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론병에 날아든 낭보! “감사한 맘으로 환자들의 삶 듣고 보고 어루만질 것”
크론병에 날아든 낭보! “감사한 맘으로 환자들의 삶 듣고 보고 어루만질 것”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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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재영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크론병은 복통, 설사, 혈변 등 장 관련 증상 외에도 피부 반점, 관절통, 열감 등 다른 전신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젊은층에서 발생위험이 높으며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환자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크론병은 복통, 설사, 혈변 등 장 관련 증상 외에도 피부 반점, 관절통, 열감 등 다른 전신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젊은층에서 발생위험이 높으며 서구화된 식습관 등의 영향으로 환자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 번 발생하면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에 최근 희망적인 변화들이 찾아오고 있다. 완치까지는 아니어도 환자들의 삶의 질을 고려해 고통을 효과적으로 줄이고 얼마든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쪽으로 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어서다.

그중 크론병은 이 희망의 변화를 오롯이 누린 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치료옵션이 제한적이었던 상황에서 치료효과와 편의성이 대폭 개선된 생물학제제(스텔라라)가 크론병치료제로 새로이 허가받은 데다 급여까지 적용되면서 환자들의 만족도는 높이고 부담은 크게 덜어줬기 때문.

천재영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 변화가 누구보다 감사하고 기쁠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환자가 이 덕분에 정말 다른 삶을 살게 돼서다. 이 환자는 약물치료도 효과가 없었고 수술 후 한 달 만에 증상이 재발해 ‘정말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의사로서도 고민이 많았던 환자였다. 천재영 교수를 만나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눠봤다.

■평생 함께 가야하는 ‘크론병’

크론병은 식도에서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염증이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그렇다고 장 관련 증상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크론병은 복통, 설사, 혈변 등의 증상 외에도 빈혈, 발열, 관절통 등 다양한 전신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크론병은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국내선 보기 드문 질환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질병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환자도 해마다 1000명 정도 새롭게 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발병요인은 너무 많아서 딱 한 가지로 단정할 수 없다.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발병확률이 2배 이상이라는 점에선 분명 유전적인 요인과도 연관성이 있고 현대사회 유병률이 급격히 증가했다는 점에선 서구화된 식습관의 영향이 크다. 장내 유해균 증가도 원인으로 꼽힌다.

천재영 교수는 “크론병은 이처럼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장에 비정상적으로 염증을 일으키고 이것이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병”이라며 “현재로선 완치가 불가능하고 한 번 발생하면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반복해 장기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관해 목표로 한 걸음 한 걸음

일단 크론병은 완치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관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치료목표로 한다. 관해란 크론병으로 인한 여러 증상들이 없어진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환자가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을 하게 하는 것이다. 단 같은 크론병이어도 염증정도가 달라서 관해에 도달하는 과정은 환자마다 차이가 있다.

천재영 교수는 “관해 도달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환자의 상태에 맞게 치료제를 조절하는 것”이라며 “염증이 심하지 않은 환자는 효과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치료제를 처방하고 염증이 심한 환자에게는 부작용 우려가 있어도 효과가 강한 치료제를 사용해 관해에 도달시킨 뒤 환자 상태를 보면서 치료제 투여량을 점차 줄여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넘어야 할 복병이 또 있다. 바로 합병증 문제다. 크론병으로 염증이 지속되면 장이 좁아지거나(장 협착) 장이 주변 다른 장기와 들러붙어 길이 생기는 장루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 경우엔 수술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한 번 수술하면 거기서 또 재발이 잘돼 문제가 생긴다. 수술 자체가 두 번째 수술을 부르는 불량한 예후인자가 되는 것이다.

