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일상생활 어렵게 만드는 ‘손발바닥 농포증’,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특별기고] 일상생활 어렵게 만드는 ‘손발바닥 농포증’, 어떻게 대처해야할까
  • 서울대병원 피부과 전문의 조성진 교수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1.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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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 교수
조성진 교수

얼마 전 필자의 진료실에 46세 여성환자가 방문했다. 환자는 손바닥에 가득한 수포와 농포 때문에 설거지, 청소, 운동, 컴퓨터 업무 등 손을 사용하는 모든 일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이 환자는 평소 집안일 때문에 물을 자주 만지다 보니 주부 습진이나 일시적인 손가락 한포진 정도로 여겨 보습제를 바르고 약을 발랐다고 했다. 하지만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물집이 노랗게 곪고 농포가 계속 발생해 필자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손발바닥 농포증(palmoplantar pustulosis, 수장족저 농포증)은 손이나 발바닥에 부종과 염증이 발생하는 병으로 국소농포건선의 일종이다. 주로 2~4 mm 크기의 물방울 모양의 무균성 농포가 붉은색 반점과 함께 손발에 주로 발생한다. 가려움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지만 일반적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흔하며 심할 때는 일상생활이나 걷는 데 지장을 초래하기도 한다.

하지만 손발바닥 농포증은 발병부위와 증상의 특성 때문에 초기에는 단순 습진이나 물집 정도로 오해하고 방치하기 쉽다. 증상이 발바닥에만 발생하는 경우에는 환자들이 무좀으로 오인해 엉뚱한 치료를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질환 자체가 드물다 보니 정확하게 진단되기까지 헤매는 환자들이 대다수다. 특히 환자들은 질환이 발병했을 때 곧바로 전문의를 찾아가기보다 인터넷에 ‘손바닥/발바닥 물집’ ‘습진’ 등을 검색해 잘못된 자가 치료나 민간요법 등에 의지하다 병을 키우곤 한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니라 일단 한 번 발병하면 호전과 악화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질환이다. 그렇다 보니 환자들은 신체적 스트레스는 물론, 일상에서 자주 쓰는 손발바닥에 발생하는 농포 때문에 물건을 잡기 힘들거나 신발을 신기 힘들 정도로 일상생활이 불편해져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안고 산다.

더구나 많은 환자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병변을 바라보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편견 때문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공공장소에 가길 꺼려 하는 등 심리적 고통까지 가중돼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하지만 손발바닥 농포증은 조기에 적절한 치료법으로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깨끗한 피부를 되찾고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 평소 손발에 보습제를 자주 바르고 농포를 일부러 터트리거나 피부를 억지로 벗겨내지 말아야한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에는 바르는 약으로만 치료해도 잘 관리되지만 증상이 다소 심한 경우에는 염증을 조절할 수 있는 경구약을 복용하거나 광선치료를 고려해야한다. 증상의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질환의 특성상 이러한 치료방법들을 돌아가며 반복해야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최근에는 건선 치료에 효과적인 인터루킨-23 억제제가 손발바닥 농포증에도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직 비용문제로 쉽게 이용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제도적인 지원이 마련되면 장기간에 걸쳐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치료방안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필자는 의료인으로서 손발바닥 농포증으로 고통받는 많은 환자들이 잘못된 자가치료 방법에 의존해 증상을 악화시키지 말고 하루 빨리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를 만나 신체적·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그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손발바닥 농포증 또한 건선처럼 재발과 호전이 반복되는 비(非)전염성 난치성질환으로 환자의 경제적 및 정신적 부담이 큰 만큼 사회의 제도적 지원이 절실하다. 모든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이 올바른 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를 통해 건강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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