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우울증 등 동반질환까지도 세심하게 살펴주세요”
“ADHD, 우울증 등 동반질환까지도 세심하게 살펴주세요”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1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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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은 ‘세계 정신건강의 날’
박성근 정빈정신건강의학과 원장

10월 10일은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정신건강연맹(WFMH)에서 정한 ‘세계 정신건강의 날’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라고 하지만 사실 직접적인 통증을 주는 신체질환은 빨리 해결하면서도 정신질환은 막연한 편견과 정보 부족으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질환이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다. ADHD는 초기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면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지만 약 부작용 등으로 오히려 아이 성장이 저해될까 우려하는 부모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ADHD 아동이 약물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상증상을 보이는 원인과 증상 정도 그리고 동반질환이 있는지에 따라 치료방법은 얼마든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빈정신건강의학과 박성근 원장을 통해 ADHD의 올바른 치료·관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무조건 약물치료? 원인, 동반증상 등 정확히 파악해야

ADHD 치료에서 일차적으로 권고되는 것은 약물치료다. 하지만 박성근 원장은 “질환의 원인과 동반증상에 따라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도,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전전두엽(전두엽 영역 중 가장 뒤에 있는 운동영역을 제외한 부분)이 일반적인 아이들보다 조금 늦게 발달해 ADHD 증상을 보이는 경우라면 초등학생이 될 무렵 자연스레 정상화되기도 한다는 것.

박성근 원장은 “과거 동네에서 심한 장난꾸러기로 소문났던 친구가 사춘기 무렵부터 의젓해지고 좋은 대학에 갔다면 사실 자연적으로 사라진 ADHD환자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아주 어릴 때부터 증상이 심한 경우에만 약물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박성근 원장은 “단 약물치료를 결정하기 전에는 자세한 상담을 통해 아이에게 나타나는 증상이 단순 ADHD로 인한 것인지, 우울과 불안이 함께 표현되고 있는지, 동반질환은 없는지 등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일 아이에게 여러 증상이 겹쳐 나타날 때는 우울과 불안을 조절해주는 약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필요 시 ADHD 치료제를 사용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약물치료와 관련해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으로는 ▲입맛이 떨어지거나 ▲너무 과민해지는 것 ▲낮잠을 잘 못 자는 것 등이 있다. 박성근 원장은 “하지만 어떤 약은 이러한 부작용이 덜 한 대신 치료효과가 늦게 나타나기도 해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약과 용량을 처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ADHD는 자체 증상뿐 아니라 우울, 불안 등 다른 증상을 동반하지 않는지 세심하게 살펴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ADHD와 더불어 동반문제도 동시에 관리해야

ADHD와 동반되는 증상들을 살펴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것은 청소년 및 성인기 나타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막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일반적으로 ADHD 아동의 50%는 성인이 돼서도 증상이 이어진다고 보고됐다. 이 중 증상이 약화돼 집중력만 떨어지는 수준의 ADHD로 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회성이 떨어지거나 우울증, 게임중독 같은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전국 4대 권역의 만 13세 청소년 998명을 대상으로 ADHD와 자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ADHD로 진단된 청소년의 자살의도비율(6.6%)은 정상 청소년(1.1%)보다 무려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서울대병원 김붕년 교수 연구팀).

또 국제 인터넷게임중독환자 255명을 3년간 분석한 연구결과에서는 ADHD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인터넷게임중독이 더 만성적으로 진행됐으며 알코올중독은 ADHD환자가 그렇지 않은 환자 대비 5~10배가량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서울대병원 김붕년·이정 교수와 중앙대병원 한덕현 교수 연구팀).

