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손발을 물고 공격하는 고양이, 그 이유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손발을 물고 공격하는 고양이, 그 이유는?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9.05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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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어린 고양이를 가족으로 입양한 후 적응 기간이 지나면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동물병원에 방문한다. 기본 종합 예방접종을 3회에 걸쳐서 하다 보면 대략 3주 간격으로 수의사를 만나 기본 건강 상태와 발육상태를 점검하게 된다. 이때 상담을 하면 고양이가 손발을 깨물고 공격한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보호자가 생각보다 많다.

왜 아기 고양이는 손발을 물까? 몇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사람 손발을 물었을 때 재미있고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 어린이가 제일 좋아하는 장난감을 생각해 보자. 어린이들은 무조건 비싸고 좋은 장난감을 선호하기보다는 움직이는 장난감, 소리가 나거나 불이 들어오는 장난감, 매번 새로운 반응을 보이는 장난감을 좋아한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움직이고, 소리가 나고, 씹는 맛(?)도 좋고, 반응이 매번 달라지는 사람의 손과 발을 무는 행동이 습관으로 굳어지기 쉽다.

놀면서 사냥을 배우는 행동은 고양이에게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사회화의 과정이다. 하지만 그 시간을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제대로 사회화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고양이의 사회화 시기는 보통 생후 2~7주, 길게 보면 9주까지다. 이는 생후 12주까지를 사회화 시기로 보는 강아지보다 빠른 것은 분명하다. 이 시기가 중요한 이유는 이때 제대로 사회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후 문제 행동 발생 시 일반적인 교육이나 훈련으로 교정이 힘들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통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야만 문제 행동을 교정할 수 있다.

아기 고양이는 눈을 뜨고 얼마 되지 않아 생후 2~3주령부터 사회적 놀이를 시작하고, 4주령 전후가 되면 성묘 정도의 청력과 시력이 생기고 또래 형제들의 움직임에 관심을 둔다. 6주령이 되면 관심이 또래 형제에서 사냥 대상으로 옮겨가 육식동물로서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사냥놀이를 통해 익히게 된다. 12~16주령이 되면 이런 사회적 놀이가 감소하고, 18주 이상이 되면 사회적 놀이보다는 특정 사물이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형태로 자리 잡는다.

문제는 우리나라 반려묘 중 상당수가 사회화 시기를 고양이 가족과 보내지 못하고 인간과 가족이 된다는 점이다. 아기 고양이 시절에 엄마 고양이를 잃고 구조돼 사람의 품에서 자라거나, 번식장에서 태어나 2개월 전후에 펫숍 쇼윈도에서 사람 가족을 만나게 된다. 당연하게도 또래 형제들과 어울려 레슬링을 하고 물고 깨물며 적당한 힘 조절을 배우고 엄마 고양이의 감독하에 사냥의 기술을 익힐 기회가 없다. 그저 앞에 보이는 유일한 존재인 사람 가족을 물고 노는 것이다. 이전엔 이런 행동을 “놀이 공격성”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부적절한 놀이 행동”이라는 명칭을 더 선호하게 되었는데 어찌 보면 이것이 고양이의 문제행동이기보다는 사람이 원치 않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런 행동을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 무조건 보호자가 많이 놀아줘야 한다. 많이 놀아주되 제대로 잘 놀아줘야 한다. 하루에 2~3회, 최소 10~20분을 할애해 반려묘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이용해 좋아하는 방식으로 놀아준다. 보호자와 함께 노는 장난감, 혼자 노는 장난감을 따로 준비해두고, 함께 노는 장난감은 놀 때만 꺼낸다. 다양한 장난감으로 돌아가며 놀아주고 최선을 다해 집중해서 놀아준다. 흥미가 떨어지기 직전에 놀이시간을 끝내고 간식으로 보상하며 마무리한다.

함께 노는 장난감은 낚싯대, 깃털, 털 막대기, 공 등의 장난감을 적극 활용한다. 레이저포인터는 지나치게 흥분하지 않을 만큼 활용하고 놀이가 끝날 무렵 꼭 간식 보상을 줘야 한다. 혼자 노는 장난감은 놀다가 삼킬 수 있는 실이나 끈이 없어야 하며, 방문에 걸어 사용하거나, 안고 뒹굴 수 있는 캣닙 쿠션 등이 좋다. 푸드퍼즐을 이용하면 게을러질 수 있는 실내 생활에서도 고양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움직임을 늘리며 체중조절도 할 수 있다.

놀다가 고양이가 손발을 물면 되도록 아무 반응도 하지 말고 놀이를 중단하고 장난감을 챙겨 방으로 들어가 몇 분 동안 조용히 기다린다. 그동안 고양이도 혼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진정하게 된다. 몇 분 후 다시 돌아와 장난감으로 놀이를 유도하는데 손발을 물지 않고 잘 놀면 간식으로 보상하며 칭찬을 많이 해준다. 만약 장난감에 집중하지 못하고 다시 손발을 물면, 조용히 놀이를 중단하고 장난감을 챙겨 방으로 들어갔다가 몇 분 후 진정되면 다시 놀이를 재개한다. 이렇게 여러 번 반복 훈련을 하면 고양이가 놀이 예절과 규칙을 배우게 된다.

소리를 지르면서 반응을 보이는 행동은 고양이를 더 흥분시키고 좋아서 같이 노는 행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자제하고 체벌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원하지 않는 행동을 할 때 조용히 무시하며 그 자리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진정이 되고 바른 행동을 잘했을 때 간식으로 보상을 받고 칭찬을 받는 것만으로도 고양이는 그 행위를 좋아하게 된다.

특정 대상에게만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거나, 특정 장소에서만, 특정 시간대에 이런 행동이 유독 나타날 수도 있다. 그때는 특정 대상이 함께 충분히 놀아주고, 고양이들이 특히 활발해지는 시간대 이전에 충분히 놀아주면 행동을 빨리 교정할 수 있다.

고양이는 사람과 함께 실내에서 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동물이다. 야생의 특성이 남아있기에 실내 환경을 풍부하게 해주고, 충분한 놀이 활동을 함께 해주어야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음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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