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이중세안 필요 없다는 ‘클렌징티슈’, 그럼 환경은?
[닥터 한의 화장품 파헤치기] 이중세안 필요 없다는 ‘클렌징티슈’, 그럼 환경은?
  •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fk0824@k-health.com)
  • 승인 2019.10.18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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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한정선 향장학 박사(아시아의료미용교육협회 부회장)

올여름 집안 화장실변기가 꽉 막혀 오물이 역류해 큰 곤란을 겼었다. 결국 기술자를 부른 다음에야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아이들이 물티슈와 일반휴지를 혼동하고 변기에 마구 버린 결과였다. 하수구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티슈원단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날 이후 우리 집에서 물티슈는 영원히 아웃됐다.

물티슈의 편리함은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100%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 기저귀를 갈아야하는 부모들은 그야말로 ‘신이 주신 최고의 물건’이라고까지 표현한다. 물티슈는 비단 육아뿐 아니라 동네식당에서 손 닦는 용도로, 주유소의 사은품으로, 심지어 길거리 판촉물로도 두루두루 사용된다.

이름도 얼마나 그럴싸한지 ‘물티슈’라고 하니 소비자들은 직관적으로 티슈를 물에 적신 ‘친환경제품’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하지만 물티슈에 포함된 유해물질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소비자들은 깊은 반감과 불안을 드러냈다. 

결국 식약처는 2018년 시중에 유통되는 물티슈를 수거해 검사한 뒤 결과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유해중금속과 포름알데히드, 프탈레이트, 보존제(CMIT/MIT 포함) 등 총 13가지 화학물질에 대한 검사결과 147개 제품 중 14개 제품이 기준치를 초과해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무의식적인 물티슈 사용으로 인해 파괴되는 환경에 소비자들이 보다 적극적인 책임감을 가져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물티슈는 물에 적신 티슈가 아니다. 즉 ‘화장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화장지는 물에 조금만 적셔도 흐물흐물해지면서 다 분해되지 않던가.

물티슈는 레이온과 PET(폴리에스테르)가 합성된 플라스틱성분으로 만들어진다. 종이가 아니기 때문에 당연히 잘 찢어지지 않고 오래 보관할 수 있지만 자연 분해되지 않아 환경을 오염시키는 ‘악성쓰레기’로 분류된다. 이미 영국에서는 플라스틱퇴출계획안에 물티슈를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지목, 물티슈의 해악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일반물티슈를 응용한 화장품이 바로 ‘클렌징티슈’다. 클렌징티슈는 화장을 지울 때의 편리성과 휴대의 간편함을 내세워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또 천연유래성분을 함유, 피부자극을 최소화해 피부를 보호하고 메이크업에서 딥 클렌징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이중세안이 필요 없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물에 섬유를 적신 제품 한 장으로 이중세안이 필요 없을 만큼 강력한 세정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화학제품이 도대체 얼마나 많이 들어있어야 할까? 더군다나 클렌징티슈처럼 습한 제품을 오랫동안 유통시켜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부제 첨가 역시 필연적이다.

심지어 두툼하고 질긴 펄프재질이라 찢어질 염려가 없다는 것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아 버젓이 판매하고 있으니 피부유해성도 유해성이지만 환경오염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도 현저히 낮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게다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부직포’는 극미량의 천연유래성분을 함유했다면서 ‘천연클렌징티슈 화장품’으로 버젓이 판매된다.

무의식적으로 클렌징티슈를 쓰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자연환경을 해치게 된다. 비록 편리함을 일정부분 포기하는 한이 있어도 클렌징티슈를 ‘줄이기’가 아니라 ‘안 쓰기’로 바꿔보자. 지금부터라도 이들 제품을 안 쓴다면 후손에 두고두고 물려줄 자연을 보호하고 아끼는, 보다 성숙하고 현명한 소비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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