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추어탕엔 꼭 초피가루? 산초나 후추 넣어도 OK!
[한동하의 웰빙의 역설] 추어탕엔 꼭 초피가루? 산초나 후추 넣어도 OK!
  •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0.3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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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추어탕의 계절이 돌아왔다.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가을철 서리가 내릴 즈음 미꾸라지가 가장 맛있기 때문이다. 가을 미꾸라지는 진흙 속에서 겨울잠을 자기 전에 영양분을 보충해 놓는다.

미꾸라지는 장어처럼 독특한 흙냄새가 나서 특정 향신료를 이용해 비린내를 없앤다. 지인들과 추어탕 집에 가서 추어탕을 먹다 보면 누구는 그 향신료를 초피가루나 제피가루라고 하고 누구는 산초가루, 누군가는 심지어 후추가루 아니냐고도 한다. 또 방송에 등장한 음식 칼럼리스트는 추어탕에는 모름지기 초피가루를 넣어야한다면서 산초가루를 사용하는 것은 엉터리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초피, 제피, 산초, 후추를 구별해 보자.

추어탕에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넣는 향신료는 일반적으로 초피나무의 열매껍질을 사용하고 있다. 초피는 다른 이름으로 제피라고도 부른다. 제피는 경상도 지역에서 부르는 사투리다. 초피와 제피는 같은 이름이지만 초피가 표준어다. 초피나무는 주로 남부지방에서 자라기 때문에 남쪽지방에서는 추어탕에 초피가루를 흔하게 넣었다. 이것이 퍼져 추어탕에 초피가루를 넣는 것은 전국적으로 인정되는 궁합이 된 지 오래다.

초피와 비슷한 것으로 산초가 있다. 산초는 산초나무의 열매로 초피(제피)나무와는 다른 나무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사람들이 초피나무를 산초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산초나무로 부르면서 이름에 혼용되곤 했다.

산초열매의 껍질도 향신료로 사용했지만 산초열매는 기름으로 짜서 약으로 많이 사용했다. 민간에서는 산초기름이 천식이나 비염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많이들 사용하는데 실제로 산초열매는 한의서 문헌기록에도 천식을 치료하는 효능이 기록돼 있다. 한의서에서는 산초(山椒) 대신에 천초(川椒)라는 이름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모두 같은 이름이다.

어릴 적 물고기를 잡을 때 잎을 짓이겨서 물에 풀면 물고기가 두둥실 떠올랐던 기억이 있다. 이때 사용한 잎이 바로 크산톡신이라는 마취효과가 있는 초피나무껍질이나 초피잎이다. 산초나무를 이용해도 비슷한 효과가 있다. 초피가루나 산초가루를 많이 먹으면 입이 얼얼해지는 이유도 바로 크산톡신 때문이다.

문헌을 보면 산초열매가 입을 벌리기 전에 그 덜 익은 열매를 너무 많이 먹으면 죽는다고 했다. 덜 익은 산초열매는 그만큼 마취성분이 많다. 따라서 초피나 산초를 향신료로 사용할 때에도 충분하게 익은 열매를 이용해야한다.

서양에서는 초피(혹은 산초)를 중국후추라고 불렀다. 후추는 주로 서양에서 유명세를 타서 세계 3대 향신료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데 서양에서는 초피나 산초를 후추와 비슷한 향신료로 여기는 것이다.

후추는 호초(胡椒)라는 이름에서 유래했다. 호초라는 한자어가 구전되면서 후추로 불리게 된 것이다. 호초에도 초피(椒皮), 산초(山椒)와 같이 모두 초(椒)자가 사용되기는 했지만 기원식물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초피나무와 산초나무는 모두 운향과로 낙엽관목이지만 후추나무는 후추과 덩굴식물이다.

우리는 요리할 때 습관적으로 특정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고기 스테이크를 구울 때 통후추를 사용하거나 곰탕 등을 먹을 때 후추가루를 사용한다. 하지만 육고기의 잡내를 제거할 때 초피가루나 산초가루를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또 추어탕에 초피가루 대신 산초가루나 후추가루를 넣어도 무관하다.

초피가루, 산초가루 그리고 후추가루는 서로 향미가 다르지만 비린내와 잡내를 없애고 소화를 촉진하는 데는 공통적인 효능이 있다. 추어탕에 초피가루만 넣어야 할 절대적 이유는 없다. 초피가루 대신 산초가루를 넣는다고 해서 무식하다고 욕할 것도 아니다. 아는 만큼 혼용할 수 있다면 음식의 향미를 그만큼 다양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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