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삼시세끼 미역국…정말 건강 위한 일일까
출산 후 삼시세끼 미역국…정말 건강 위한 일일까
  • 허일권 기자 (H.onebook@k-health.com)
  • 승인 2019.11.05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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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요오드 섭취를 위해 미역국을 삼시 세끼로 먹는다면 갑상선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출산 후에는 삼시 세끼 꼭 미역국을 먹어야한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이는 요오드 과다섭취로 오히려 갑상선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우리는 미역국 외에도 이미 평소 먹는 음식을 통해 요오드를 충분히 섭취하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 생후23개월 아기를 키우는 31살 최예지 씨는 산후조리원에 있는 3주 동안 미역국을 먹었다. 이후에도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남편이 매일 미역국을 끓여줬다.

최 씨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나라는 특히 예로부터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전통이 있다. 미역국은 요오드함량이 높은 대표 음식인데 요오드는 산모와 아이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성분이기 때문이다.    

요오드는 갑상선호르몬을 만드는 주재료로 갑상선호르몬은 태아와 신생아의 중추신경계와 뼈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임신 기간과 출산 후에는 요오드 섭취 권장량이 증가한다. 요오드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150이지만 임신부는 220, 출산 후에는 290로 증가한다. 특히 신생아는 모유를 통해서만 요오드를 섭취할 수 있어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라면 요오드섭취량이 더욱 중요하다.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서용수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가 갑상선기능저하증인 경우 태아는 IQ 저하와 작은 키가 주요 증상인 ‘크레틴증’이라는 선천성질환을 갖고 태어난다”며 “또 뇌 발달은 태아기부터 시작돼 출생 후에도 몇 년간 계속되기에 이 시기 갑상선호르몬은 매우 중요한데 요오드가 부족하면 갑상선 호르몬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인은 이미 다른 식품이나 영양제로 충분히 요오드를 섭취하고 있어 건강을 위해서는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땡큐이비인후과 이은정 원장은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1일 요오드권장섭취량이 150㎍인데 우리나라 요오드의 1일 평균 섭취량은 1083.94㎍”이라며 “우리는 미역국이 아니더라도 이미 요오드를 과다섭취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오드 과다섭취는 갑상선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건강에 문제가 된다. 울프-카이코프 효과에 의해 갑상선호르몬 생산이 오히려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 효과는 실제로 갑상선기능항진증 환자의 갑상샘 중독발작의 치료에 요오드를 투여하는 원리로 이용된다.

실제로 세계 유명 학회지에는 요오드 과다섭취는 갑상선염과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일으킨다는 보고들이 여럿 발표돼 갑상선 관련 학회에서는 하루 요오드 섭취량을 제한하고 있다.

서용수 교수는 “미역의 양에 따라 다르겠지만 미역국 한 그릇에는 최소 700 ug 이상의 요오드가 들어있다”며 “게다가 우리가 평소 먹는 ▲생선(한 토막당 60㎍) ▲김(큰 김  장 70㎍) ▲우유(한 컵 60㎍) 등에도 요오드가 들어있고 거의 모든 종합 비타민제에도 150 ug 정도 함유돼 있어 출산 후 미역국은 반 그릇 정도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도 하루 섭취 권장량의 두 배 이상 섭취하지 말 것을 권장하며 하루 500 이상 또는 1000를 기준으로 하기도 한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에 따르면 요오드를 하루 평균 1154㎍씩 먹는 사람은 1일 평균 139㎍씩 먹는 사람보다 갑상선질환에 걸릴 위험이 1.63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은정 원장은 “가족력, 갑상선이 약한 사람, 갑상선기능저하질환 등이 있다면 특히 요오드 과다섭취를 조심해야한다”며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출산 후 미역국을 통해 요오드를 섭취함과 동시에 다시마 환, 영양제로 요오드를 또 섭취하면 요오드 과다섭취로 갑상선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배고픈 시절에나 영양상태가 좋지 않아서 미역국을 삼시세끼로 먹었지만 현대에서는 영양과다를 걱정할 정도로 먹을 게 많다. 굳이 미역국만으로 산후조리를 할 필요가 없다. 미역국만 고집하는 건 오히려 갑상선질환의 위험을 높일 뿐이다.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안기훈 교수는 “출산 후 산모에게는 한 영양분에 치우치지 않게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철분, 아연, 마그네슘, 비타민 등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균형잡힌 식단이 중요하다”며 “특히 모유수유를 하면 엄마의 건강이 곧 아이의 건강이기 때문에 음식뿐 아니라 종합비타민을 챙겨 먹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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