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조용히 반려동물의 장기를 망가뜨리는 ‘고혈압’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조용히 반려동물의 장기를 망가뜨리는 ‘고혈압’
  • 김진경 24시 해마루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9.2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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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경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원장
김진경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원장

간혹 반려견이 머리를 벽에 박고 움직이지 않거나 늑대 울음소리를 내는 행동을 보고 걱정이 돼서 내원하는 보호자를 만난다. 심한 경우 반려견이 발작을 하거나 갑자기 시력이 없어져서 급하게 동물병원에 오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 고혈압도 있다.

사람에게 고혈압은 ‘조용한 살인자’라고 불린다. 증상이 명확하지 않아 혈압을 연속으로 측정해 봐야 한다.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특히 노령견은 고혈압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정기 재검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의사의 가운을 보고도 흥분해 혈압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조용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휴식을 취한 후 표준화된 방법으로 여러 차례 혈압을 측정하고, 혈압이 높다면 2~3차례 동물병원에 방문해 지속적으로 혈압이 높은지 확인한다.

반려동물의 수축기 혈압이 160mmHg 이상이면 혈압이 높은 것으로 생각한다. 일반적으로는 수축기 혈압이 지속해서 180mmHg를 넘게 되면 고혈압으로 진단하고 원인을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한다. 고혈압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에는 신부전, 쿠싱병, 당뇨병과 같은 호르몬 질환과 부신종양 등이 있다. 이러한 원인이 있는 속발성(이차성) 고혈압이 있는 반면 원인이 확인되지 않는 본태성(원발성) 고혈압도 있을 수 있다. 후자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치료가 잘 안 될 수 있다.

혈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장기에서 고혈압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뇌, 안구, 심장, 신장이 그러하다. 발작이나 시력 소실은 고혈압에 따른 응급 증상이기 때문에 입원 치료하며 신속하게 혈압을 떨어뜨려야 한다. 그 외 행동 변화, 비특이적인 신경 증상, 음수량 및 배뇨량 증가, 단백뇨, 심잡음, 부정맥 등의 증상이 나타날 땐 신중하게 진단하고 혈압은 점차 조절해야 한다. 급격한 혈압 조절은 오히려 혈류순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 고혈압

필자가 일하는 곳은 이차진료 동물병원 특성상 주된 환자 연령층이 10세 이상 노령이다. 정기적으로 환자의 혈압을 측정하다가 고혈압이 확인되고 이를 유발하는 전신질환도 확인돼서 해당 질환을 치료해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하가 되도록 점진적 관리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간혹 서두에서 언급한 증상 때문에 응급실에 와서 혈압을 낮추는 약물 처치를 하며 단기간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고혈압약에는 안지오텐신변환효소억제제(ACEI), 칼슘통로차단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 소동맥혈관이완제 등이 있다. 약물 종류 및 용량을 환자에 맞게 쓰면서 정기 검사를 진행해 나간다. 사람은 고혈압 치료를 위해 체중조절, 저염식 등이 추천되기도 하지만 반려동물은 그 효과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은 사람보다 고혈압을 진단, 치료하는 게 어렵다. 하지만 보호자의 관심과 정기 검진을 통해 더 심각한 질환으로 진행하지 않도록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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