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뼈도둑 ‘골다공증’, 미처 몰랐던 사실들
소리없는 뼈도둑 ‘골다공증’, 미처 몰랐던 사실들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1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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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일은 ‘세계 골다공증의 날’
골밀도 개선되면 급여지원 뚝
환자 66%가 1년 안에 치료 중단
류마티스질환 있으면 젊어도 골다공증 위험↑
골다공증은 칼슘과 무기질 등이 대량 빠져나가면서 뼈에 구멍이 생기는 것이다. 이 상태가 되면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100세 시대는 노년기 감내해야 할 질환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해서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다. 특히 골다공증은 국내 60대 이상 10명 중 1명이 앓는 대표적인 노인성질환이다. 인구 고령화로 환자는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되지만 질환에 대한 인지율과 치료율은 여전히 낮다는 지적이다.

■골절되면 삶의 질↓고관절골절은 치명적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이렇게 될 때까지 아무런 증상이 없어 환자 대부분이 뼈가 골절되고 나서야 발병사실을 안다. 한국의 경우 2016년 기준으로 50세 이상 성인 약 408만명이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약 28만건의 골다공증 골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용해도 삶에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특히 척추, 고관절 등 주요 부위가 골절되면 일상생활 능력을 회복하지 못하거나 사망위험이 급격히 증가한다. 실제로 2018 대한골대사학회 팩트시트에 따르면 고관절골절이 발생할 경우 1년 내 치명률은 남성 21%, 여성 14% 수준으로 전체 6명 중 1명이 1년 이내 사망했다.

■급여지원 중단으로 꾸준한 약물치료 어려워

이러한 심각성에도 우리나라 70세 이상 골다공증환자 가운데 치료받은 환자는 여성이 12.9%, 남성이 4.2%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런데 골다공증환자들은 막상 치료를 시작해도 이를 꾸준히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골밀도검사를 통해 나온 T값이 –1이면 정상, -1~-2.5면 골다공증이 약간 진행된 골감소증, -2.5이하면 골다공증으로 분류하는데 일단 골다공증으로 진단되면 꾸준한 약물치료로 더 이상 골밀도가 떨어지지 않게 관리해야한다. 하지만 현행 건강보험 급여기준상 약물치료 도중 골밀도가 -2.5 이상으로 개선되면 더 이상 급여지원을 받을 수 없다.                                 

실제로 대한골대사학회 조사결과에 따르면 골다공증환자의 66%가 이러한 문제 때문에 1년 안에 치료를 중단하고 있으며 골절 발생 후에도 10명 중 4명만이 약물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골다공증에서 약물 투여기간을 제한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가에서는 약물 투여기간 제한이 따로 없다.

또 우리나라의 다른 만성질환(간질환, 신장질환,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만 봐도 약물 투여기간 제한 없이 치료 가능해 골다공증에 대한 급여기준 개선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대한골대사학회 정호연 이사장(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은 “뼈가 부실해지면 신체활동을 필요로 하는 노동활동 참여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운동능력저하, 활동량 부족, 자신감 상실 등으로 이어져 건강악순환이 시작된다”며 “골다공증 같은 근골격계 만성질환에도 ‘약물급여기준 제한’ ‘한국형 재골절 예방프로그램 도입’ 등에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호연 이사장과 학회 임원진은 지난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실을 방문해 ‘골다공증 골절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제언’ 자료를 전달하며 정부 차원의 관심을 당부했다.

골다공증은 젊은 사람도 얼마든지 걸릴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류마티스질환이 있으면 전신염증과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골다공증 발생위험이 높아진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젊은층도 안심 금물, 류마티스질환 있으면 발병위험↑

한편 젊은 사람도 골다공증에서 완전히 자유롭진 못하다. 특히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복용하는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은 골다공증 발생위험이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강동경희대병원 류마티스내과 이소연 교수는 “류마티스질환으로 다량 발생하는 염증매개물질이 뼈 대사에 악영향을 주고 통증으로 활동량도 감소되기 때문에 골다공증과 골절위험성이 높아진다”며 “보통 골다공증은 골밀도가 급감하는 65세 이상 여성에서 발생률이 증가하지만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은 연령, 성별에 상관없이 골다공증에 대한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할수록 골다공증 위험 커

류마티스질환 환자들이 장기간 복용하는 스테로이드도 골다공증 위험을 높인다. 이소연 교수는 “스테로이드는 전신 염증조절에는 효과적이지만 골 형성을 억제하고 장으로부터 칼슘흡수를 억제해 골밀도는 물론, 남성과 여성에서 성호르몬을 감소시켜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스테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할수록 골다공증 위험도가 매우 높아지는데 실제로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환자에서 대퇴골 골절 및 척추골절위험이 2~5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스테로이드 용량 최소화하는 치료방법 찾기

골다공증 위험이 있다고 해서 류마티스질환 치료를 중단할 순 없다. 류마티스질환 역시 꾸준한 치료로 증상을 조절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소연 교수는 “먼저 적절한 스테로이드치료로 염증을 조절해놓고 스테로이드를 최소한, 짧은 기간만 사용하거나 염증조절이 되지 않는다면 스테로이드 외에 염증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면역억제제나 진통소염제를 병용 처방해 스테로이드 감량을 시도해볼 수 있다”며 “하지만 질환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든 치료계획은 반드시 전문가의 판단하에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방법은 정기적인 골밀도검사로 골다공증 및 골절위험도를 평가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방침을 결정하는 것. 단 현재 골다공증 치료제로는 다양한 작용 기전의 약물이 사용되고 있어 전문가와 상의를 통해 본인에게 적절한 약제를 선택해야한다.

이소연 교수는 “어쩔 수 없이 부득이하게 스트로이드를 장기간 사용한 경우 약물 외에 골밀도를 감소시킬 수 있는 음주나 흡연을 삼가야한다며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뼈를 강화할 수 있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고 칼슘과 비타민D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국인을 위한 골다공증 위험도 체크리스트’ 화면(사진=온라인 골다공증 위험도체크 웹사이트 캡처)

■골다공증 위험요인 미리 확인하고 예방·치료 나서야

한편 대한골대사학회는 세계 골다공증의 날을 맞아 세계골다공증재단과 함께 ‘한국인을 위한 골다공증 위험도 체크리스트’를 발표했다(대한골대사학회 홈페이지 및 온라인 골다공증 위험도체크 웹사이트, http://riskcheck.iofbonehealth.org/ko에서 확인 가능).

이는 올해 세계골다공증재단이 개발한 ‘IOF 골다공증 위험도검사’의 한국판으로 8개의 핵심문항(▲노령(60세 이상) ▲50세 이후의 골절경험 ▲저체중 ▲40세 이후 신장감소 ▲부모의 대퇴골 골절 및 골다공증 가족력 ▲골 소실과 관련된 동반질환 ▲특정 약물복용 이력 ▲흡연 및 음주 등)과 뼈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타 공통위험요인들 및 뼈 건강을 위한 생활수칙 등이 포함돼있다.

정호연 이사장은 “골다공증은 자각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어렵기 때문에 항상 경각심을 갖고 대비해야한다”며 “특히 골다공증에 취약한 중장년층 여성들은 자신의 골다공증 위험요인을 미리 확인하고 골밀도검진을 통해 알맞은 관리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가에서는 만54세·만66세 여성에서 골밀도검진을 무료로 지원하고 있다. 골밀도검진은 간단한 엑스레이 촬영으로 3분 남짓이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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