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가을철 반려견과 산책할 때 경계 1순위는 ‘바베시아증’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가을철 반려견과 산책할 때 경계 1순위는 ‘바베시아증’
  •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0.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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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박지환 24시 분당 리더스 동물의료원(동물병원) 원장 겸 중증내과질환센터장

최근 기력이 떨어지고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동물병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 빈혈을 보이는 반려견이 꽤 있다. 빈혈의 원인은 여러 가지다. 심각한 급성빈혈의 원인 중에는 면역매개성 용혈성빈혈(IMHA)이 가장 흔하다. 다만 최근 들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빈혈 유발 질병이 있다. 진드기 매개질환인 바베시아증이다. 이 질병은 과거 제주도, 강원도 지역에서 많이 진단됐던 것과 다르게 최근 수도권, 서울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요즘 여러 동물행동전문가와 방송의 영향으로 반려견을 위한 산책의 중요성이 보편화했다. 서울/수도권에도 강과 하천을 따라 산책로가 매우 잘 발달돼 있다. 특히 이러한 산책로에는 풀숲이 많아서 서울/수도권에서도 진드기 개체 수가 상당히 많아졌다. 더욱이 무더웠던 7~8월과 달리 사람도 반려견도 밖에 나가고 싶은 계절에는 단순한 산책을 즐길 뿐 아니라 주말이면 초록 잔디가 펼쳐진 공원을 뛰노는 반려견도 많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동물병원 진단검사 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바베시아증 양성확률은 7월 5.2%, 8월 초순 0%에 비해 9월에는 35.7%까지 급등했다고 한다. 한 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총 145건의 바베시아증 진단 수 중 9~11월에 보고된 것이 87건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질병은 앞서 진드기 매개질환이라 이야기했듯이 주로 진드기에 물려서 감염된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진드기 중 꽤 많은 수가 바베시아 원충을 가지고 있다. 잠복기간은 수일에서 수주로 다양하다. 기생충혈증은 감염 1일째부터 관찰될 수 있다. 원인체의 수는 감염 20일경에 최고치를 나타낸다. 질병의 정도는 바베시아의 종류와 숙주의 면역상태에 따라 다양하다. 처음에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심한 스트레스나 면역력 저하를 계기로 병증이 발현할 수 있다. 바베시아 원충은 반려견의 적혈구 세포 내에서 복제돼 용혈성빈혈을 일으키며 발열과 식욕부진, 혈색소뇨 등의 증상을 나타나게 된다. 특히 용혈성빈혈이 심하게 나타날 땐 즉시 수혈이 필요할 수 있다.

진단은 현미경을 통한 혈액도말검사로 가능하나 실제 진단율이 매우 낮다. 최근에는 바베시아 키트검사와 실험실의 PCR검사로 빠르게 확진할 수 있다. 바베시아 감염증에 걸리면 매우 위중한 상태가 될 수 있으며, 실제로 치사율도 상당히 높다고 알려졌다. 치료는 기생충 혈증을 없애주는 약물 투여로 한다. 실제 바베시아 원충 자체를 모두 사멸시킬 수는 없어 면역력이 저하되었을 때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약물에 대한 반응성도 환자마다 달라 치료에 곤욕을 겪게 될 때가 많다. 이 때문에 바베시아증은 예방이 매우 중요하다.

바베시아 종류에 따라 진드기를 통하지 않아도 싸움에 따른 교상, 수혈, 태반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진드기를 통해 감염된다. 그러므로 바베시아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진드기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진드기 때문에 반려견에게 산책의 즐거움을 빼앗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산책하되 정해진 산책로가 아닌 풀숲으로 들어가는 것은 막는 것이 좋다. 또 최대한 옷을 입은 상태로 털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줄여주는 게 좋다.

무엇보다도 외부 구충제를 써 진드기 예방을 해야 한다. 예방했다고 해도 진드기가 죽는 데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모든 감염을 막을 수는 없지만, 한 논문에 따르면 약물에 따라 92%에서 최대 100%까지 바베시아 감염을 막아준다고 한다. 다만 모든 기생충제가 바베시아를 옮기는 진드기에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심장사상충을 예방하는 약 중에는 진드기에 효과가 없는 약물도 많이 있다. 그러므로 지금 보호자가 쓰고 있는 예방약들이 바베시아를 옮기는 진드기를 죽일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산책은 반려견의 삶의 질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산책하는 즐거움을 맘껏 누리게 해주되, 요즘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질환에 대해 더 잘 알고 예방하는 것이 꼭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명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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