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C형간염 집단감염사건 4년…우린 무엇을 해야할까
[특별기고] C형간염 집단감염사건 4년…우린 무엇을 해야할까
  •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desk@k-health.com)
  • 승인 2019.09.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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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윤구현 간사랑동우회 대표

2015년 서울 양천구의 한 의원에서 터진 C형간염 집단감염사건은 국민에게 낯설었던 만성C형간염을 익숙한 병으로 만들어줬다. 뒤이어 원주, 서울 동작구에서 더 큰 규모로 C형간염 집단감염사건이 연이어 발생했고 정부는 부랴부랴 ‘C형간염 예방 및 관리 대책’을 발표했다.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마찬가지로 혈액으로 전염되는 병이다. 매우 효과적인 예방접종이 있어 이제는 새로운 환자가 안 생기다시피 한 B형간염과 달리 C형간염은 예방접종이 없다.

C형간염은 B형간염과 또 큰 차이가 있다. 완치할 순 없고 바이러스를 억제하면서 평생 관리해야하는 B형간염과는 달리 C형간염은 완치가 가능하다. 그것도 짧게는 두 달, 길어야 넉 달간 하루에 한 번씩 약을 먹으면 99% 완치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왜 이렇게 B형간염과 C형간염이 문제가 될까.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간암이 많이 생기는 나라였다. 지금도 간암은 두 번째로 사망자가 많은 암이며 남성에서는 다섯 번째로 많이 생기는 암이다.

보통 과로하거나 술을 많이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나라에 간암과 간경변이 많은 이유는 이 요인들 때문이 아니다. 간암환자 4명 중 3명은 만성B형간염환자·보유자이며 10명 중 1명은 C형간염환자다. 여러분이 만성B·C형간염환자가 아니고 알코올 중독자가 아니면 평생 간질환으로 고생할 일은 없다. 요즘은 심한 복부지방 때문에 생기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문제가 점점 커지고 있기는 하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간암 사망자는 서서히 줄고 있다. 간경변 사망자는 20년간 6분의 1로 줄었다. B형간염을 잘 치료하고 관리한 덕이다. 얼마나 잘했으면 2008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서태평양 지역 최초로 B형간염관리인증을 받았다. 태어나는 아이들의 97%가 예방접종을 세 번 다 맞고 있으며 이런 아이들은 평생 B형간염에 안 걸릴 것이다.

문제는 C형간염이다. 1992년에야 검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전에 수혈받은 사람들은 모두 C형간염 가능성이 있다. 예방접종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피할 방법도 없다. 혈액으로 감염되는 것이니 피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하겠지만 멀쩡한 병원을 다니던 환자 수백명이 C형간염에 걸렸다.

2006년 MBC PD수첩은 치과위생을 고발하는 방송을 내보냈는데 이 문제는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치과 감염관리를 위한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C형간염 예방을 위해 손톱깎이, 면도기 등 피부에 상처를 낼 수 있는 도구를 다른 사람과 같이 쓰지 말라고 하지만 대중 목욕탕에 있는 손톱깎이를 쓰면서 C형간염을 생각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네일숍, 피어싱, 문신하는 곳이 의료기관만큼 기구 소독을 철저히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일상생활에서도 C형간염에 걸릴 위험이 있지만 크게 문제되지 않는 이유는 환자수가 적기 때문이다. 1000명 중 3명 정도고 나이에 따라 차이가 커서 20~30대는 1000명 중 1명이 안 된다. 하지만 40세 이상은 1000명 중 5명 정도다.

우리가 C형간염을 걱정하지 않게 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자를 찾아 치료하는 것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할 필요도 없고 40세 이상의 모든 사람이 4000원 정도만 내고 검사받으면 된다. 집단감염사건 이후 정부 대책에 있는 내용이고 이 사건이 아니더라도 세계보건기구가 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다.

필자는 2006년부터 수혈로 병에 걸리는 사람들의 보상을 결정하는 정부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그간의 의학지식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수혈로 C형간염에 걸리지 않는다. 2010년 이후 단 한 명도 없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 C형간염에만 매년 수백억의 검사비를 쓰고 있다.

전문가들의 제안은 몇 년에 걸쳐 40세 이상의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C형간염검사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 돼 있는 검진사업이 있기 때문에 한 사람당 4000원 정도의 검사비 외에는 추가되는 비용도 없다.

정부는 환자수가 너무 적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C형간염 검사를 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약 4000원짜리 검사다. 한 명의 환자가 생기면 1000만원 이상의 약값이 들고 이 비용은 대부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

과거 사고를 일으킨 세 병원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50~100억원 정도를 더 써야 했다. 한두 해 헌혈자 검사비를 쓸 돈이면 40세 이상의 모든 국민의 C형간염검사를 할 수 있다. 검사가 늦어져 2015년의 감염사건이 한 번 더 생기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수십억원을 더 써야한다. 검사가 늦어져 간암환자가 한 명 생기면 수천만원을 쓰고 한 가정이 흔들린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한 가지 팁을 주겠다. 세 병원에서 생긴 감염사고는 의료사고이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이 아니라 병원 또는 의사가 치료비용을 부담해야한다. 병원 또는 의사가 배상할 돈이 없다면? 우리나라는 의료사고 가해자가 배상할 능력이 없을 때를 대비해 모아 놓은 돈이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수십억원의 돈을 받을 수 있는데 왜 아직 미루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돈이면 전 국민 검진비용 상당 부분을 댈 수 있는데 말이다.

TIP. 간사랑동우회는?

간사랑동우회는 간염, 간경변, 간암 등 간질환 환자들과 가족, 의료인이 함께하는 모임으로 질병정보부터 사회적 문제까지 간질환의 인식증진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대책 마련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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