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바로 만성신장병은 아니잖아~! - 고양이 다낭신장병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바로 만성신장병은 아니잖아~! - 고양이 다낭신장병
  •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0.14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이진수 이진수동물병원 원장

3살 좀 넘은 고양이가 입 냄새가 심하다는 이유로 내원한 적이 있다. 입 냄새의 원인은 치은염(잇몸의 염증)에 의한 것이었는데 우연히 배를 만져보니 왼쪽 신장이 오른쪽에 비해 두 배 정도 커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필자의 칼럼을 정독한 구독자라면 알겠지만 어린 나이와 한쪽 신장의 종대를 감안하면 요관폐쇄를 떠 올릴 수 있다(▲개보다 고양이에게 흔한 요관폐쇄, 2017년 7월 24일자 칼럼 ▲고양이 신부전 일으키는 무시무시한 ‘수신증’, 2019년 4월 1일자 칼럼 ▲들어는 봤냥? '큰신장-작은신장증후군', 2019년 4월 15일자 칼럼). 이는 한쪽 신장에서 방광으로 가는 오줌길(요관)이 막혀 수신증이 생기고 신장기능이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쪽 신장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혈액검사를 해도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고양이는 초음파 검사 결과 요관폐쇄에 의한 수신증이 아닌 다낭신장병으로 확인됐다. 이는 만약 어린 고양이에게 만성신장병이 진단됐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질환이다(고양이 만성신장병 바로알기 ②어린 고양이도 위험하다?, 2017년 8월 21일자 칼럼).

다낭신장병은 페르시안 고양이의 유전적 질환으로 페르시안 품종 40%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낭신장병에 걸린 고양이는 신장 내부 구조가 오줌이 찬 낭종으로 변하는데 작게는 1mm에서 크게는 1cm가 넘는 낭종이 여러 개 확인된다. 이 낭종은 시간이 지나면서 그 크기가 커지고 새로운 낭종이 발생할 수 있다.

다낭신장병은 보통 양쪽 신장에서 나타나는데 드물게 한쪽에만 확인되는 경우도 있다. 위의 고양이의 경우에는 양쪽 신장에서 확인됐는데 왼쪽 신장에 낭종이 워낙 커서 촉진 시 크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

간단하게는 촉진에서 양쪽 신장크기가 큰 경우 의심할 수 있지만 정확한 평가는 복부초음파 검사를 시행해야한다. 초음파에서 낭종이 확인되는 경우 바로 확진이 가능하다. 하지만 낭종의 크기가 너무 작은 어린 연령에서는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유전적인 소인이 있는 페르시안의 경우 어릴 때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4개월, 더 나아가 9개월 후에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 다낭신장병이 있는 고양이는 간에도 낭종이 확인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초음파 검사를 할 때 신장뿐만 아니라 간도 평가해야한다.

고양이 다낭신장병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많은 보호자들이 고양이 다낭신장병 진단이 바로 신장의 기능이 떨어진 만성신장병 진단과 같은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신장 내부에 낭종이 발생하면 실제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신장 실질이 줄어들면서 만성신장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다낭신장병 자체가 반드시 신장의 기능 상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상실됐다 하더라도 낭종의 크기, 개수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낭신장병 고양이에서는 신장의 기능상에 문제가 있는지 별개의 검사(혈액, 요, 초음파 검사)를 통해 꼭 확인해야한다. 이는 다낭신장병에 걸린 고양이가 10살 넘어서도 만성신장병이 확인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단, 만약 다낭신장병 고양이에게 만성신장병이 발생한다면 다낭신장병이 없는 경우에 비해 예후는 더 불량하다.

페르시안과 히말라얀 품종을 반려하는 보호자에선 위에서 언급한 초음파 검사나 외부 검사 기관을 통한 유전자 검사를 통해 다낭신장병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진단된 경우 정기적인 신장 기능평가를 받아야 함을 잊지 않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