반려동물들을 잘 관찰할 수 있는 거실 등의 공동생활 구역이다. 휴식하고 잠을 자는 것 같아 보여도 어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고양이는 항상 체크하고 싶어 한다.

다묘가정은 캣타워를 둘러싼 영역다툼이 생길 수 있다. 관계를 고려해서 하나 이상의 캣타워 설치가 필요할 수 있다. 대형 캣타워나 캣워크를 설치한 경우 사이가 좋지 않은 둘 이상의 고양이가 마주쳐 긴장도가 올라갔을 때 마찰을 피할 수 있는 우회경로나 퇴로가 확보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가정이 캣타워를 설치할 공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경우 가구 배치를 조금만 바꾸면 반려묘에게 좋은 수직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높이가 다른 탁자, 책꽂이 등을 나란히 배치해서 고양이가 밟고 점프해서 올라가기 좋게 하고 중간이나 가구의 상단에 고양이가 편히 쉴 수 있는 방석이나 숨집을 놓는 게 좋다. 경우에 따라서는 냉장고나 옷장 윗부분까지 고양이의 수직공간으로 이용 가능한 가구배치도 고려할 수 있다.

고양이의 수직공간은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 화장실과 더불어 고양이의 삶의 질을 향상해 줄 수 있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또 고양이의 건강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지표로도 활용될 수 있다. 평소 캣타워의 높은 상단까지 잘 뛰어오르던 고양이가 캣타워를 잘 올라가지 않거나, 올라가더라도 뛰어내릴 때 주저하는 모습이 보인다든지, 뛰어내릴 때 평소 내지 않던 신음이 들린다면 골격과 근육에 문제가 생긴 것일 수도 있으니 꼭 검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하자. 더불어 나이가 들어 퇴행성관절염이 생긴 노묘도 수직운동의 감소부터 관찰되는 경우가 잦으니 그럴 경우에도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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