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효소액 vs 발효액 vs 청(淸), 그 가깝고도 먼 사이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효소액 vs 발효액 vs 청(淸), 그 가깝고도 먼 사이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02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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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어느 식당에 가보면 입구 한 켠에 다양한 액체가 담겨져 있는 갖가지 병들을 볼 수 있다. 거기에는 ‘○○효소액’이라는 서로 다른 이름의 수십 가지 병들이 있다. 언뜻 보면 발효 중인 같기도 하고 청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효소액, 발효액 그리고 청(淸)은 서로 어떤 차이가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은 이 용어들을 헷갈려한다. 청을 만들어 놓고 발효가 잘되고 있다고 하고 발효가 되고 있는 것을 갖고 청이라도 한다. 또 발효액이나 청을 만들어 놓고 여기에 효소가 가득 포함돼 있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효소란 동식물에 포함돼 있으면서 음식물을 소화·흡수시켜서 에너지 대사과정에서 필요한 촉매제로 대부분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자연계에는 대략 5000 종류 이상의 효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의 경우 직접 만들어내기도 하고 곡물이나 과일 등의 식물에도 자체적으로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의 침에는 아밀라제(탄수화물 분해), 리파제(지방 분해), 프로테아제(단백질 분해)가 있고 위장관에서는 단백질을 분해는 펩신이나 트립신도 효소로 분비된다. 무에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아밀라제가 있고 파인애플이나 키위 등에는 단백질 분해효소가 포함돼 있다. 고기를 재울 때 파인애플이나 키위를 넣는 것은 연육작용(식재료의 질감을 연하게 하는 것)을 위해서다.

젓갈류나 발효식품 등에도 다양한 효소가 포함돼 있다. 특정 식재료 자체에 포함돼 있지만 발효·숙성되는 과정 동안 미생물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새우젓에는 단백질 분해효소와 지방분해 효소가 포함돼 있어서 돼지고기를 먹을 때 함께 먹으면 소화흡수가 촉진된다. 청국장이나 나토에는 나토키나제라는 혈전용해작용을 나타내는 효소가 풍부하다.

그렇다면 발효액과 청에는 효소가 포함돼 있을까? 우선 발효액과 청을 구분해보자. 발효액과 청의 가장 큰 차이는 주된 식재료의 성상변화에 있다. 발효액은 해당 식재료가 미생물에 의해서 분해과정을 거치지만 청은 식재료를 보관하기 위한 당장법(糖藏法)의 일종으로 해당식재료는 분해되지 않는다.

이러한 결과의 차이는 바로 당분의 농도에서 비롯된다. 발효가 진행되기 위해서는 당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낮아야하고 청처럼 저장을 위해서는 미생물이 살 수 없을 정도로 높아야 한다. 따라서 청을 만들 때는 식재료와 설탕의 비율이 1:1 이상으로 많은 양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을 보면 발효액과 청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 “올여름에 담군 매실청이 발효가 아주 잘되고 있어”라고 자랑한다면 이것은 무지에서 비롯된 난센스다. 제대로 만든 청은 당도가 높아서 발효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설탕을 적게 넣어 발효액을 만들어 놓고 청을 만들었다고 하는 것도 잘못된 표현이다.

대충 눈치를 챘겠지만 당연히 발효액에는 효소가 포함돼 있다. 식재료 자체가 분해되면서 자체적으로 갖고 있는 효소와 함께 미생물에 의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효소가 포함될 것이다.

반면 청에는 효소가 아예 없거나 거의 없다. 물론 식재료 자체가 갖고 있는 효소는 해당 식재료 속에 남아있겠지만 청으로 빠져나온 액에는 삼투압 작용에 의해 수용성 비타민, 카로티노이드 색소, 유기산 등만 녹아난다.

결론적으로 어떤 재료냐에 따라 효소의 종류와 양은 달라지겠지만 발효액을 효소액이라고 불러도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을 효소액으로 불러서는 안 된다. 효소는 발효액에는 포함돼 있지만 청에는 없기 때문이다. 또 청은 발효액도 아니다. 청은 발효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효소액, 발효액 그리고 청. 이들은 가깝고도 먼 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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