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의 온몸에 피멍이 들었어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강아지의 온몸에 피멍이 들었어요!
  • 김동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9.0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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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내과원장

몰티즈 연두는 배와 서혜부에 피멍이 시퍼렇게, 빨갛게 퍼져서 내원했다. 어딘가에 부딪힌 적도, 맞은 적도, 다친 적도 없었다. 식욕과 활력도 평소와 같이 정상적이다. 신체검사를 해보니 잇몸에도 뻘겋게 피멍이 보였다. 등 쪽은 털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는데 털을 밀어보니 넓은 피멍이 보였다. 피멍을 출혈반점, 점상출혈, 반상출혈이라고 한다.

연두는 활력이 정상적이었지만 다른 피멍이 든 환자들은 무기력, 빠른호흡, 혈변, 혈뇨, 코피, 잇몸출혈, 눈 흰자에 실핏줄이 터짐 등의 증상을 보이며 내원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는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 구강점막출혈시간검사, PT/APTT(응고장애검사), D-dimer, 4Dx(진드기매개질병확인) 등 할 수 있는 검사들을 가능한 한 다 진행한다. 이미 앓고 있는 질병이 있는지, 보이지 않는 내부에도 출혈이 있는지, 그에 따른 위험한 변화들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기 때문이다.

연두에게 여러 검사를 해보니 혈소판 수를 빼고 모두 정상이었다. 혈액검사 결과 혈소판 수가 10000/㎕로 매우 적게 나왔다. 혈소판수가 100000/㎕ 미만이면 혈소판감소증이라고 한다. 소위 CBC라 불리는 기기로 진행한 검사 외에 혈액을 직접 도말해 현미경으로 혈소판 수를 확인하는 작업까지 한 후 혈소판감소증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혈소판은 상처 등으로 출혈이 발생하면 지혈에 관여하는 인자다. 손상된 혈관 벽에 들러붙어서 응고인자들과 작용해서 가피를 형성하고 출혈을 막아준다. 혈소판감소증은 지혈에 작용하는 이 혈소판이 지속해서 없어지거나 소모되는 질환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의 어딘가에 출혈이 발생하면 위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특히 안 보이는 곳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혈소판이 감소하는 원인은 혈소판이 잘 생산되지 않거나(골수장애), 혈소판이 과도하게 소모되거나(DIC: 파종성 혈관내 응고, 출혈, 진드기매개성 혈관염등), 혈소판이 파괴되거나(과도한 면역작용), 그 외 간이나 비장의 혈소판 격리가 있는 경우 등등이다.

품종, 유전적 소인에 따른 자가면역성(아메리칸 코커스패니얼, 래브라도 리트리버, 미니어처 푸들 등), 췌장염 등의 염증, 종양, 감염성 질병(진드기 등), 약물, 쥐약 등에 따른 발병까지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원인을 규명하기 어려울 때가 대부분이다.

심한 출혈이 있을 때도 혈소판 수가 감소할 수 있지만 75000/㎕ 미만으로 내려가는 경우는 드물다. 이때 원인을 모르는 빈혈이 같이 발생한 경우, 즉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과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이 같이 발병한 경우는 에반스증후군(Evan’s syndrome)이라 부른다.

다시 연두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혈액검사,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 4Dx검사상 간·신장·비장 등의 내부장기 이상, 출혈, 췌장염, 염증수치, 빈혈, 진드기매개질병 등 별다른 이상소견은 발견하지 못했다. 만약 위에 언급한 질병이나 출혈이 있다면 그 1차 원인부터 치료해야한다. 이런 이유로 전체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연두는 다른 소견이 없어 원인불명인, 특발성 면역매개성 혈소판감소증으로 판단됐다.

일반적인 치료법은 과도한 자가면역작용을 억제하기 위한 면역억압치료다. 고용량의 코르티코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방법이다. 추가할 수 있는 치료로 혈소판이 풍부한 혈장수혈이나 감마글로불린수혈이 있다. 사람의 감마글로불린을 투여하면 혈소판을 코팅해서 순환혈액 밖으로 유출되지 않게 해준다.

그래서 연두에게는 감마글로불린수혈과 면역억압치료를 실시했다. 수주 간 혈액검사로 빈혈수치와 혈소판수치를 모니터링하며 코르티코스테로이드의 용량을 점점 줄여나갔다. 혈소판은 수일 후 정상범위로 상승했다. 코르티코스테로이드 때문에 간수치의 상승이 있었지만 간보호제 처방과 스테로이드 용량을 점점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간수치도 점차 감소했다.

연두는 다행히 위험한 상황 없이 치료가 종료됐다. 하지만 내부 장기에서 출혈이 일어나거나 면역매개성 빈혈이 같이 발생하고 빈혈, 혈소판수치의 개선이 없다면 위험해질 수도 있는 상태였다.

몸에 발생한 피멍을 단순하게 보고 지나친다면 되돌릴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항상 반려동물을 터치해주고 마사지해주기도 하면서 피부상태, 잇몸색깔, 눈 등을 잘 살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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