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에겐 MRI촬영이 더 필요하다고요?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반려동물에겐 MRI촬영이 더 필요하다고요?
  •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영상의학 부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9.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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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영상의학 부장
권단비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영상의학 부장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할 수 없다. 때문에 동물병원에 방문한 반려동물이 어디가, 왜 아픈지 알기 위한 영상검사는 상당히 중요하다. 전국 동물병원 4005개 중 영상검사를 위한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보유한 동물병원 수 역시 2954(약 74%)개나 된다.

2018년도 동물병원 방사선 발생장치 관리현황 및 피폭선량에 대한 연보,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약품관리과 방사선관계종사자 피폭선량관리센터
출처 : 2018년도 동물병원 방사선 발생장치 관리현황 및 피폭선량에 대한 연보,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약품관리과 방사선관계종사자 피폭선량관리센터

영상검사의 범위는 보통 엑스레이, 초음파, CT, MRI, 투시검사를 포함한다. 각 검사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장기 및 질환이 다르다. 따라서 수의사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검사를 선택해 진행하게 된다.

2018년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동물병원에서 보유한 CT 장비는 총 47대다. 2014년과 비교해 약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처럼 최근 동물병원에 CT 장비 보급이 상당히 진행됐다는 것은 반려동물의 CT 검사가 드문 일이 아니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MRI 장비 또한 최근 동물병원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는 영상기기다. MRI 보유 동물병원 수는 관련 통계자료가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현재 국내에서 CT 장비가 있는 동물병원보다 MRI 장비가 있는 동물병원을 훨씬 더 찾기 어렵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의료계에서는 신경계 검사뿐 아니라 상당히 많은 질병을 진단하기 위해 MRI를 이용하고 있어 사람의 MRI 촬영은 생소한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반려동물의 MRI 촬영은 아직 보호자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번 칼럼에서는 반려동물의 MRI 촬영에 대해 전반적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MRI는 자기공명영상 기법이다. 강한 자기장을 이용해 환자의 몸을 영상화한다. 방사선을 이용하는 CT와는 다른 원리다. CT와 비교해 방사선 피폭에 대한 걱정이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CT처럼 단면을 자유롭게 재구성해 판독하는 것이 원활하지 않아서 필요한 단면을 모두 따로따로 촬영해야한다. 따라서 CT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보통 반려동물은 사람처럼 “가만히 계세요”라는 말에 오랜 시간 가만히 누워 있지 않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CT와 MRI 촬영은 전신마취하에 진행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또 MRI는 자기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MRI 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이 만일 마이크로칩 같은 금속성 이식물을 삽입하고 있다면 그 부위의 영상화가 잘 안 될 수 있다. 따라서 촬영하려는 부위 주변에 마이크로칩이 있다면 제거하고 촬영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어떤 상황에 MRI 촬영이 필요할까?

MRI는 신경계 조직의 영상화가 매우 잘 되는 특징이 있다. 뇌 및 척수의 염증이나 경색, 디스크질환, 종양 등의 변화가 CT와 비교해 매우 잘 구분돼 보인다. 현재까지 의료 및 수의계에서 신경계를 영상화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비침습적 검사방법이다. 따라서 경련, 사지마비 등 신경계 질환이 의심되는 반려동물의 증상 개선 및 치료를 위해 신경계의 영상학적 평가가 필요할 때는 MRI 촬영이 유용하다.

국내에서 많이 키우는 강아지의 종류는 몰티즈, 시츄, 푸들, 요크셔테리어 등 대부분 소형 단두종이다(출처: 반려동물 관련 소비실태 및 개선방안, 2013). 이들 품종의 신경계와 관련한 호발 질병이 꽤 알려져 있다. 또 반려동물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뇌 및 척수 종양, 치매 등의 노령성 변화가 나이 든 반려동물의 행동이상, 경련 등의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MRI 촬영은 이러한 반려동물에게 꼭 필요한 검사가 될 수 있다.

뇌에 병변이 있는 환자의 머리를 찍은 CT와 MRI 영상 비교. MRI 영상에서 동그라미 안 이상이 있는 부위가 매우 잘 보인다.
뇌에 병변이 있는 환자의 머리를 찍은 CT와 MRI 영상 비교. MRI 영상에서 동그라미 안 이상이 있는 부위가 매우 잘 보인다.

신경계뿐 아니라 관절을 이루는 인대나 연골 또한 CT보다 MRI에서 매우 잘 구분된다. 고관절, 무릎관절 등의 관절 연골이나 인대 질환이 의심되는 반려동물에게도 MRI 촬영이 유용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MRI 촬영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CT와 비교해 뼈 구조를 영상화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척수를 감싸고 있는 척추뼈의 종양 또는 골절, 선천적인 이상이 의심될 때는 CT 촬영을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경련이 있는 환자의 뇌 문제 외 다른 대사성 문제를 감별하기 위해서도 CT 촬영이 함께 진행될 수 있다.

보통 MRI 장비가 있는 동물병원은 CT 장비를 함께 보유하고 있는 24시간 동물병원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상황에서 마취 한 번으로 CT와 MRI 촬영을 모두 진행할 수 있으며 갑작스러운 발작 등의 응급상황 또는 골든타임 내 치료가 필요한 디스크질환이 있을 때 빠른 대처 및 수술이 가능하다.

신경계질환은 빠른 판단과 치료가 관건일 때가 많다. 평소 보호자가 함께 지내는 반려동물의 행동 이상 및 다리에 힘이 없는 등의 변화가 있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신경계 증상 발생 시 빠르게 가까운 동물병원에 방문한다면 반려동물이 질환에서 잘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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