천재영 교수는 “따라서 요즘에는 단순히 크론병 증상만을 호전시키기보다 내시경상으로도 염증이 깨끗이 없어졌는지 확인돼야 관해에 도달했다고 보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2000년 이후로는 염증성장질환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제제가 등장해 크론병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용 가능했던 생물학제제 TNF-a는 치료효과는 있었지만 감염질환 위험을 높이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이 시점에 새롭게 허가된 생물학제제 ‘스텔라라’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함으로써 크론병 치료의 큰 희망으로 떠올랐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00년 이후로는 염증성장질환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생물학제제가 등장해 크론병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일하게 사용 가능했던 생물학제제 TNF-a는 치료효과는 있었지만 감염질환 위험을 높이는 등 부작용이 있었다. 이 시점에서 새롭게 허가받은 생물학제제 ‘스텔라라’는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함으로써 크론병 치료의 큰 희망을 불어넣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생물학제제마저 어려움에 봉착하다

이에 발맞춰 크론병 치료제에도 변화가 있었다. 과거 크론병 치료에는 스테로이드제, 면역조절제가 사용됐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방향이 변하면서 2000년대 이후부터는 크론병에도 염증과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생물학제제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선택 가능한 생물학제제는 TNF-a억제제였다. 그런데 이것으로 혜택을 본 환자가 있는 반면 치료효과가 크게 없고 심지어 부작용에 관한 보고들도 점차 쌓이기 시작했다.

천재영 교수는 “TNF-a억제제는 염증세포들을 없애는 역할을 하는데 이 염증세포들은 외부 세균을 방어하는 역할도 해서 크론병환자들은 불가피하게 면역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크론병환자들은 감염에 대한 방어체계가 약해지면서 결핵 등 감염질환 위험이 높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또 TNF-a억제제는 종양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서 이를 차단하면 종양의 진행을 막지 못하게 된다. TNF-a억제제를 오래 쓰면 내성 때문에 치료효과가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였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기댔던 생물학제제마저 문제에 봉착한 것이다.

■새 생물학제제가 불러온 놀라운 변화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마침 ‘스텔라라’가 등장했다. 스텔라라는 크론병 치료 영역에서 3년 만에 새롭게 허가받은 생물학제제로 원래 건선치료제로 승인받았으나 임상연구를 통해 크론병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지난해 4월 크론병 치료제로 승인됐으며 같은 해 12월에는 급여까지 적용됐다.

“스텔라라는 TNF-a억제제와 기전부터가 다릅니다. 면역질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터루킨(lL)-12와 IL-23의 신호전달경로를 동시에 차단해 질환을 유발하는 염증세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죠. 이에 착안해 크론병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행했는데 중등도 이상의 활성도를 보이는 크론병환자에서 위약 대비 좋은 효과를 보였고 안전성 면에서도 위약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크론병 치료제로도 승인받을 수 있었답니다.”

특히 기존의 TNF-a억제제에 반응이 없던 환자들만 관찰한 결과 스텔라라 투여 8주 만에 약 3명 중 1명에서 증상개선효과가 있었고 1년 시점에서는 무려 환자의 50%가 관해에 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일한 생물학제제마저 치료예후가 좋지 않아 이제 정말 별다른 대안이 없었던 환자들이 큰 치료효과를 봤다는 점에서 스텔라라는 그야말로 크론병 치료환경을 크게 바꿔놨다.

천재영 교수는 “크론병은 아직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최적의 치료제를 찾아 증상을 조절하면 얼마든지 활력있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며 “좌절하지 않고 주치의와 머리를 맞대 크론병으로 인한 삶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재영 교수는 “크론병은 아직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 최적의 치료제를 찾아 증상을 조절하면 얼마든지 활력있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며 “좌절하지 않고 주치의와 머리를 맞대 크론병으로 인한 삶의 여러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제제 처음 고려하는 환자들도 효과

더 고무적인 것은 TNF-a억제제를 투여하지 않았던 환자에서도 좋은 효과를 보인다는 것이다. 천재영 교수는 “생물학제제 투여를 고려할 때 첫 생물학제제로 스텔라라를 사용하는 것이 치료효과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등도에서 중증에 이르는 크론병환자를 대상으로 한 3개의 3상 임상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스텔라라의 정맥 유도 투여의 치료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UNITI-1, UNITI2 임상연구에서 1차 평가시점인 6주차의 임상반응도달률이 스텔라라 130mg 투여군(34.3%, 51.7%)과 ~6mg/kg 투여군(33.7%, 55.5%)이 위약군(21.5%, 28.7%)보다 높게 나타났다.

