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잇몸이 창백하고 힘없는 반려동물, 원인은 이것!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잇몸이 창백하고 힘없는 반려동물, 원인은 이것!
  • 김현욱 24시 해마루동물병원 대표원장ㅣ정리 ·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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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대표원장
김현욱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대표원장

적혈구는 혈액 속에 있는 붉은색 세포다. 적혈구 내에 있는 헤모글로빈을 이용해 폐에서 호흡으로 얻은 산소를 혈액순환을 통해 장기(세포)에 공급하고 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폐로 이동해 배출시킨다. 이처럼 생명 유지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혈액 속 적혈구 비율은 약 40~50%다. 이 적혈구의 헤모글로빈 때문에 혈액은 붉은색을 띠게 된다.

적혈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를 빈혈이라고 한다. 빈혈이 심하면 호흡을 하더라도 산소를 운반하지 못하기 때문에 저산소증이 유발되며 심각한 경우 사망할 수 있다. 적혈구가 일정 수준 이하로 부족해지면 잇몸과 귀가 창백해지며 힘이 없어 활동 없이 누워 있으려 한다.

단 혈액순환이 안 되는 쇼크와 저체온증이 나타날 때도 잇몸이 창백해 보일 수 있어 잇몸 색깔만으로 빈혈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적혈구 수치가 심각하게 떨어지기 전까지는 잇몸의 색상 변화로 빈혈 정도를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정확한 빈혈 여부와 정도 판정을 위해서는 동물병원에서 혈액을 뽑아 혈구분석기 등의 장비를 이용해 정확한 적혈구 수치(PCV 또는 HCT)를 측정해야한다.

빈혈로 기력이 심하게 떨어지고 순환 부전이 발생하면 사람처럼 즉시 수혈을 받아야한다. 사람의 ABO 혈액형 분류처럼 개의 혈액형은 DEA(Dog Erythrocyte Antigen; 개 적혈구 항원)로 분류, DEA 뒤에 DEA 1-, DEA 1.1 등과 같이 숫자로 표기한다.

개의 혈액형은 13가지 종류가 있다. 수혈거부 반응과 관련해서 임상적으로 중요한 혈액형은 DEA 1-, DEA 1.1, DEA 1.2다. 개의 혈액 속에는 동종항체가 없기 때문에 처음 수혈을 받을 때는 같은 혈액형이 아니어도 부작용이 생길 경우는 적다. 하지만 이후 수혈에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반드시 혈액형을 일치시키고 사전 응집여부를 교차 시험해야한다.

고양이는 사람과 비슷하게 A, B, AB형 세 가지 혈액형이 있다. 고양이는 개와 달리 선천적으로 동종항체가 있어 같은 혈액형의 피만 수혈받을 수 있다. 같은 혈액형의 피를 수혈하더라도 수혈 거부반응과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동물병원에서 수혈 중과 수혈 후 집중적인 관리를 받아야한다.

수혈을 받더라도 적혈구가 파괴되거나 소실되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혈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응급 수혈로 적혈구 수치를 안정시켰다 해도 빈혈의 발생 원인을 찾아 적합한 치료를 해야한다.

빈혈은 크게 골수에서 적혈구를 활발하게 재생하지만 적혈구가 체내에서 파괴되거나 외부 출혈로 소실돼 발생하는 ‘재생성 빈혈’과 골수의 적혈구 재생능력이 저하돼 발생하는 ‘재생불량성 빈혈’로 나뉜다.

대표적으로 적혈구가 파괴되는 원인으로는 선천적 이상, 양파/마늘/아연 등 중독, 바베시아/마이코플라스마 등 감염, 종양, 면역매개성 용혈성 빈혈, 저인혈증 등이 있다. 대표적인 출혈성 빈혈의 원인으로는 외상, 내출혈, 위장관 출혈, 흡혈기생충 감염 등이 있다.

이러한 원인을 감별하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에서 철저한 병력검사, 혈액검사, 종합혈청검사, 외부/내부기생충검사, 흉복부영상검사, 분변검사, 면역검사 등이 필요하다.

각각의 원인에 따라 치료방법 및 예후는 매우 다르다. 단 재생성 빈혈은 골수의 재생기능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유발원인을 찾아 제거하고 적합한 치료를 통해 회복될 가능성은 재생불량성 빈혈보다 조금 더 높다.

골수의 기능장애로 나타나는 재생불량성 빈혈은 조혈모세포에 대한 면역이상, 종양, 골수 황폐화, 골수 섬유화 등으로 발생한다. 조혈세포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 위의 원인 감별을 위한 검사에 추가로 골수검사까지 필요하다.

철분은 적혈구 생산을 위해 필수적인 영양성분이지만 체내 적혈구 파괴로 빈혈이 생길 때는 몸에서 철분을 재활용하기 때문에 실제 철분이 부족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만성적인 출혈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철분 부족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빈혈환자에게 빈혈의 원인 교정 없이 철분만을 공급하는 것은 적합한 치료방법이 아니다. 지나친 철분 공급은 오히려 위장장애를 유발할 수 있어 주의해야한다.

빈혈이 심하지 않고 반려동물의 상태가 안정적이라면 응급 수혈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빈혈 원인에 대한 철저한 감별검사와 적혈구 수치 변화를 기밀하게 모니터하는 것이 추천된다.

가장 흔한 중증 빈혈의 원인은 면역계 이상으로 자기 적혈구에 항체가 생겨 스스로 적혈구를 용혈시키는 자가면역성 용혈성 빈혈이다. 심한 적혈구 용혈 때문에 빈혈 외에도 소변색깔이 붉어지거나 황달로 인해 갈색 소변을 보거나 피부색이 노랗게 변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에는 기온 증가에 따라 진드기를 통해 전염돼 적혈구에 감염되는 바베시아에 의한 빈혈도 빠르게 늘고 있다. 바베시아 감염은 치료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여름철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외부 기생충 예방약을 철저히 사용하고 외출 후 진드기가 붙지 않았는지 잘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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