박성근 원장은 “ADHD는 질환 자체의 증상이 완화된다 해도 다른 질환이 동반될 경우 자존감이 떨어져 자해하거나 음주 후 충동조절장애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며 “ADHD는 질환 자체의 관리도 중요하지만 함께 동반되는 두 가지 문제, 즉 심한 우울증과 중독 증상을 동시에 관리하고 방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운동치료는 전두엽을 활성화해 ADHD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아이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며 특히 주말에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자유롭게 놀아주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운동치료는 전두엽을 활성화해 ADHD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아이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선택해야 하며 특히 주말에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자유롭게 놀아주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운동치료 도움, 놀이·상담치료는 우선순위 아냐

약물치료 외에 고려해볼 수 있는 대표적인 치료법은 운동치료다. 운동치료는 전두엽을 활성화하고 발달속도를 높여 아이의 빠른 회복을 돕는다.

박성근 원장은 “단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운동을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전두엽의 활성화를 방해해 운동치료가 별 도움이 안 된다”며 “아이가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을 선택하라”고 조언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정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태권도보다는 비교적 적은 집중력을 요하는 수영이 좋고 주말에는 규칙을 정해놓기보다 잔디밭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게 하되 부모님도 함께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더욱 좋은 건 또래 또는 한두 살 차이의 선배나 후배와 운동을 함께 하는 것. 두 아이 모두 ADHD가 있어도 오히려 함께 만나 노는 것이 서로의 사회성 및 자존감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연구보고가 있다.

한편 놀이치료나 상담치료는 의외로 ADHD의 치료에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것이 박성근 원장의 설명이다.

박성근 원장은 “이러한 치료는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아 우울감이 심한 아이들을 돕는 목적이 더 크다”며 “사회성 치료 역시 아이가 이미 많은 상처를 받았을 때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에도 아이 상처가 너무 심하면 생각보다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 없는 사랑 꾸준히 일관되게 표현하기

ADHD 치료과정에서는 단연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다.

박성근 원장은 ▲아이 말을 경청하고(잘하는 점은 칭찬, 부족한 점은 따뜻하게 설명하되 너무 길지 않게 조언해주기) ▲아이들과 주말에 신나게 놀아주고 ▲‘내 소중한, 내 귀한, 내 사랑스런 누구’라고 불러줄 것을 조언했다. 단 ‘착한 누구’라는 호칭만큼은 피해야 한다고.

박성근 원장은 “이는 곧 ‘착한 척’하라고 강요하는 말”이라며 “만일 이렇게 호칭했을 때 아이가 자신을 그렇게 부르는 이유를 묻는다면 ‘엄마, 아빠 자식이니까’라고 이유 없는 사랑을 표현하라”고 말했다.

또 ▲아이에게 말할 때는 약간의 스킨십을 함께 해주고 ▲집에서 눈이 마주치면 웃어주며 ▲짧은 메시지라도 아이에게 틈틈이 따뜻하고 사랑스런 표현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박성근 원장은 “쉬워 보이는 소소한 행동들이지만 막상 바쁘면 놓치기 쉽다”며 “이 모든 행동은 일관되게 적어도 반 년 이상 진심을 담아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TIP. 이럴 때 우리 아이 ADHD 의심!

- 다른 사람의 눈치를 전혀 보지 않거나 만 3세 정도 됐는데 아무거나 건드리고 한 가지 물건에 몇 초 이상 관심을 주지 않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경우(남자아이에서 특히 잘 나타남).

- 여자아이는 보통 집중력 저하만 생기는 경우가 많음. 어떤 일에 2~3분도 집중하지 못하고 딴짓을 하거나 흔히 ‘멍 때리는 행동’을 보이면 의심

- 태어날 때 몸무게가 평균보다 많이 적지 않았는지, 젖먹이 시절부터 정신없이 행동하거나 멍하지 않았는지, 걷기는 빨랐으나 말하기는 느리지 않았는지 살펴보기

※ 단 이러한 증상들은 부모로부터 학대당하거나 부모가 싸우는 장면을 본 경우 또는 부모가 이혼하는 등의 큰 트라우마로 인해 나타난 것일 수도 있어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의료진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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