또 치료효과가 얼마나 유지되느냐 평가한 IM-UNITI 임상연구에서는 치료 44주차에 스텔라라를 8주 또는 12주 간격으로 투여한 환자군의 임상적 관해도달률이 각각 53.1%, 48.8%로 나타나는 동안 위약군은 35.9%에 불과했다. 또 이 효과는 92주까지 지속돼 우수한 장기내약성이 입증됐다.

■스텔라라로 다시 힘찬 발걸음 내딛다

스텔라라는 천재영 교수와 오래 인연을 맺어온 한 환자에게도 큰 선물이 됐다.

“이 환자는 30대 젊은 여성환자로 제가 이전 병원에서부터 계속 진찰해온 환자였습니다. 일단 환자는 크론병을 확진받는 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소화기 관련 증상보다는 발열, 피부반점, 관절통 등 전신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났기 때문이죠. 확진 후 우선 스테로이드로 치료를 시작했는데 고용량을 투여했을 때만 증상이 완화됐고 투여량을 줄이면 다시 증상이 심해지는 나날이 반복됐습니다. 생물학제제인 TNF-a억제제는 물론, 신약 임상시험에도 참여했는데도 효과를 못 봤죠.”

결국 환자는 염증이 지속되던 소장 말단부위를 절제하는 수술까지 받았는데 1년 만에 증상이 재발했다고 한다.

“이제 정말 어떻게 해야하나 싶었는데 마침 스텔라라가 크론병치료제로 승인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저도 제 환자 중 처음으로 스텔라라 치료를 시도한 것이어서 효과가 있기를 더욱 간절히 바랐죠.”

환자가 스텔라라를 처음 투여한 건 올해 4월. 일단 수술 이후 치료제를 잠시 중단하면서 다시 고개를 든 증상들이 스텔라라 투여 후 1~2주가 지나니 많이 완화됐다고 한다. 현재 무리하게 식사하거나 좋지 않은 음식을 먹었을 때 일시적으로 한두 번 설사하는 경우는 있어도 그게 오래 가진 않아서 맘 편히 외식도 즐기고 있다고. 심했던 전신증상도 많이 완화되면서 환자는 다시금 일상생활로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됐다.

천재영 교수는 “어떤 약으로도 효과를 못 보던 환자에게 스텔라라가 큰 효과를 보였다는 건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라며 “무엇보다 환자가 활기를 되찾고 젊을 때 누려야 할 것들을 누릴 수 있게 돼서 정말 감사하고 기쁘다”고 말했다.

■가장 적합한 치료제 찾아 고통↓삶의 질↑

물론 크론병환자마다 증상은 천차만별이라 스텔라라가 꼭 모든 환자들에게 효과를 볼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주치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크론병은 요즘 흔히 얘기하는 ‘정밀의료’가 딱 맞는 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찾아 최대한 병으로부터 고통받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주치의의 역할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한창 하고 싶은 게 많은 젊을 때 잘 발생하기 때문에 단순히 증상뿐 아니라 그들의 인생으로 들어가 환자가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뭔지 들어보고 함께 머리를 맞대 해결해갈 수 있어야 합니다.”

천재영 교수는 환자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크론병과 이에 동반되는 질환들의 연관성을 밝히는 연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크론병과 불안·우울증 간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다. 천재영 교수는 “예전에는 이를 병 진단으로 인한 당연한 감정으로 봤다면 최근에는 장과 뇌의 연관성이 많이 밝혀지면서 크론병으로 인한 장내 미생물 변화가 뇌에도 영향을 미쳐 불안·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며 “심지어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쳐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질환을 유발한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들만 봐도 크론병은 몸부터 마음까지 잘 다스려야하는 ‘토탈케어’가 필요한 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치의가 이를 잘 수행하려면 환자 분들이 어떤 점이 힘든지 마음을 열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저희도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찾아드릴 수 있으니까요. 함께 머리를 맞대 해결책을 찾아간다면 얼마든지 고통을 극복해내고 활력있는 삶을 살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힘내십시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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