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혈전제 신약, 기존 약보다 출혈 발생률 두 배 이상 높아”
“항혈전제 신약, 기존 약보다 출혈 발생률 두 배 이상 높아”
  • 최준호 기자 (junohigh@k-health.com)
  • 승인 2019.09.3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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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박승정 석좌교수팀 및 은평성모병원 권오성 교수 연구팀 연구결과 발표
한국인에 맞춘 약물 용량 가이드라인 정립해야
급성심근경색 치료 후 복용하는 항혈전제 신약을 국내 환자들에게 국제 기준과 동일하게 사용하면 기존 항혈전제에 비해 출혈 합병증 발생률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급성심근경색 치료 후 복용하는 항혈전제 신약을 국내 환자들에게 국제 기준과 동일하게 사용하면 기존 항혈전제에 비해 출혈 합병증 발생률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급성심근경색 치료 후 복용하는 항혈전제 신약이 기존 항혈전제보다 출혈 합병증 발생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국내 환자에게 항혈전제 신약을 국제 기준과 동일하게 사용하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와 박덕우 교수 및 은평성모병원 권오성 교수 연구팀은 국내 10개 심장센터에서 2014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급성심근경색 발생 후 항혈전제 신약과 기존 항혈전제를 사용한 환자 800명의 1년간 출혈 합병증 발생을 비교한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급성심근경색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질환으로 막힌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해 뚫어주거나 다른 혈관을 이어주는 관상동맥우회술을 시행해 치료한다. 치료 후에는 혈관이 다시 막히지 않도록 반드시 항혈전제를 복용해야한다.

최근 개발된 항혈전제 신약은 개발 후 2009년 미국, 유럽 등 해외 여러 나라에서 약 2만 명의 심근경색환자를 대상으로 연구를 시행해 기존 항혈전제보다 뛰어난 유효성 및 안정성이 입증됐다. 국내에서도 2013년 초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돼 환자들에게 사용됐다.

하지만 항혈전제 신약 사용 이후 국내 환자들의 출혈 합병증 발생사례가 잇다라 보고되면서 안정성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연구팀은 항혈전제 신약 안정성 평가를 위해 급성심근경색 후 1년 동안 기존의 항혈전제(클로피도그렐, clopidogrel)를 복용한 400명과 항혈전제 신약(티카그렐러, ticagrelor)을 복용한 400명, 총 8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배정연구를 진행했다.

표준 치료 지침에 따라 기존 항혈전제 복용 환자들은 매일 75mg 한 알을 하루 한 번 복용했고 항혈전제 신약은 매일 90mg 한 알을 하루 두 번(총 180mg) 복용했다.

그 결과 신약에서는 1년간 출혈 합병증이 전체 환자의 11.7%에서 발생했고 기존 치료제는 5.3%에서 발생해 출혈 합병증 발생률이 2배 이상 높았다. 또 심장이나 뇌출혈 등의 생명과 직결된 출혈 발생률 또한 신약을 복용한 환자는 전체의 7.5%로 나타나 기존 치료제의 4.1%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효성 지표인 심혈관질환,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은 신약에서 9.2%, 기존 치료제에서 5.8%로 통계학적 유의한 차이는 없었으며 다른 합병증 발생률에서도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연구책임자인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석좌교수는 “제약회사 주도의 임상연구와 달리 임상진료 현장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안정성을 다시 확인하고 최선의 치료법을 찾고자 하는 ‘공익적 임상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한국형 임상연구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급성심근경색 후 반드시 복용해야하는 항혈전제 신약의 안정성을 재평가함으로써 국민건강에 기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전했다.

연구 제 1 저자인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연구결과에서 입증됐듯이 한국인에게 맞는 적정용량을 찾아 출혈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올바른 치료 가이드라인을 정립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적 규모의 심장중재시술분야 학회인 미국 중재시술학회(TCT학회)에 발표됐으며 심장분야 최고 권위지인 ‘서큘레이션(Circulation, 피인용지수 23.05)’에 개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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