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통증과 마비 부르는 척수손상, 응급치료 필수!
[반려동물 건강이야기] 통증과 마비 부르는 척수손상, 응급치료 필수!
  • 최새롬 24시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팀장ㅣ정리·이원국 기자 (21guk@k-health.com)
  • 승인 2019.11.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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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새롬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팀장
최새롬 24시 분당 해마루동물병원 내과 팀장

보통 ‘허리가 아파 못 앉아있겠다’ ‘허리를 못 숙이겠다’라고 할 때는 허리디스크를 의심하게 된다. ‘디스크가 안 좋아요’라는 말은 엄밀히 따지면 손상된 디스크가 있는 부위의 척수 신경 다발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척수는 척추뼈에 싸여있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존재하는 연골이며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충시켜준다. 이런 디스크가 어떠한 원인(외상, 퇴행성 변화)으로 돌출 또는 탈출하면서 척수 신경을 압박하면 통증 반응이 생기는 것이다. 심할 때는 걷지 못할 정도로 마비가 생길 수도 있다.

개, 고양이도 당연히 디스크를 앓을 수 있다. 응급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후지 마비(뒷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 사지 마비(앞다리, 뒷다리 모두 힘이 들어가지 못하는 상태)로 병원에 오는 반려동물들이 있다.

그중에는 디스크인 경우도 있지만 외상에 따른 척추손상도 꽤 있는 편이다.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소형견이 덩치 큰 개에게 물렸다거나 낙상 등의 사고를 당한 경우다.

필자의 기억에 남는 한 고양이가 떠오른다. 보호자가 외출했다 돌아오니 부엌에 고양이가 쓰러져 있었고 높은 곳에 올려져 있던 프라이팬, 냄비 등의 주방 기구가 바로 옆에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낙하하는 기구에 직접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았다. 고양이는 뒷다리를 끌면서 야옹거리며 통증 호소를 하고 있었고 엑스레이 촬영으로 확인해 보니 허리 척추뼈가 골절돼 있었다.

만일 외상이 명확하고 척수손상이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병변이 더 악화하지 않게 척추뼈를 고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보호자도 동물병원에 올 때 반려동물을 그냥 안고 오는 것보다는 아크릴판 같은 딱딱한 판에 고정한 후 이동하는 것이 좋다.

손상당한 척수가 경추(목뼈)에 가깝다면 횡격 신경(흉곽을 움직여 호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이 손상돼 급성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다. 이 신경이 마비되면 호흡곤란에 이어 급사까지도 가능하기 때문에 호흡양상을 잘 확인해야한다. 척수손상이 등, 허리 쪽이라면 후지 마비가 생기거나 스스로 배뇨·배변하지 못하는 장애가 남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병원에 오면 수의사는 일단 신경계 평가, 엑스레이 촬영으로 병변의 부위를 국소화하고 외상에 따른 골절 소견이 있는지 확인한다. 상태에 따라 마취하에 MRI 촬영을 해서 척수의 손상 정도를 알아보기도 한다.

병변이 확인되면 원인에 따라 내과적 약물치료 또는 외과적 수술치료 계획을 세운다. 안타깝게도 척수손상이 너무 심하면 손상된 신경 다발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치료에도 반응이 떨어지면서 영구적으로 마비, 배뇨·배변장애가 남는다면 환자의 삶의 질이 많이 떨어질 수 있어 교과서적으로는 안락사가 지시되기도 한다.

척수는 척추라는 단단한 뼈에 싸여있지만 여러 원인으로 손상을 받을 수 있고 손상당한 부위에 따라 각각 다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은 증상이 갑작스럽게 발현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발생해서 보호자가 당황해할 때가 많다. 어떤 질병이든 똑같겠지만 치료는 원인을 알아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니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바로 동물병원을 방문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동물병원에서도 상황 판단에 따라 최선의 치료방향을 설계해서 상담할 것이다.

어떠한 응급상황이 닥치더라도 당황하지만 않는다면 일을 그르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구독자들이 필자의 칼럼을 통해 다양한 증례를 접해봄으로써 응급상황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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