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전염성복막염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고양이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전염성복막염
  •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0.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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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김성언 부산동물병원 다솜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

앞날이 창창한 어린 고양이가 치사율 100%인 질병에 걸렸다면? 고양이를 아끼는 보호자도 이 사실을 전해야 하는 수의사도 무척 괴롭다. 고양이에게 진단이 곧 사형선고인 질환이 있으니 바로 전염성복막염(FIP; Feline Infectious Peritonitis)이다. 간혹 전염성복막염에 걸리고도 살아난 고양이가 있다는 얘기가 들리지만 이는 기적적으로 자연 치유됐거나 오진일 가능성이 높다.

고양이 전염성복막염은 장에 존재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변이(변이된 바이러스를 고양이 전염성복막염 바이러스라 한다.)로 나타난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주로 성묘의 분변을 통해 전파된다. 대부분 건강한 성묘는 코로나 바이러스 항체를 보유하고 있어 크게 문제 될 일이 없으나 어린 고양이는 상대적으로 감염 후 전염성복막염 바이러스로 변이될 우려가 높다. 2살 이하, 특히 생후 4~12개월 고양이에게 전염성복막염이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이 질환은 습식과 건식으로 구분한다. 기준은 복수 발생 여부다. 전염성복막염 바이러스는 백혈구의 일종인 대식세포를 숙주로 삼아 온몸으로 퍼져 혈관에 염증을 일으킨다. 염증 때문에 약해진 혈관 밖으로 혈액 일부가 빠져나오면 복수(또는 흉수)가 생기는데 이게 습식이다. 복수로 배가 불렀을 때 배를 만져보면 출렁거리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복수와 흉수가 생기면 호흡곤란이 일어난다. 습식은 급격하게 진행되며 보통 진단 시점을 기준으로 환자가 한 달을 넘기지 못한다.

건식은 습식보다 진행 속도가 느리다. 위, 장, 신장, 간, 신경계에서 병변이 나타난다. 증상은 식욕 저하, 발열, 설사, 구토(이 4가지 증상은 습식일 때도 발생), 황달, 경련, 신부전증, 빈혈, 포도막염, 발작, 부전마비 등이다. 진단 시 보통 길게는 8개월밖에 살지 못한다. 참고로 전염성복막염은 건식보다 습식이 많다.

전염성복막염의 증상은 다른 질환과 많이 겹친다. 그래서 진단은 엑스레이·초음파 촬영과 혈액검사 등 여러 검사를 해서 다른 질환을 배제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알맞은 진단법은 조직 검사다. 안타깝지만 복막염으로 확진 받는다고 해도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증상 완화나 수명을 조금 더 늘려주는 것 정도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예방을 하면 되지 않을까? 골치 아프게도 예방마저 쉽지 않다. 백신이 있긴 하지만 효과가 100% 검증되지 않았다. 그래도 생후 16주가 지났다면 복막염 항체 검사를 받고 백신을 맞는 것이 필요하다.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면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염성복막염의 원인으로 불결한 환경과 지나친 스트레스도 꼽힌다. 따라서 청결과 스트레스 해소(은신처, 수직 공간, 스크래처 마련 또는 사냥 본능을 충족할 수 있는 놀이 등이 도움 된다.)에 신경 써 주기 바란다. 또한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유산균이나 영양제를 급여하는 것도 좋다. 고양이가 어리다면 이처럼 반드시 정성껏 관리해서 전염성복막염의 위협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게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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