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큰 뜻, 왜 몰랐을까”
“MB의 큰 뜻, 왜 몰랐을까”
  •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13.08.30 13: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통해 녹조현상을 확산시킨 건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갑자기 지난 정권 내내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만 했던 게 머쓱해진다. 이 전 대통령님, 저는 몰랐습니다. 그런 큰 뜻이 있었다는 걸.

 

“12~13세 소년· 소녀 3명이 강이나 호수 등에서 수영하던 중 파울러자유아메바 (Naegleria fowleri)라는 일명 ‘뇌 파먹는 아메바’가 몸속에 침투했다. 감염자들은 두통과 고열, 20여 차례가 넘는 구토, 뇌수막염 등의 증세를 보이다 3~7일 후 사망했다.”

 

미국 이야기긴 하지만 이런 기사를 보면 덜컥 공포감이 든다. 뇌 속으로 침투하는 아메바라니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지 않는가? 파울러자유아메바는 가시아메바와 더불어 흙이나 물속에 사는 소위 자유생활아메바로 수영하는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곤 한다. 일단 콧속으로 침투한 뒤 후각신경이 드나드는 통로를 통해 뇌로 가서 뇌수막염을 일으키거나 눈으로 가서 각막염을 유발한다. 이 기생충이 무서운 것은 치료약이 없고 치사율이 높다는 거다.

 

미국 질병통제본부에 따르면 2005년부터 올해까지 무려 32명이 사망했다. 올해 사망한 12세 소녀는 아칸소주(州)에 있는 워터파크에서 자유생활아메바에 걸려 충격을 줬다.

 

놀라운 사실은 우리나라에도 이 자유생활아메바가 있다는 점이다. 드물게 있는 것도 아니고 흙이나 고인 물 같은 데를 뒤지면 비교적 쉽게 이 아메바를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선 자유생활아메바가 별로 유명하지 않은 걸까?

 

이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뇌수막염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두 명에 불과하며 최근 십 년 동안은 환자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아예 없다. 즉 우리나라는 미국에 비해 자유생활아메바에 대해 안전하단 얘기다. 이 비결에 대해 각계각층의 인사들은 다음과 같은 대답을 하지 않을까 싶다.

 

이명박 (73세. 전 대통령) = 제가 4대강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녹조를 확산시켜 자유생활아메바를 억제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저를 욕하신 분들 서운합니다.

 

원세훈 (63세. 전 국정원 원장) = 자유생활아메바는 우리나라 종북세력이 체제전복을 위해 퍼뜨린 겁니다. 댓글달기 등을 통해 종북세력을 박멸시키면 저절로 없어집니다.

 

김기춘 (75세. 현 대통령 비서실장) = 아메바 이거 큰 문제입니다. 이럴수록 특정지역 사람들끼리 뭉쳐야 합니다. 우리가 남입니까?

 

김한길 (61세. 민주당 대표) = 자유생활아메바는 물을 가까이 하면 걸린다고 합니다. 여러분, 제가 천막에 사는 이유를 이제야 아셨죠?

 

박모씨 (62세. 고위층) = 자유생활아메바는 코나 입을 통해 뇌로 들어갑니다. 제가 평소 입을 닫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아메바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저더러 왜 말을 안 하냐고 추궁했던 분들, 자기 자신부터 개혁하세요.

 

진짜 비결은 뭘까? 이십년간 자유생활아메바를 연구한 전문가 선생님께 전화를 한 결과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었다.

 

“콘택트렌즈를 쓰다가 자유생활아메바가 눈을 침범한 환자는 꽤 많이 있습니다. 각막에 궤양이 생겼다든지 각막염이나 결막염이 생긴 분들 중 자유생활아메바가 원인인 경우가 많지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뇌수막염 환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미국과 달리 수영을 할 수 있는 민물이 별로 없어서가 아닐까 싶네요.”

 

우리나라 호수를 보면 물이 더러워 수영을 하고픈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으니 그렇게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성싶다. 저 위에다 쓸 때만 해도 반은 농담이었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을 통해 녹조현상을 확산시킨 건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갑자기 지난 정권 내내 4대강 사업에 대해 비판만 했던 게 머쓱해진다. 이 전 대통령님, 저는 몰랐습니다. 그런 큰 뜻이 있었다는 걸.

 
대만 노인의 뇌척수액에서 발견된 파울러자유아메바. 오른쪽 동그란 것은 아메바가 적혈구를 먹는 장면이다. 기생충학잡지 2013년 51(2): 203-206 참조.








 

<서민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