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당근에 많다는 ‘베타카로틴’이 폐암을 유발한다?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당근에 많다는 ‘베타카로틴’이 폐암을 유발한다?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0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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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흡연자들에게는 다양한 채소를 섭취하도록 권한다. 채소에 포함된 다양한 항산화성분이 담배연기에 포함된 활성산소들의 공격으로 인한 폐해를 그나마 줄여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당근에 많다고 알려진 항산화작용이 강한 베타카로틴이 흡연자들에게 오히려 폐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했다. 흡연 중이거나 흡연한 경험이 있거나 혹은 석면에 노출경력이 있는 사람들의 경우 베타카로틴을 영양제 상태로 섭취하면 폐암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핀란드에서 진행된 1900명의 남성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8년 동안 하루 20밀리그램의 베타카로틴을 섭취한 경우 폐암이 18% 증가했다. 미국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1800명의 흡연자(남녀)와 석면 근로자(남성)들이 4년 이상 하루 30밀리그램 이상의 베타카로틴을 섭취한 경우 폐암 발병률이 28%, 사망위험이 17%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타카로틴은 카로티노이드 색소의 일종으로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베타카로틴을 섭취하면 필요량만큼 비타민A로 전환돼 사용되고 나머지는 모두 빠져나간다. 따라서 비타민A와 함께 섭취해도 부족한 만큼만 소모되기 때문에 특별한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영양제 형태로 섭취하는 베타카로틴은 특정한 환경에서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섭취하는 용량일지라도 유독 흡연자의 경우 폐암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비흡연자의 경우 관련성은 없었다.

문제는 ‘고용량’의 ‘정제’된 베타카로틴이다. 베타카로틴 보충제가 왜 흡연자들에게만 문제를 일으키는지 알 수 없다. 흡연자에서 베타카로틴은 항산화능력이 상실돼 무용지물이며 오히려 흡연으로 인한 활성산소의 폭발적 증가를 자극한다는 설도 있다. 베타카로틴이 흡연자의 폐기관지 내에서 화학적 병리작용을 일으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정제된 베타카로틴 성분을 영양제 말고 식품으로 섭취하는 경우는 어떨까. 베타카로틴이 풍부한 식품에는 대표적으로 당근이 있다. 당근 외에도 호박이나 시금치 등에도 많다. 하지만 이것들을 식품으로 섭취하는 건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게 공통된 연구결과다. 오히려 일부 암과 함께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섭취할 필요가 있다.

베타카로틴이 굳이 정제된 형태로 해서 영양제로 만들어진 이유는 아마도 농축된 성분을 복용하기 편하게 하면서 동시에 효능을 증대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동일한 양의 베타카로틴을 당근을 씹어 먹어서 섭취하고자 하면 많은 양의 당근을 먹어야하는 불편함과 번거로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베타카로틴을 섭취하는 이유가 항산화작용 때문이라면 그렇게 많은 양의 당근을 섭취하지 않아도 비슷한 정도의 항산화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도 있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 외에도 비타민C 등의 항산화성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서로 상승작용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식품에서 특정 성분만을 추출해 섭취한다면 편리함은 있겠지만 식품 자체로 섭취했을 때는 발견되지 않았던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식품에서 특정 생리활성 성분만을 추출해서 먹는다면 마치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과 같다. 당근에는 베타카로틴이 많기는 하지만 베타카로틴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당근은 당근 자체일 때 가장 당근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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