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신간]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
[헬스신간] 엄마의 뇌에 말을 걸다
  •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9.16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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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우 지음/카시오페아/284쪽/1만7000원
이재우 지음/카시오페아/284쪽/1만7000원

부모가 아프면 자식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다. 청소년기에 자신의 일탈이 부모의 가슴 언저리에 큰 대못을 박았음을 스스로가 후회한다. 갑자기 어린아이가 돼버린 어미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참았던 눈물이 얼굴을 한껏 적신다.

부모의 입장에서도 자식의 입장에서도 한 가지 병만을 피했으면 좋은 것이 있다면 ‘치매’라는 질병일 것이다. 한평생 건강할 것만 같았던 엄마가 갑자기 세 살배기로 변해버린 모습을 보자니 차마 볼 수가 없다.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렇게 우리 부모는 늙어갔다.

치매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와 뇌혈관성 치매는 해마와 전두엽의 손상에 원인이 있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손상되면 기억력을 점점 잃다가 가족조차 알아보지 못하게 된다.

전두엽이 손상되면 본능적인 욕구를 억제하지 못하고 아무 때나 바지를 벗는 탈억제, 갑자기 사람에 해코지를 하는 반사회적 행동, 집을 나가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없는 작업기억 능력의 저하가 발생한다. 이런 정신행동증상(BPSD)이 발생하면 무관심, 무의욕, 무감동, 우울증을 동반하고 제때 치료하지 못할 경우 뇌의 손상을 촉진한다.

작가는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던 50대 중반 무렵 88세 엄마에게 다가온 치매로 인생의 고비가 찾아왔다. 꺼져가는 엄마의 뇌 회로는 점점 엄마를 낯설게 만들었고 작가는 결국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왜 엄마는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도대체 내가 알던 엄마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 물음을 통해 작가는 엄마를 치매환자가 아닌 한 명의 인간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본인 역시 늙어서 엄마의 뇌를 닮게 될 것임을 깨닫는다.

이 책은 전문의료진이 쓴 책이 아니다. 단지 한 명의 엄마를 이해하려는 ‘뇌과학 에세이’다. 누구나 아끼는 사람이 아프게 되면 그 분야에 대해 의사를 방불케 하는 의료지식을 쌓게 된다.

자식의 입장에서 책을 집필해서인가. 이 책의 구성은 다른 치매관련 서적과 큰 차이점을 보인다. 바로 자식의 입장에서 엄마의 뇌에 묻는 문답형식으로 구성돼있다. ▲나이 듦에 묻다 ▲집착을 묻다 ▲거부를 묻다 ▲분노를 묻다 ▲불면을 묻다 ▲우울을 묻다 ▲기억을 묻다 등 총 10장으로 구성돼있다. 그리고 자신의 눈물을 훔치듯 마지막에는 엄마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담담히 풀어냈다.

늙는다는 것, 신체의 노화와 정신의 노화는 거부할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다만 우리는 한 명의 자식이기에 그 자연의 이치가 우리 부모를 피해 가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바꾸려 하지 말자. 힘들겠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피해 갈 수 없다면 이 책을 통해 엄마의 뇌의 변화를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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