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중이염, 이제 절개 부담 없이 수술받으세요”
“만성중이염, 이제 절개 부담 없이 수술받으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09.24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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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준호 교수, 세계 최초 ‘외이도 절개 없는 만성중이염 수술법’ 개발
안면신경·미각신경 손상위험 낮추고 회복 및 청력개선율은 높여
중이염 동반 난청환자에도 적용 시 부작용 줄일 수 있어

중이염은 일교차가 큰 환절기 감기와 함께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이관을 통해 코와 연결돼있는 중이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인데 특히 아이들은 성인보다 이관이 짧고 직선으로 돼 있어 콧물과 함께 세균이 귀로 흘러 들어가면서 중이염에 잘 걸린다.

무엇보다 중이염은 만성화되기 전 빨리 치료해야한다. 3개월 이상 염증이 완전히 치료되지 않으면 만성중이염으로 악화돼 난청까지 발생할 수 있다. 염증이 심해지면 소리 전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소골(중이 안에 위치한 작은 뼈)까지 손상돼서다. 이 정도 상태가 되면 약물로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해 결국 수술을 고려해야한다.

■외이도 절개과정 X→회복·청력개선율↑, 합병증↓

중이염수술은 환자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만성염증이 존재하는 유양돌기(귓바튀 뒤편 밑쪽의 꼭지모양으로 뻗은 관자뼈의 일부분) 뼈를 제거하고 중이 내부를 깨끗이 정리하고 고막을 새로 만들어주는 고실성형술을 함께 시행한다.

하지만 이때 귀 입구에서 고막에 이르는 외이도 피부까지 반드시 절개해야해서 회복까지 최소 두 달이 소요되고 수술 중 절개부위 바로 옆에 위치한 안면신경과 미각신경을 건들기라도 하면 마비위험도 있다고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의료진이 외이도 절개 없는 만성중이염 수술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치료 전망을 환히 밝혔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은 이비인후과 이준호 교수가 ‘확장형 상고실개방술 및 무-외이도절개접근법’을 개발했다고 전했다.

이준호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일단 이 수술법은 기존 수술법과 달리 외이도를 절개하지 않고 안면신경과 미각신경이 위치한 곳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연결통로를 만들어 염증이 존재하는 뼈를 안전하게 제거한다. 덕분에 회복이 빠를 뿐 아니라 미각마비(고삭신경)나 안면신경마비 같은 후유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수술과정에서 소리를 전달해주는 이소골(중이 안의 작은 뼈) 주변을 정리하기 때문에 청력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수술법은 외이도 절개 후 안면신경과 미각신경 사이에 구멍을 내 뼈를 제거하기 때문에 후유증 발생위험이 높고 회복도 더뎠다.

만성중이염의 기존 수술방식과 이준호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수술방식 비교 그림. 기존 수술법(왼쪽)은 외의도 절개 후 안면신경과 미각신경 사이에 구멍(제거부위)을 내야하기 때문에 수술이 까다롭고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새로운 수술법(오른쪽)은 수술 시 구멍을 내는 부위(파란색 영역)가 신경과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기존 수술법보다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만성중이염의 기존 수술방식과 이준호 교수가 개발한 새로운 수술방식 비교 그림. 기존 수술법(왼쪽)은 외이도 절개 후 안면신경과 미각신경 사이에 구멍(제거부위)을 내야하기 때문에 수술이 까다롭고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았다. 하지만 새로운 수술법(오른쪽)은 수술 시 구멍을 내는 부위(파란색 영역)가 신경과 거리를 유지하기 때문에 기존 수술법보다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새 수술법 효과 확인, 중이염 동반 난청환자에도 도움

실제로 이준호 교수는 새 수술법 개발 후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만성중이염환자 79명 가운데 37명에게 이를 적용했다. 그 결과 새로운 수술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의 평균 회복기간은 2.7주로 기존 수술법으로 치료받은 환자들(5.7주)보다 2배 이상 줄었음을 확인했다(p<0.001).

후유증 발생확률도 훨씬 낮아졌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에 따르면 기존 수술법으로 치료받은 환자군(42명)에서는 수술 후유증 발생률이 33.3%(14명)인 반면 새 수술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에서는 16.2%(6명)로 2배 이상 낮았으며 ‘일시적인 미각 변화’ 같은 경미한 후유증이 대부분이었다.

또 수술 3개월 뒤 청력을 비교한 결과 새 수술법에서 청력개선율이 기존 수술법보다 10% 가량 높았다(이차 청력개선술 시행 전 초기 개선율, 기존 수술법 31.0% vs 새 수술법 40.9%).

이준호 교수는 “새 수술법을 통해 유양돌기 환기상태를 기존 수술법보다 더 안정적으로 조절하고 수술 뒤 발생하는 고막 내 염증을 최소화한 것이 청력회복에 도움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새 수술법은 만성중이염뿐 아니라 중이염이 동반된 감각신경성 난청환자에도 도움이 된다”며 “인공와우를 삽입해 귓구멍과 이관을 영구적으로 막는 추체아전적출술 대신 새 수술법을 적용하면 기존 수술법으로 발생했던 영구적인 귀 먹먹함 같은 부작용을 피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수술법은 세계적 이비인후과 학술지인 ‘유럽 이비인후과 아카이브(European Archives of Oto-Rhino-Laryngology)’ 7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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