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환자 ‘강아지구충제’ 복용…“부작용으로 고통만 더할 수도”
말기암환자 ‘강아지구충제’ 복용…“부작용으로 고통만 더할 수도”
  • 허일권 기자 (H.onebook@k-health.com)
  • 승인 2019.10.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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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28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대한암학회는 28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최근 미국에서 강아지구충제로 말기암을 완치했다는 이야기가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에 식약처는 강아지구충제인 펜벤다졸이 사람에게는 안전성·유효성이 전혀 입증되지 않아 절대 복용하지 말라고 경고문을 올렸는데도 구할 수 없을 만큼 인기다.

말기암환자들은 지푸라기도 잡는 심정이라고 말한다. 특히 폐암말기로 선고받은 개그맨 김철민이 펜벤다졸을 먹기 시작하면서 그의 선택을 응원하는 댓글도 많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대호 교수는 “30년 전 세포에만 한정돼 구충제항암효과가 밝혀졌다”며 “하지만 의학계에서 지금까지 연구되지 않았던 것은 이미 대체약이 있는데다 사람에서 항암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아지구충제나 사람구충제나 작용기전이 똑같은데 꼭 먹겠다면 굳이 동물용구충제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강아지구충제는 다양한 암세포를 구분하는 능력이 전혀 없다. 따라서 정상세포를 위협하고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대호 교수는 “암세포에 약을 투여했을 때 적어도 1만개 중 9999개는 죽여야 의미가 있는데 구충제에서 이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현대의학은 근거중심의학이다. 강아지구충제로 말기암환자가 살아났다는 사례는 1명에 불과하다. 또 강아지구충제만이 아니라 다른 약을 병용했을 수도 있다. 변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강아지구충제를 처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대호 교수는 “강아지구충제의 효과나 환자를 무시해서가 아니라 항암제와 병용했을 때 효과, 용량, 부작용 등을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라며 “말기암환자에게 부작용은 여생을 더욱 고통스럽게 할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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