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고지혈증약 먹으면 뼈 삭는다고요?
[배현 약사의 약 부작용이야기] 고지혈증약 먹으면 뼈 삭는다고요?
  •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ㅣ정리·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1.08 14: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배현 밝은미소약국(분당) 약국장

“약사님, 나 뭐 하나만 물어보려고.”

김정남 님(가명)은 50대 남성입니다. 중년 남성이 대부분 그렇듯 배가 어느 정도 나왔고 흔히 말하는 나잇살도 있습니다. 술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마시며 담배는 끊으려고 노력 중이세요. 얼마 전 받은 건강검진에서는 대사증후군 위험 판정과 함께 혈관 경화 위험 경고도 받았어요. 재검 이후 이상지질증후군 판정을 받아 조코20mg을 처방받고 복용 중입니다.

“네, 어떤 게 궁금하세요?”

“얼마 전에 신문에서 봤는데 콜레스테롤 저하약을 먹으면 골다공증에 걸린다고 하더라고. 그게 진짜야?”

김정남 님은 신문기사에 나온 의약정보를 보신 듯했습니다.

“저도 그 뉴스 봤는데요. 실제 논문을 찾아보니 나이와 용량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고함량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저함량 복용은 오히려 골다공증을 예방한다고 하네요.”

“그래? 그럼 나는 고함량이야?”

“저함량이죠.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하나만 더 물어봅시다. 인터넷에 보니까 내가 먹는 약이 심장에도 안 좋고 근육이 녹기도 한다던데. 이런 위험한 약을 꼭 먹어야 돼?”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지금 대사증후군, 동맥경화 위험성이 높은데 꼭 약을 드셔야죠. 인터넷에 나온 정보가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고 다 맞는 것도 아니에요.”

“뭐, 약사님 믿고 먹긴 하는데 뭔가 꺼림직한데…….”

설명을 해드렸는데도 김정남 님 표정이 별로 좋지는 않았습니다. 이대로 가시면 임의적으로 약을 복용하실 것 같아 걱정입니다. 아무래도 차트에 적어놓고 오실 때마다 복용상황을 꼭 체크해봐야겠습니다.

고지혈증이란 혈액 안에 지질이 많다는 뜻입니다. 지질대사에 문제가 있어 이상지질혈증으로 불리지요.

지질은 모든 조직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이지만 혈액에 섞이지 않기 때문에 그냥 다닐 수 없습니다. 따라서 혈액 안에는 지질을 이동시켜주는 단백질들이 존재합니다. 이들을 ‘지단백’이라고 부릅니다. 지단백에는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습니다.

혈액검사에서 나오는 HDL, LDL 등은 지질대사를 대표하는 ‘지단백’을 말합니다. 이들 외에도 VLDL, IDL 등이 있는데 혈중 지질은 소장에서 직접 흡수되거나 간에서 합성돼 공급됩니다.

고지혈증환자들은 간혹 기름진 것은 일절 먹지 않고 밥만 먹는데 왜 고지혈증이 왔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하십니다. 기름진 것을 많이 드시지 않는다고 해도 과잉의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소비되지 않은 글루코오즈가 남을 수 있습니다. 간에서는 남은 일부를 글루코겐으로 저장해 놓지만 그래도 남는다면 지질로 변화시켜서 지방세포에 저장해 놓게 됩니다. 즉 살이 찌는 것이죠.

이 과정에 문제가 생기거나 지질이 너무 많이 생기면 지방간이 됩니다. 글루코오즈로 만들어지는 지질은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입니다. 중성지방은 해당 조직으로 보내져 에너지원과 세포막 구성성분으로 사용되며 남는 것은 저장해 둡니다.

오명을 쓰고 있긴 하지만 콜레스테롤은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일단 콜레스테롤은 세포막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비타민D나 각종 호르몬을 만드는 원료로도 사용되지요.

