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끔찍한 통증 부르는 고양이 췌장염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끔찍한 통증 부르는 고양이 췌장염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09.26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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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췌장은 평소에는 참 조용한 장기다. 엑스레이를 찍는다고 보이지도 않고 복부 초음파검사에서도 위 밑에 숨어서 보일 듯 말 듯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그런데 조용한 사람이 화가 나면 더 무서운 것처럼 췌장이 화가 나면 너무 무섭다. 오늘은 개를 키우는 보호자도 고양이를 키우는 보호자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췌장염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동물의 췌장은 크게 두 가지 기능을 한다. 섭취한 음식물을 분해하는 소화효소, 즉 췌장액을 만들어 십이지장으로 배출하는 외분비 기능과 인슐린을 만들어서 혈당을 조절하는 내분비 기능이다. 개는 지방이 많은 음식물을 갑자기 많이 먹으면 췌장염이 발병하기도 하지만, 고양이는 고지방식이와 췌장염 발병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다. 사실 고양이는 췌장염을 유발하는 원인 자체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그래서 관리하기가 더 까다롭다.

수의사인 필자가 확실히 아는 것은 췌장염이 발병한 개나 고양이는 정말 아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양이는 그 모습 자체가 아주 애매하게 나타날 때도 많기 때문에 보호자는 특히 더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구토를 가끔 하거나 변이 조금 묽은 정도의 심하지 않은 소화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고, 그냥 무기력하고 불쾌해 보이고 불편해 보이고 식욕이 감소해서 아픈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애매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많다. (고양이 내과학책에 서술된 췌장염에 걸린 고양이의 증상 묘사도 이렇게 애매하다.)

이후 증상이 심해지면 구토를 심하게 하고 식욕이 아예 없고 만지기만 해도 아파하는 정도로 진행된다. 이런 고양이는 탈수, 전해질 불균형은 물론이고 담관염, 담낭염, 지방간, 황달, 당뇨, 신부전 등의 심각한 상황을 동반하게 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췌장염은 절대 간과할 수 있는 질병이 아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동반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만의 묘한 소화기 구조 때문이다. 담즙이나 췌장액이 각기 다른 관을 타고 소장으로 분비되는 개와 달리, 고양이는 췌장액을 분비하는 관과 담낭에서 담즙을 분비하는 관이 합해져 하나의 관을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된다. 이런 이유로 췌장염이나 담낭염이 생기면 췌장, 담낭, 간, 소장 전체가 영향을 주고받아 상황을 더 악화시키기 쉽다.

고양이는 세동이염 혹은 삼분기염(Triaditis)이라고 명명된 질병이 있을 정도로 담낭-간-췌장 문제는 서로 얽히고설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염증성 장질환, 이물섭취 등과의 감별 진단이 필요하고 확진이 까다롭기 때문에 방사선검사, 초음파검사와 췌장 특화효소의 검사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극적인 치료에 들어가야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만성형 췌장염을 막을 수 있다. 췌장염을 앓는 환묘는 대부분 탈수와 전해질 불균형, 식욕부진이 나타나므로 적극적인 수액치료를 위해 입원하게 된다. 하지만 식욕이 잘 유지되는 환묘라면 통원치료가 가능하다. 항구토제, 진통제, 식욕촉진제 등의 처방과 더불어 영양공급, 장기적인 식이 조절이 중요하다. 노령묘는 이미 지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더욱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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