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이 재채기하고 콧물 흘린다? 감기 아닌 비강질환!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이 재채기하고 콧물 흘린다? 감기 아닌 비강질환!
  • 윤학영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9.0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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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영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영상의학센터장
윤학영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영상의학센터장

재채기나 콧물은 상부 호흡기(특히 코) 질환에 걸렸을 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증상이다. 재채기를 이야기하면 사람은 대개 감기를 떠올리겠지만 재채기나 콧물은 결코 단순한 임상증상이 아니다!

먼저 우리는 반려동물의 증상이 정말 재채기가 맞는가를 따져야 한다. 콧물이 튀기면서 “칫, 칫” 거린다면 그것은 기침보다는 재채기일 가능성이 높다. 재채기는 주로 비강에 해당하는 상부 호흡기의 문제가 생겼을 때 발생한다. 대부분은 내부염증으로 확인되며 항생제를 먹으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기 약물에 반응이 없는데 계속해서 동일한 약물을 쓴다면 오히려 치료시기를 놓쳐 더 큰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진다. 원인을 파악해서 그 원인에 맞는 치료 방향을 빨리 설정해 주지 않는다면 자칫 난치병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렇다면 비강질환의 원인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 첫 번째는 감염이다.

잦은 에어컨 사용, 건조한 또는 너무 습한 공기, 면역저하 등은 모두 감염이 쉽게 일어나게 하는 요소다. 감염병에는 세균성, 곰팡이성, 원충성, 바이러스성 비염이 있으며 이들을 치료하는 약물은 각기 다르다. 세균이 가장 흔한 원인체지만 항생제 다제내성(여러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성질)을 가진 균주 역시 점점 늘고 있다. 원인체의 정확한 감별을 위한 정밀 감염체 검사(PCR, 세균-곰팡이 배양)와 항생제 감수성 테스트는 환자에게 정확히 무슨 약을 써야 하고 무슨 약은 효과가 없는지를 더 늦기 전에 알게 해준다.

■ 두 번째는 알레르기/면역매개성질환이다.

알레르기/면역매개성 질환은 사람만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다. 적지 않은 수의 반려동물이 알레르기/면역매개성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 각종 먼지에서 집먼지진드기, 음식물까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물질은 정말 다양하다.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계속 항생제만 사용한다면? 정상세균총은 사라져가고 항생제 내성균들만 키워주는 상황이 돼 버리며 증상은 전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일반 감염보다 그 원인 파악과 관리가 어렵다. 먼저 정밀 감염체 검사로 감염이 주원인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파악해야한다.

감염에 따른 증상 발생이 아니라면 각종 알레르겐을 주입하는 알레르겐 테스트, 혈액검사, 코 내부 점막의 조직검사로 치료 방향 결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일시적으로 면역억제제와 면역조절제를 써 반응을 살피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감염이 완전히 배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자칫 감염성 질환을 더 크게 키울 수 있다. 증상을 유발하는 주된 원인이 감염성인지 비감염성인지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 세 번째는 이물이다.

코 내부에 씨앗이나 나무 조각, 돌과 같은 이물이 자리 잡고 있다면 백약이 무효하다. 이물을 제거해야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 감염체검사, 혈액검사로는 이물을 결코 찾을 수 없다. 실제 시각적으로 구조를 평가하는 검사만 이물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강 내시경과 컴퓨터 단층 촬영(CT) 검사는 비강 구조를 평가하는데 서로 보완적인 매우 유용한 검사다. 이물을 찾기 위해서는 기존의 비강 염증을 평가하기 위한 검사와는 전혀 다른 검사가 필요할 수 있음을 인지해야한다.

■ 네 번째는 종양이다.

만성염증질환, 유전적소인, 화학물질에 따른 세포 변이 등 다양한 원인이 비강종양을 유발할 수 있다. 비강종양은 그 위치와 크기, 종류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질 수 있다. 뇌까지 침범되어있을 땐 어떤 치료를 하더라도 예후가 매우 좋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비강종양은 컴퓨터 단층 촬영과 자기공명영상(MRI), 조직검사로 그 위치와 크기, 종류, 특성을 알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료가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복합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자!

이외에도 여러 비강질환이 있지만 가장 비중이 큰 질환들을 네 가지 카테고리로 살펴봤다.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는 재채기와 콧물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욱 복잡한 질환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 조기진단을 통해 더 큰 병으로 발전하는 일이 없도록 해서 우리 반려동물 친구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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