문제는 콜레스테롤이 에너지로 소모되지 않아 쌓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혈전 생성 등에 영향을 미쳐서 혈관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콜레스테롤 배출은 간 대사 후 담즙을 통하는 것밖에 없기 때문에 혈중 농도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앞서 살펴봤듯 콜레스테롤은 음식으로 흡수되는 것 외에 간 등에서 합성됩니다. 고지혈증환자에게는 콜레스테롤 섭취를 줄이는 것과 동시에 콜레스테롤 합성을 차단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콜레스테롤 합성경로

스타틴계 고지혈증 치료제 효능은 아주 뛰어납니다. 문제는 약 복용 후 나타나는 부작용입니다. 흔한 부작용은 바로 근육병증입니다. 근육병증은 스타틴계 약물 복용 환자 5~10% 정도에서 나타난다고 하니 발생률이 꽤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로 근육통이나 경련, 무력감이 주증상이지만 심한 경우 근육 괴사가 일어나는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근육병증의 원인은 아직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만 다음 3가지 원인으로 추측됩니다. 첫째, 세포막의 필수 성분인 콜레스테롤 저하로 인한 것. 둘째, 메발론산 합성이 억제돼 세포 사멸이 유도되는 것. 셋째, 코큐텐 합성 억제로 인한 것.

고지혈증 저하약을 드시고 원인 모를 근육 통증이나 근무력증이 나타난다면 바로 약을 중단하고 병원 또는 약국에 문의하셔야합니다. 가벼운 근육병증은 회복이 어렵지 않지만 근육 괴사가 일어나는 횡문근융해증은 매우 위험합니다. 횡문근융해증의 문제점은 급성 신부전이나 급성 세뇨관 괴사를 일으켜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타틴계 약물을 복용하는 모든 사람에서 횡문근융해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심바스타틴 80mg 고용량 복용 환자의 경우 횡문근융해증이 보고됐지만 20mg 저용량의 경우 보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고농도의 스타틴계 복용이 아니라면 횡문근융해증을 두려워하면서까지 약을 복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죠.

한 메타 분석에 의하면 코엔자임큐텐을 1일 100~600mg 복용하면 근육병증으로 인한 증상이 개선된다고 합니다. 코엔자임큐텐은 근육병증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인 코엔자임큐텐 합성 저해를 개선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스타틴계 약물을 복용 중이라면 근육병증 예방을 위해 고함량 코엔자임큐텐 복용을 고려해보세요. 또 다음 약물을 스타틴계와 함께 복용하면 근육병증이 증가할 수 있으니 반드시 사전에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해주세요.

항생제: 마크로라이드 계(클래리스로마이신, 에리스로마이신 등)

항진균제: 아졸계(클로트리마졸, 이트라코나졸, 플루코나졸, 케토코나졸 증)

혈압약: 딜티아젬, 베라파밀

기타: 아미오달론, 시클로스포린, 타목시펜 등

최근 나온 소식은 스타틴계 약물이 골다공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은 콜레스테롤 합성이 줄어 에스트로겐 호르몬이 저하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저용량을 복용했을 때는 오히려 골다공증 위험도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바스타틴과 로수바스타틴의 경우 20mg 이하, 아토르바스타틴의 경우 10mg 이하를 복용했을 때 골다공증 위험도가 감소했고 그보다 높은 단위 용량을 복용했을 때만 유병률이 증가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스타틴계 약물을 고용량으로 복용하거나 폐경기 등으로 여성호르몬 농도가 감소한 환자가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골다공증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된다는 것이죠.

스타틴계 고지혈증 치료약은 혈중 지질 저하에 아주 효과가 좋은 약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는 약을 복용하면 근육이 다 망가지고 심장질환이 생기며 간독성이 있다며 독약처럼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물론 부작용이 없는 약은 없겠지만 현대의학 시스템에서는 다단계 임상실험을 거치기 때문에 효능과 부작용에 대한 엄밀한 검증 없이 약물이 출시되기는 어렵습니다. 동물실험 등으로 효과가 있어 보이는 수없이 많은 약물들이 임상실험 단계에서는 탈락되는 사례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임상 전 단계에서 임상을 거쳐 나오는 신약이 10%가 안 된다는 점, 지난 2015년 한미약품 신약 사태 등을 통해 그 어려움을 우리는 눈으로 봐 왔습니다. 지금 출시돼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들은 그만큼 안전성이 있다는 것이죠.

