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손길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 어루만집니다”
“세심한 손길로 아이들의 몸과 마음 어루만집니다”
  • 최준호 기자 (junohigh@k-health.com)
  • 승인 2019.09.30 1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아수술 명의 장혜경 경희대병원 소아외과 교수

소아는 단 세 가지만 잘하면 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 이 중에서도 잘 싸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아이가 어떤 상태의 변을 보는지 또 얼마나 자주 변을 보는지 등을 통해 부모는 아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바로 ‘선천성 거대결장’에 걸린 아이다.

선천적인 질환이다 보니 예방이 불가능하고 유일한 치료방법은 외과적 수술뿐. 게다가 소아는 단순히 성인의 축소판이 아니다. 대사과정, 신체 성숙도, 손상에 대한 반응이 성인과는 천차만별이라 수술할 때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어린아이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의사가 있다. 장혜경 경희대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소아를 전문으로 진료하면서 소아외과 저변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장혜경 교수는 “소아외과는 아이들이 크면서 병이나 장애로 차별받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진료과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국내에서 소아외과가 점점 줄고 있는데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혜경 교수는 “소아외과는 아이들이 크면서 병이나 장애로 차별받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한 진료과라고 생각한다”며 “현재 국내에서 소아외과가 점점 줄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선천적 소아질환은 반드시 소아외과에서

보통 수술은 일반외과에서 한다. 하지만 소아수술은 반드시 소아외과에서 해야한다. 장혜경 교수는 그 이유를 ‘치료방법’과 ‘수술도구의 차이’ 두 가지로 설명한다.

“소아질환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발생합니다. 당뇨, 고혈압 등 성인병과는 종류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보니 치료방법도 달라집니다. 문제는 소아전문의가 아니라면 소아질환을 접할 기회 자체가 적어 수술에 꼭 필요한 경험을 쌓거나 관련 교육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죠. 게다가 소아질환을 수술할 때 사용하는 도구는 성인에 비해 훨씬 작고 정교해 성인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의사는 아무래도 적응하기 어렵습니다.”

■장이 늘어나 커 보이는 ‘선천성 거대결장’

장혜경 교수는 소아선천성기형, 미숙아 수술, 미세침습수술 등이 전문이다. 이 중 ‘선천선 거대결장’이라는 질환을 부모가 꼭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선천성 거대결장을 단어 그대로 풀어보면 ‘태어날 때부터 결장(대장의 일부)이 큰 질환’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더 정확한 표현은 ‘크게 보이는 것’이다.

“장운동을 결정짓는 장관신경절 세포는 태아시기 입에서 항문으로 이동하면서 장 곳곳에 분포하게 됩니다. 그런데 선천성 거대결장에 걸린 아이는 신경이 이동하다가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중간에 멈춥니다. 신경분포가 멈춘 부분을 기점으로 그 아래에 위치한 장에는 신경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장에 신경이 없으면 모양과 근육이 정상이어도 쪼그라들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장이 쪼그라든 부분은 움직임이 없다보니 변이나 가스가 제대로 배출되지 못하고 정상적인 부분까지만 이동하면서 점차 쌓인다. 변이나 가스가 배출되지 못하고 쌓이면 장은 점점 늘어나고 커질 수밖에 없다.

장혜경 교수는 “이런 현상을 처음 눈으로 봤을 때 태어날 때부터 장이 크다고 생각해 선천성 거대결장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며 “실상은 장이 늘어난 부분 아래쪽에 신경절세포가 없어 이 같은 문제가 생긴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천성 거대결장이 의심되면 치료는 필수

선천성 거대결장의 증상은 변비, 장염 등이다. 특별한 질환에 걸리지 않더라도 생길 수 있는 다소 흔한 증상이다. 신경이 분포되지 않은 부분이 짧다면 증상이 나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치료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신경이 분포되지 않은 부분이 1~2cm 정도로 짧은 경우 정상적인 부분에 있는 변이 비정상적인 부분에 쌓인 변이나 가스를 밀어내기 때문에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를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치료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장혜경 교수는 “바람이 빠져 축 늘어진 풍선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고 조언했다. 풍선이 크게 부풀었다가 바람이 빠지면 이전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고 흐물흐물해지는 것처럼 장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10~20년 장기간 치료하지 않으면 변과 가스가 계속 쌓이면서 장이 늘어납니다. 이는 장이 탄력 잃은 풍선처럼 헐면서 세균감염에 취약해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 세균성 장염에 걸리기 쉬워지고 심하면 패혈증까지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선천성 거대결장으로 장이 약해져 걸리는 장염이나 변비는 일반적인 장염, 변비와는 달리 치명적이어서 반드시 치료해야한다. 장혜경 교수는 “부모는 선천성 거대결장이라는 질환을 인지하고 아이에게 장염이나 변비가 흔하게 발생한다면 바로 소아외과를 방문해 진료받아야한다”고 조언했다.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장 기능은 커가면서 정상화

우선 장염이나 변비 증상이 있는 아이가 병원을 방문하면 엑스레이, 대장조영검사를 통해 장의 크기 및 상태 등을 살펴본다. 만일 선천성 거대결장이 의심될 정도로 장이 크게 보인다면 조직검사를 통해 장의 신경절세포 유무를 확인한다.

이후 조직검사를 통해 신경세포가 없다고 판별되면 선천성 거대결장을 확진하고 유일한 치료법인 수술을 실행한다. 수술방법은 간단하다. 신경세포가 없는 비정상적인 장을 제거하고 정상적인 부분과 항문을 이어주면 된다.

“주로 문제가 발생하는 부위는 항문과 가까운 직장과 s결장의 연결부위입니다. 선천성 거대결장을 앓는 아이의 80%가 여기에 해당하죠. 이런 경우 비정상적인 장을 항문 근처로 끌어내린 뒤 절제하고 정상적인 부분을 항문과 이어주는 수술을 실행합니다. 미용, 기능 모든 면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대표적인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장을 제거하는 수술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장 길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모는 아이의 장 기능이 약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일 수 있지만 문제없다.

장혜경 교수는 “장은 10~20cm를 잘라내도 수분 및 영양소 흡수기능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수술만 잘되면 아이는 커가면서 잘 적응하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장혜경 교수는 “아이가 진료를 보고 나갈 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는 성인과 달리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말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아이의 상태를 잘 이해하고 달래가면서 세심하게 진료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장혜경 교수는 “아이가 진료를 보고 나갈 때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는 성인과 달리 어디가 어떻게 아프다고 말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상태를 잘 이해하고 달래가면서 세심하게 진료하려고 노력한다”고 전했다.

■수술 후 부모의 지속적인 관찰이 중요

수술은 의사가 하지만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수술 후 적응기간에는 변을 지리는 현상이 흔합니다. 항문이 헐고 주변에 피부염, 발진 생길 수 있어 평소 부모의 지속적인 관찰과 관리가 중요합니다. 또 수술상처가 잘 아물고 있는지도 틈틈이 확인해야합니다. 수술이 주로 항문 안쪽에서 이뤄지다보니 문합부위가 잘 아물고 있는지 혹은 터지지는 않았는지 부모가 직접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병원을 꾸준히 방문해 예후를 체크해야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