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 수혈 전 이것만은 꼭!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 수혈 전 이것만은 꼭!
  •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9.10 16: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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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장봉환 굿모닝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얼마 전 한 노령 반려견이 만성신부전 때문에 발생한 심한 빈혈로 동물병원을 찾은 적이 있었다. 신장수치를 떨어뜨리는 조치는 물론이고 빈혈 치료를 위한 수혈 또한 시급했다. 다행히 무사히 고비를 넘겨 보호자와 의료진 모두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처럼 반려동물에게도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생기곤 한다. 불의의 사고로 외상이 발생해 출혈이 심할 때나 수술할 때 또는 면역매개성 용혈성빈혈, 바베시아증, 혈소판 감소증 등 질환을 치료할 때도 수혈해야하는 긴급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비해 반려동물의 혈액형과 수혈 시 주의사항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사람은 ABO식, RH식이라는 혈액형 분류 기준이 있는데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DEA로 적혈구 항원을 기준으로 13가지 혈액형으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강아지의 혈액형은 사람 혈액형과 명칭이 달라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DEA 1.1, DEA 1.2, DEA 1-처럼 DEA 뒤에 숫자를 붙여 표현한다. 갖고 있는 항원이 분류 기준이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항원을 갖고 있으면 혈액형도 두 개 이상이 될 수 있다.

강아지는 첫 수혈을 받기 전에는 항체가 없기 때문에 혈액형을 모르거나 혈액형이 다른 혈액을 수혈하더라도 부작용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2차 수혈 시 첫 수혈의 영향으로 항체가 생성된 상태이니 반드시 수혈 교차반응검사를 실시해 안정성 여부를 판단해야한다.

고양이의 혈액형은 A, B, AB형 세 가지로 나타난다. 전체 고양이의 약 90%가 A형, 10%가 B형, 1% 내외가 AB형일 정도로 AB형은 매우 드물다. 고양이는 대부분 같은 혈액형끼리만 수혈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AB형은 A형의 피를 수혈할 수 있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니 반드시 반려묘의 혈액형을 알아두도록 하자.

고양이에게서 한 번에 채혈할 수 있는 혈액은 50cc 정도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저장성이 좋지 않다. 또 혈액형이 같아도 적합성 검사결과 수혈이 불가한 상황도 더러 있다. 정말 필요한 순간에도 혈액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개체수가 적은 B형 반려묘는 더욱 그렇다. 만일 나의 반려묘가 B형이라면 문제 발생에 대비해 혈액형이 같은 반려묘 보호자와 연락처를 교환해두기를 권한다.

국내 반려동물 치료 수요가 갈수록 늘면서 수혈 수요도 증가 추세다. 하지만 수혈할 수 있는 혈액량이 받쳐주지 않아 공혈동물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오직 수혈만을 위해 살아가는 공혈견의 비참한 모습이 매스컴에 보도돼 큰 파장이 일어난 적이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은 상태다.

수단이 돼 삶을 이어가는 공혈동물의 아픔을 덜기 위한 움직임으로 반려견, 반려묘 대상으로 보호자의 지원을 받아 헌혈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 내 반려동물에게도 발생할 수 있기에 반려동물 보호자의 관심과 참여가 더없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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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현 2021-05-27 23:29:06
사람의 혈액형과는 다르게 동물들의 혈액형이 무척 다양한 점이 흥미로웠고, 이 기사를 통해 동물 간의 수혈을 진행할 때 혈액형 일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게되었습니다. 또한, 수혈을 위해 존재한다는 '공혈견'의 대우가 한국이 특히 낮은 수준인 것을 보아, 사람들의 관심과 가정 내 헌혈견들이 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