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㉘류머티즘환자, 면역력 강화가 답일까?
[이신규의 자가면역질환 이야기] ㉘류머티즘환자, 면역력 강화가 답일까?
  • 이신규 위너한의원 대표원장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9.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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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규 위너한의원 원장
이신규 위너한의원 원장

2000년 이후 건강과 관련해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 중 하나는 면역력일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병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에 관심을 둔다. 환자는 병을 극복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면역력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특히 면역체계의 이상반응으로 정상적인 신체조직을 이물질로 인식하고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환자들이나 암환자들은 특히 더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현대의학으로 풀 수 없는 희귀난치병이기에 면역력이 병을 치료 할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자가면역질환을 진단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면역억제치료를 시작한다. 몸의 과도한 면역반응이 염증과 통증을 유발하고 신체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에 일단 억제부터 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당장의 통증과 염증, 후유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부작용을 염려해야하고 면역억제치료를 받더라도 완치되긴 어렵다는 말을 듣게 되면 환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결국 다른 치료방법을 찾아보게 되고 많은 고민 끝에 한의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의원에 오신 자가면역질환환자분들은 대부분 면역력이 좋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면역력을 키우면 혹시 병원에서 받고 있는 면역억제치료와 반대되서 몸이 더 나빠지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시는 분들이 많다. 언뜻 단어만 보면 서로 정반대되는 개념의 치료로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자가면역질환환자는 면역력을 높여야할지 억제해야할지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자가면역질환환자는 면역력을 높여야할지 억제해야할지 혼란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단 면역력 강화라는 말에는 어폐가 있다. 만약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과도해진 자가면역질환환자에게 면역반응을 억지로 활성화시킨다면 굉장히 위험하다. 또 건강한 일반인에게도 불필요하게 면역반응을 항진시키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뿐만 아니라 면역체계의 균형을 깨트려 다른 질환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다행히 면역을 급격히 활성화시킬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아직 없다.
 
건강한 면역체계란 평소엔 잠잠히 있다가 적이 침입하면 빠르게 활성화돼 적을 제압한다. 전투가 끝난 후에는 다시 평소의 상태로 돌아와 잠잠해진다. 그래서 필자는 환자들과 상담을 할 때 면역력을 강화시킨다는 표현보다 안정을 되찾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한방치료의 목적은 이러한 면역체계의 안정에 있다. 병원에서 시행하는 면역억제요법과 같이 직접 면역체계에 인위적인 변화를 주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환자의 신체기능 중 취약한 부분을 한의학적으로 보완, 전신의 생리기능이 정상화되고 면역체계가 안정되도록 돕는 개념이다. 면역을 항진시키거나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 조절되게끔 도와주는 치료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면역의 순기능을 간접적으로 보조해줄 수 있고 이는 면역억제치료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된다. 면역억제치료는 면역의 역기능과 순기능이 함께 억제돼 염증이 줄어들면서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려면 면역의 역기능이 억제되고 순기능은 살아있어야한다. 한방치료가 이런 역할을 함으로써 면역억제치료가 필요한 자가면역질환환자들의 부작용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

면역체계는 단순히 강화시킨다고 표현하기에는 굉장히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갖고 있다. 면역체계의 일부분을 억제한다고 해서 완벽하게 억제되지 않는다. 또 면역체계의 일부분을 특별히 더 강화시키는 것도 어렵다.

면역은 상호작용하고 변화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하나의 생명체와 같다. 따라서 면역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지속될 수 없다. 면역시스템이 이에 적응함으로서 반작용이 생기거나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이 스스로 균형을 맞추면서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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