부작용만 놓고 보면 무섭지 않은 약이 없습니다. 그래서 의사, 약사와 같은 전문가가 필요한 것입니다. 약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도 문제지만 객관적 근거가 떨어지는 내용으로 괜한 공포감을 갖는 것도 문제입니다.

덧붙여 의약정보를 취급하는 언론에서는 자극적인 제목을 뽑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해외 기사를 인용하는 경우 그런 사례가 많은 것 같습니다. 많은 분이 제목을 보고 내용을 미뤄 판단한다는 점, 그로 인해 오해가 많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참고

본문에 제시된 환자와의 대화는 이해를 돕기 위해 극적 재구성된 것입니다.

※ 참고문헌

Lauralee Sherwood, 《인체 생리학 제9판》, 강명숙 외 21 옮김, 라이프사이언스, 2016

J.G.Salway, 《한눈에 알 수 있는 의학생화학》, 백영환, 범문에듀케이션, 2013

《Effects of Coenzyme Q10 on Statin-Induced Myopathy: An Update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Hua Qu, MD, PhD; Ming Guo, MD, PhD; Hua Chai, MD, PhD; Wen-ting Wang, MD, PhD; Zhu-ye Gao, MD, PhD; Da-zhuo Shi, MD, PhD Journal of the American Heart Association. 2018;7:e009835

《Mevalonate Cascade Inhibition by Simvastatin Induces the Intrinsic Apoptosis Pathway via Depletion of Isoprenoids in Tumor Cells》 Javad Alizadeh, Amir A. Zeki, Nima Mirzaei, Sandipan Tewary, Adel Rezaei Moghadam, Aleksandra Glogowska, Pandian Nagakannan, Eftekhar Eftekharpour, Emilia Wiechec, Joseph W. Gordon, Fred. Y. Xu, Jared T. Field, Ken Y. Yoneda, Nicholas J. Kenyon, Mohammad Hashemi, Grant M. Hatch, Sabine Hombach-Klonisch, Thomas Klonisch & Saeid Ghavami Scientific Reports volume 7, Article number: 44841 (2017)

《Statin-associated Myopathy》 Jennifer Shannon, PharmD; Samuel John, PharmD; Jenna Ferrara, PharmD, BCPS; Sylvia Best, PharmD, BCPS; Shari N. Allen, PharmD mediscape Thursday, November 7, 2019

《Statin-induced rhabdomyolysis: a complication of a commonly overlooked drug interaction》 Saad Ezad, Hooria Cheema, and Nicholas Collins Oxf Med Case Reports. 2018 Mar; 2018(3): omx104

《Mechanism of statin-induced rhabdomyolysis》 Sakamoto K, Kimura J J Pharmacol Sci. 2013;123(4):289-94. Epub 2013 Nov 19.

《Diagnosis of osteoporosis in statin-treated patients is dose-dependent》Michael Leutner, Caspar Matzhold, Luise Bellach, Carola Deischinger, Jürgen Harreiter, Stefan Thurner, Peter Klimek, Alexandra Kautzky-Willer

“아, 험난한 신약개발...한미도, 산업도 또 힘을 내자” 히트뉴스 2019년 7월 5일 기사

“‘고지혈증 약’ 잘못 복용… 근육 괴사, 장기 독소 퍼져” 후생신보 2014년 1월 13일 기사

“Simvastatin: increased risk of myopathy at high dose (80 mg)” www.gov.uk/drug-safety-update/simvastatin-increased-risk-of-myopathy-at-high-dose-80-mg

※ 참고 사이트

https://webmd.com/

www.samsunghospital.com

https://www.nlm.nih.gov/

https://dailymed.nlm.nih.gov/

https://www.drugs.com

약학정보원 홈페이지 https://www.health.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