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한국 의료, 어디까지 왔나
4차 산업혁명 시대…한국 의료, 어디까지 왔나
  • 허일권 기자 (H.onebook@k-health.com)
  • 승인 2019.10.10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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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우리 삶이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다. 의료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로봇수술은 전 세계 병원에서 하고 있다. 또 지난달부터는 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국립암센터·질병관리본부 등 4개 공공기관이 보유한 의료데이터를 공공목적으로 활용 가능해져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이 열렸다.

이제는 병원도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IT 및 의료AI 분야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야 할 때다. IT 및 AI 기술과 융합하고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의 활용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에 발맞춰 연구, 운영할 수 있는 전담부서 및 전문인력이 필수인 시대다. AI의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병원과 AI를 활용한 대표 연구, 세계에 소개된 로봇수술 등을 토대로 변화된 의료환경의 면면을 살펴봤다.

의료분야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원동력으로 꼽히면서 의료기관의 발걸음 또한 분주해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의료분야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원동력으로 꼽히면서 의료기관의 발걸음 또한 분주해졌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인공지능의사 시작으로 AI역량 강화 속도낸다!

가천대길병원은 지난달 국내 최초로 의료AI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의료 AI와 빅데이터 분야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융합센터(이하 G-ABC센터)’를 개소했다.

2016년 가천대길병원은 국내 최초로 IBM사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를 도입했다. 올해는 ‘왓슨 포 지노믹스’를 추가해 운영 중이다. 7월에는 미국을 제외한 IBM사의 유일한 글로벌 파트너 의료기관으로 선정돼 ‘왓슨 포 온콜로지’의 한국 현지화 연구를 진행하며 관련 연구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더해 가천대길병원은 G-ABC센터를 통해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술활용을 지휘하는 전담조직을 구축, 의료 인공지능/빅데이터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국내 중심의 연구 허브센터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가천대길병원에 따르면 G-ABC센터는 EMR, OCS, PACS 등 의료기관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의료 디지털데이터뿐 아니라 유전자 정보,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개방하는 공공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연구개발(R&D)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임상 및 진료 분야뿐 아니라 건강검진, 병원경영분야, 타 의료기관 의료 빅데이터 등의 영역에서 방대하게 생성되고 있는 디지털 빅데이터를 수집, 저장, 통합, 분석, 예측하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가천대길병원 김양우 병원장은 “G-ABC센터는 향후 집중적인 연구 역량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국내 의료AI 및 빅데이터 분야 연구 허브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현·윤홍진 교수와 셀바스 Ai는 함께 조기위암 진단 모델을 개발했다. 개발된 인공지능의 정확도는 98.5%에 이른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현·윤홍진 교수와 셀바스 Ai는 함께 조기위암 진단 모델을 개발했다. 개발된 인공지능의 정확도는 98.5%에 이른다.

AI로 조기위암까지 발견하는 시대!  

AI를 활용한 연구성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최근에는 위내시경 사진을 분석해 조기위암을 발견하고 종양의 침범 깊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성과의 주인공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지현·윤홍진 교수와 인공지능 전문기업 셀바스 AI다. 이들은 기존의 영상분류 인공지능모델을 기반으로 조기위암 최적화 모델을 개발했으며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근호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영상 분류에 널리 사용되는 인공지능 모델인 ‘VGG-16’을 기반으로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고 1만1539장의 내시경사진을 통해 800개의 조기위암 병변을 학습시켰다. 개발된 인공지능의 조기위암 발견 정확도는 98.5%, 종양의 침범 깊이 예측 정확도는 85.1%로 나타났다.

김지현 교수는 “조기위암은 종양의 침범 깊이에 따라 수술 없이 내시경 절제술만으로도 완치가 가능하다”며 “새로 개발된 AI 모델의 예측 정확도라면 조기위암의 진단 및 치료 방침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셀바스 AI 측은 “종양의 침범 깊이 예측 등 위암 진단 보조 기술로 AI 기술을 응용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해 세계적인 논문에 게재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AI 연구개발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로 의료기술 발전에 앞장서는 대표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정준 교수가 서구권 의료진을 대상으로 최신 로봇수술법을 발표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인천성모병원 비뇨의학과 김정준 교수가 서구권 의료진을 대상으로 최신 로봇수술법을 발표하는 이례적인 성과를 거뒀다.

■신장암 로봇수술만큼은 아시아가 최고!

대표적인 로봇수술인 다빈치로봇수술은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에서 1999년 처음 출시해 현재 전 세계에서 여러 가지 수술에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이 의료선진국인 서구권보다 앞선 로봇수술 기법을 소개해 화제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로봇수술센터 김정준 교수팀이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유럽비뇨의학로봇학회(이하 ERUS)에서 최첨단 신장암 로봇수술 기법을 소개했다고 밝혔다.

ERUS는 유럽비뇨의학회가 주관하는 로봇수술 정기학술대회로 세계 각국에서 1000여 명의 로봇수술 전문가들이 초청된다. 각국의 발전된 의료 기술을 새롭게 선보이고 교류하며 새로운 수술법을 교육하기도 한다.

로봇수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로 여겨지는 아시아권 의료진이 서구권 의료진을 대상으로 최신 수술법을 발표하는 것은 이례적인 성과다. 특히 아시아권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기법에 대한 연재는 김 교수팀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장암 로봇수술만큼은 대한민국이 선도하고 있음을 널리 증명한 것이다.

무엇보다 체구가 작은 동양인을 대상으로 로봇수술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한 사례는 참석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그동안 신장암 로봇수술은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은 동양인에서 적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다. 여러 개의 로봇팔을 동시에 움직이는 데 공간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김정준 교수는 “체구가 작은 동양인을 대상으로 신장암 로봇수술을 최적화하려는 국내 의료진의 도전과 지난 10여 년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결과”라며 “아시아권 환자뿐 아니라 체구가 작은 여성 신장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정준 교수팀은 이전에도 비뇨의학계 양대 국제학술대회인 미국비뇨의학회(2018년)와 유럽비뇨의학회(2019년)에서 복잡도가 높은 고난이도 신장종양에 대한 로봇부분절제술의 우수한 성적을 보고해 세계 의료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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