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세균덩어리 썩은 닭발? 차라리 무좀 걸린 닭발이 나을 뻔!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세균덩어리 썩은 닭발? 차라리 무좀 걸린 닭발이 나을 뻔!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9.1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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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필자는 간혹 술안주로 닭발을 먹곤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뜻 닭발을 집어 들지 못할 것 같다. 시중에 병든 닭발이 식용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닭발을 먹으면서 농담 삼아 ‘무좀 걸린 닭발이면 어쩌지?’하는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 말에는 설마 닭발이 무좀에 걸리겠어? 라는 자조 섞인 안심이다. 하지만 닭발도 피부병에 걸린다. 닭은 발(바닥)에 세균감염으로 염증이 생기는 지류증(趾瘤症)에 걸리는데 이는 궤양성 족피부병이라고도 알려졌다.

지류증은 조류의 발바닥에 지나친 자극이 있을 때 부어오르면서 염증성 병변이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남극의 푹신한 눈 위에서 살아가는 펭귄은 지류증이 잘 걸리지 않지만 인간이 펭귄을 아쿠아리움 수족관에 키우는 경우 바닥의 위생환경에 문제가 있으면 쉽게 걸린다.

닭도 마찬가지로 작은 모래나 날카로운 나뭇가지 등을 밟으면서 사는 동안 발바닥에 쉽게 상처가 생기고 여기에 세균감염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양계장의 지저분한 환경에서 길러지는 닭이라면 세균감염 가능성은 더욱 높을 것이다.

국내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지류증에 걸린 닭발은 폐기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정이 있는데도 시중에는 지류증에 걸린 닭발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염증으로 인해 썩은 부위를 도려내서 멀쩡하게 보이는 부위만 유통을 한다는 것이다.

모 언론에서 시중의 닭발을 무작위로 구해서 세균검사를 해본 결과 거의 모든 유통 닭발에서 식중독을 일으키는 황색포도상 구균이 검출됐고 심지어 이는 화장실 변기의 세균보다 1만 배나 많은 수라고 밝혔다. 일부 닭발에서는 리스테리아나 대장균 등의 식중독균도 검출됐다.

그렇다면 세균 감염된 닭발을 먹으면 어떤 문제가 있을까? 다행스럽게도 황색포도상 구균은 비교적 열에 약해서 80℃에서 30분 정도 가열하면 죽는다. 따라서 100℃ 이상의 끓는 물에 삶으면 황색포도상 구균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겠다. 하지만 걱정은 따로 있다.

문제는 황색포도상구균이 만들어내는 장독소다. 이 장독소는 내열성이 강해서 100℃에서 30분이나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만일 유통과정에서 황색포도상에 감염됐다면 닭발을 고온에서 조리해서 섭취한다고 해도 식중독에 걸릴 수 있다.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은 우리나라에서 3번째 많은 식중독이다.

황색포도상구균의 장독소에 의한 식중독은 해당 독소가 위나 장에 흡수되면서 복통,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보통 건강한 사람들은 24시간을 넘기지 않고 위장관증상이 회복된다.

하지만 황색포도상구균에 의한 식중독은 일반적으로 방광염이나 중이염, 피부나 점막에도 화농성 감염증도 유발한다. 만일 위장 점막의 면역체계에 문제가 있다면 더욱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걱정스러운 것 중에 하나는 닭발을 식품으로 제조하는 공장에서의 위생이다.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된 닭발을 만진 손으로 닭의 몸통을 만지면 닭고기에 감염될 수 있다. 아직까지 생닭에 대한 허용 세균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것 같은데 이 또한 시급한 문제일 것 같다.

앞으로 별미로 즐겼던 닭발은 거들떠보지도 못할 것 같다. 닭발을 못 먹는다는 지인들에게 “이것도 못 먹느냐”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닭발을 잘 먹는다는 지인들에게는 먹는 것을 말려야 할 판이다. 닭발은 발을 먹는다는 불편함으로 인한 혐오식품을 벗어나 이제는 병을 일으키는 격리식품이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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