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우리 고양이도 헬리코박터에 감염된다?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우리 고양이도 헬리코박터에 감염된다?
  • 유현진 닥터캣 고양이병원(고양이동물병원) 원장|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0.3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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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유현진 고양이전문병원 닥터캣(고양이친화병원 인증) 원장

최근 유산균 광고 마케팅의 결과로 한국에 사는 많은 사람은 헬리코박터라는 세균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위점막과 점액 사이에 존재하는 나선모양의 세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는 사람에게 위염, 위궤양, 위암을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알려졌으며,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발암인자로 규정했다.

이 세균은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파되는데, 대변에 오염된 물질이 입을 통해 감염되기도 하고 입에서 입으로 감염, 내시경 등의 의료기구를 통한 감염도 이루어진다. 음식을 한 그릇에 담아 함께 먹고 술잔을 돌리는 문화를 가진 한국인은 특히 감염률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는 사회적인 걱정이 되기도 한다. 한 명의 가족구성원이 감염되면 직계 가족의 감염확률도 높아지는 사람의 경우 항생제와 위염치료제를 수 주일 동안 복용한 후 재검사를 통해 균이 완전히 사라졌는지 확인하고, 균이 남아있을 땐 다시 치료제 복용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헬리코박터는 사실 사람만 아니라 개, 고양이, 페렛, 돼지 등 많은 동물에게도 발견된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사람에게 심각한 공중보건적 문제가 되고 있지만, 고양이는 주로 헬리코박터 필리스(H. Felis)와 헬리코박터 하일마니(H. Heilmannii)에 감염되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발견되는 경우는 드물다. 고양이의 위에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발견되는 때는 같이 사는 사람으로부터 감염되는 경우일 것으로 추정한다. 이 경우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재전염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한다. 같이 생활하는 사람과 고양에게 동일한 균이 검출된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고양이에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감염되는 경로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

필자가 기르는 건강한 반려묘의 모습
필자가 기르는 건강한 반려묘의 모습

헬리코박터에 감염돼도 건강한 사람은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대부분의 건강한 개와 고양이는 헬리코박터에 감염돼 있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 헬리코박터 감염이 의심될 땐 고전적으로 위내시경을 통해 위장 점막세포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세균을 찾아내거나, PCR 유전자검사를 통해 확진했다. 그러나 요즘은 동물병원에서 분변샘플로 면역형광장비를 이용해 쉽게 진단할 수 있다.

그럼 우리 고양이에게 헬리코박터 감염이 진단되면 무조건 치료해야 할까?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다. 우선 위염, 위궤양 등의 소화기증상이 있는지 봐야 한다. 증상이 있다면 사람처럼 복합항생제와 위염치료제를 2~3주 복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면역성을 저하하는 다른 질병에 함께 걸린 것은 아닌지도 확인해야한다. 다묘 가정이나 반려하는 동물이 많은 가정도 감염 위험성은 증가하는 환경이다. 아직 사람과 동물 간 전파 경로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전파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보호자나 개, 고양이 중 한쪽의 감염이 확인된다면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 검사를 받고 필요 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을 듯하다. 사람과 같이 생활하는 동물이 함께 건강해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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