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에 문제없는데 가벼운 운동에도 ‘헉헉’…‘고혈압’ 때문?
폐에 문제없는데 가벼운 운동에도 ‘헉헉’…‘고혈압’ 때문?
  • 장인선 기자 (insun@k-health.com)
  • 승인 2019.11.12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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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동맥 혈압 상승하는 희귀질환 ‘폐동맥고혈압’
숨참, 어지럼 등 일상적인 증상으로 시작돼 빠른 인지 어려워
진단·치료 빠르면 경구약물 복용하면서 일상생활 가능
40대 여성 및 가족력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해야
숨이 가쁘거나 어지럼증, 만성적인 피로감 등이 나타나면 무리한 신체활동이나 체력저하 등을 원인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폐에 문제가 없는데도 이러한 증상이 잦다면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숨이 가쁘거나 어지럼증, 만성적인 피로감 등이 나타나면 무리한 신체활동이나 체력저하 등을 원인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폐에 문제가 없는데도 이러한 증상이 잦다면 폐동맥고혈압을 의심하고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고혈압은 국민병으로 불릴 만큼 우리에게 익숙한 질환이다. 그런데 ‘폐동맥고혈압’은 얘기가 좀 다르다. 폐동맥고혈압은 흔히 알려진 고혈압과 달리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공급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상승하는 희귀질환이다. 진단 후 생존기간이 3년밖에 되지 않는다고 알려졌는데 이는 뒤늦게 병을 발견하는 환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조기 진단·치료 왜 어려울까

폐에도 정맥과 동맥, 모세혈관 등 다양한 혈관이 있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이 중 정맥과 모세혈관에 생긴 고혈압은 폐와 심장의 문제로 발생하기 때문에 원인질환을 치료하면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폐동맥고혈압은 혈관 자체 문제다. 특히 폐동맥은 다른 혈관보다 압력을 견디는 힘이 약해 혈압이 급상승하면 폐동맥이 좁아지면서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심하면 심부전까지 발생할 수 있다.

숨찬 증상과 더불어 피로감, 어지럼증도 잦은데 이는 가벼운 운동이나 계단 오르기 등의 신체활동을 할 때 더욱 심하다. 그런데 이러한 증상들은 사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증상이라 폐동맥고혈압을 단번에 의심하기 쉽지 않다.

폐동맥고혈압은 우리가 흔히 아는 혈압측정법을 통해 알 수 있는 고혈압도 아니다. 폐동맥고혈압은 심장초음파 등 비교적 고가의 검사를 받아야 알 수 있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심장초음파로 혈류속도와 방향을 측정하면 폐혈관 압력을 추정할 수 있으며 확진을 위해서는 특수센서가 달린 와이어를 허벅지 혈관을 통해 폐동맥까지 밀어넣어 혈압을 재는 심도자술을 해야한다.

폐동맥고혈압은 진단 후 3년 생존율이 60%가 채 못 미치지만 조기에 진단·치료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생존율을 3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빨리 치료를 시작하면 경구약물을 통해 증상을 관리하면서 일상생활도 충분히 가능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폐동맥고혈압은 진단 후 3년 생존율이 60%가 채 못 미치지만 조기에 진단·치료되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생존율을 3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빨리 치료를 시작하면 경구약물을 통해 증상을 관리하면서 일상생활도 충분히 가능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치료 빠르면 생존율 3배↑, 40대 여성·가족력 있다면 더 주의

이러한 여러 가지 요인들은 폐동맥고혈압의 조기 진단·치료를 어렵게 한다. 실제로 국내 폐동맥고혈압 잠재환자 대비 치료율은 약 1/3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질병관리본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폐동맥고혈압환자가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점으로 병을 정확히 진단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1.5년 정도 걸렸다. 때문에 폐동맥고혈압 진단 후 1년 생존율은 76.5%, 3년 생존율은 56.8%로 나타났다.

그래도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폐동맥고혈압도 빨리 진단돼 치료를 시작하면 환자의 생존율이 진단이 늦어진 환자에 비해 3배 이상 높다고 알려졌다. 최근 개발된 치료제 여러 종류를 함께 사용하는 병용요법으로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생존율이 7.6년까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대한심장학회에 따르면 폐동맥고혈압 치료에는 기본적으로 좁아진 폐혈관을 확장시키는 약물을 사용하며 여기에 보조적으로 이뇨제나 강심제, 항혈전제 등을 추가한다. 선천성 심장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 갑상선기능악화로 폐동맥고혈압이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때는 다른 과와의 협진을 시행한다. 약물치료로 효과가 없을 때는 폐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혁재 교수는 “폐동맥고혈압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한편으론 진단만 빨리 되면 먹는 약으로도 관리가 가능하다”며 “특히 최근 다양한 치료제가 출시되면서 증상개선이나 생존율 측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뤄왔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치료를 시작하면 치료를 받으면서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폐에 문제가 없는데 숨이 가빠지거나 부종이 심해지는 등 폐동맥고혈압의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전문가와 상의할 것”을 당부했다.

특히 국내 폐동맥고혈압환자의 80%는 40대 후반 여성인 것으로 알려져 이 연령대는 건강관리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폐동맥고혈압은 유전성도 강해 가족력이 있다면 가족 구성원의 60~80%가 잠재적환자로 분류된다. 가족력이 있으면 정기적으로 심장초음파검사를 받아야한다.

워낙 생소하고 진단·치료받기까지 오래 걸리는 폐동맥고혈압.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관리 가능한 질환임은 분명하기에 평소 내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일 것을 한목소리로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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