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젊은 유방암환자 多…“단순 치료 넘어 ‘삶’까지 들여다봐야”
우리나라는 젊은 유방암환자 多…“단순 치료 넘어 ‘삶’까지 들여다봐야”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08 10: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노우철 원자력병원 외과 과장(전 원자력병원장)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유독 폐경 전 젊은 유방암환자들의 비중이 높다. 폐경 전 유방암은 진행속도가 빠른 데다 재발·전이위험마저 높다고 알려졌지만 젊은 유방암환자의 치료옵션들이 늘어나고 있어 절망은 이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유독 폐경 전 젊은 유방암환자들의 비중이 높다. 무엇보다 이들은 한창 사회에서 활발히 활약할 때로 단순 치료효과뿐 아니라 삶의 질적인 부분까지 고려한 맞춤치료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10월은 핑크빛 물결이 수를 놓는 ‘유방암 예방의 달(핑크리본은 유방암을 상징)’이다. 유방암은 전 세계적으로 발병빈도 1위의 여성암으로 보통 중장년 여성에서 발생위험이 높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서구와 달리 폐경 전 젊은 유방암환자의 비율이 46.5%로 높은 편이다. 한국유방암학회에 따르면 서구 여성은 나이 들수록 유방암 발생빈도가 증가하지만 우리나라 여성은 50대까지 꾸준히 증가하다 그 후로는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40대 젊은 환자의 발생률이 높다고 알려졌다. 40대 이하 환자 역시 13%로 서구보다 약 2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노우철 원자력병원 외과 과장(전 원자력병원장)은 꾸준한 연구 및 학회활동을 통해 일찍이 젊은 유방암환자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데 구슬땀을 흘려왔다. 최근에는 폐경 전 유방암환자들의 치료 가이드라인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또 한 번 희망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난소기능억제 추가 치료효과 입증한 ‘ASTRRA’ 연구

한창 꽃피울 나이에 받은 암 진단도 청천벽력인데 40세 이전 여성에 발생한 유방암은 특성마저 공격적이고 암의 진행속도도 빠르다고 알려졌다. 또 전이와 재발위험도 높아 환자들은 이에 대한 두려움도 안고 살아가야 한다.

그래도 절망은 이르다. 젊은 유방암의 이러한 고약한 특성을 감안해 어떻게서든 환자들의 고통을 줄여보려는 학계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최근 노우철 과장은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 2018년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발표한 ASTRRA 연구가 미국 임상종양학회 학술지 임상종양학저널 2019년 9월호에 게재된 것.

ASTRRA는 폐경 전 젊은 유방암환자의 난소기능억제 치료효과에 관한 연구다. 특히 노우철 과장은 폐경 전 젊은 유방암환자들이 항암치료 후 난소기능이 회복됐을 때 추가로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받는 것이 재발위험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노우철 과장은 “우리나라 유방암은 분명 서구와는 다른 특성이 있어 이에 맞춘 치료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꾸준한 연구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비중이 높은 젊은 유방암환자들을 위한 치료 길을 활짝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노우철 과장은 “우리나라 유방암은 분명 서구와는 다른 특성이 있어 이에 맞춘 치료 가이드라인 정립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꾸준한 연구활동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비중이 높은 젊은 유방암환자들을 위한 치료 길을 활짝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국내 유방암 치료 선도 역량 당당히 증명하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모르지만 유방암의 주요 발병원인은 에스트로겐의 장기간 노출로 알려졌다. 때문에 폐경 전 유방암환자들은 에스트로겐 생성을 막거나 작용하지 못하게 하는 호르몬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폐경 전 유방암환자들이 항암치료 후 난소기능이 회복됐을 때도 과연 추가적으로 난소기능억제 치료를 받는 것이 도움이 될지는 불투명했다.

이에 노우철 과장은 폐경 전 유방암환자 1483명을 대상으로 항암치료 후 난소기능이 회복된 경우 타목시펜(호르몬제)을 5년간 복용한 그룹과 여기에 난소기능억제 치료 2년을 동시에 적용한 그룹의 5년 무병 생존율을 비교하는 연구에 돌입했다.

그 결과 난소기능을 억제한 그룹에서 5년 무병 생존율은 91.1%, 5년 전체 생존율은 99.4%로 이는 난소기능 비억제그룹(5년 무병 생존율 87.5%, 5년 전체 생존율 97.8%)보다 유의하게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노우철 과장은 “그간 학계에서는 난소기능을 조절해 유방암 치료효과를 높이려는 연구를 지속해왔는데 특히 이번 ASTRRA연구는 ▲유방암환자가 항암치료 후 2년간 난소기능을 추적검사하면서 치료방침을 결정한다는 점 ▲난소기능억제기간이 기존처럼 5년이 아니라 2년만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유방암 발병양상은 분명 서구와 차이가 있는데 현재 서구의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이러한 상황에서 ASTRRA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도 얼마든지 유방암 치료에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증명해 개인적으로도 얼마나 뜻깊은지 모릅니다.”

노우철 과장은 “이번 연구성과에 힘입어 앞으로도 폐경 전 젊은 유방암환자들의 치료 옵션을 넓히는 일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폐경 전 발생한 유방암은 암 세포 특성이 공격적이고 재발 전이위험마저 높다고 알려졌지만 학계의 부단한 노력으로 젊은 유방암환자들의 효과적인 치료옵션들이 늘고 있어 고무적인 상황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폐경 전 발생한 유방암은 암 세포 특성이 공격적이고 재발 ·전이위험마저 높다고 알려졌지만 학계의 부단한 노력으로 젊은 유방암환자들의 효과적인 치료옵션들이 늘고 있어 고무적인 상황이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또 하나의 희망 표적치료제! 삶의 질 고려한 ‘맞춤치료’ 중요

표적치료제는 유방암환자들에게 또 하나의 큰 희망이 됐다. 표적치료제는 말 그대로 유방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특정 유전자만을 표적으로 삼아 억제하는 원리로 정상세포 손상과 약물 부작용 등 항암치료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CDK4/6억제제 같은 표적치료제가 좋은 효과를 보이면서 폐경 전 젊은 유방암환자들도 새로운 치료옵션을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난소기능억제치료에 CDK4/6억제제를 병용하는 새로운 치료옵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관련 임상데이터들이 점차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우철 과장은 “젊은 유방암의 치료옵션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는 건 분명 희망적인 소식”이라며 “단 젊은 유방암환자들은 미용문제, 결혼, 성생활, 출산 등 치료 외의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그들의 삶을 함께 들여다보고 이를 고려한 맞춤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체중관리는 필수! 가족도 함께 경각심 갖기

노우철 과장은 유방암을 완벽하게 예방하는 방법은 없지만 그래도 이것만큼은 스스로 꼭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로 ‘체중조절’이다.

노우철 과장은 “특히 폐경 전후 급격한 체중증가는 50~60대 유방암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폐경 후에도 지방에서 에스트로겐이 계속 나오기 때문에 건강한 식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스스로 체중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당부했다.

자가검진과 정기검진 역시 유방암 예방의 원동력이다. 자가검진은 생리가 끝난 2~3일 후가 적기로 ▲통증은 없는데 평소 못 느꼈던 단단한 멍울이 만져지거나 ▲유두에서 피가 나오는 경우 ▲유두 피부에 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받아봐야 한다.

정기검진 시에는 가능한 유방촬영검사(엑스레이)와 유방초음파를 함께 받는 것이 좋다. 노우철 과장은 “우리나라 여성은 유선조직 양은 많고 지방조직 양은 적은 치밀유방이어서 유방촬영검사만 받으면 유방조직이 하얗게 나와 암 진단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며 “보다 정확하게 종양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유방초음파를 함께 받을 것”을 권장했다.

“자가검진과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면 실천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지만 그래도 결혼한 여성이라면 남편이, 미혼 여성이라면 가족들이 자가검진과 정기검진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학회 차원에서 이런 캠페인을 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을 텐데...... 아직 저만의 생각이라 실현될 수 있을진 모르겠습니다(웃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